추석이다. 일년에 한 두번 이렇게 자손들이 모이는 것이 여간 반가운 기회가 아니다. 모처럼 연휴를 얻어 이 가을을 휴식으로 시작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모든 걱정을 잠시나마 잊고 설레는 마음에 젖어드는 것 또한 남녀노소 공통일 것이다.

벌초를 하며 우리는 조상들의 생명관을 다시 한번 되새겨 보기도 하고 연로하신 부모님의 건강을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생각해 보자.

인생이란 봄, 여름, 가을, 겨울 다를 것이 없다. 일년 사시만 그런 것이 아니다. 하루에도 아침, 낮, 저녁, 밤이 봄, 여름, 가을, 겨울과 같고 한평생에도 유년기, 소년기, 청장년기·노년기가 인생의 사계절이다.

사람만 그런 것도 아니다. 풀 한 포기에도 새벽에 깨어나서 활동하고 마무리하여 저녁에 쉬는 하루가 있고 이와 같이 일년이 있고 하루살이 같은 미물에도 일생이 있다. 한자로 생장수장이라는 말이 이것이다.
그러므로 모든 동식물은 생장수장을 하므로 생명이라 한다.

하늘은 이렇게 밤, 낮과 춘하추동을 통해서 모든 생명을 살리고 있으면서 이 은혜를 갚으라고 하지 않는다.

그저 이러한 우주 자연현상에 순응하여 봄에는 화창한 기분으로 여름엔 활동적으로 가을엔 침착하게 겨울엔 조용히 내실을 기하자는 것이 한의학에서 성인들이 가장 강조하시던 양생법이다.

이것이 생명을 가장 온전히 기르는 방법이다. 여기에 가장 잘 따르고 있는 것은 식물이다. 오직 우주 기운을 받아 생장수장을 할 뿐이다.
식물은 욕심이 없다. 동물은 제 생각이 있으니 욕심을 낸다.
동물 중에서도 가장 총명한 사람이 제일 욕심을 많이 낸다는 것을 생각해 보면 우리 인간이 왜 이리 병이 많은지 짐작이 간다. 그러므로 사람이 나이가 든다고 다 아픈 것도 아니다.
좀 기력이 약할 따름이지 신경통, 관절통, 두통, 어지러움에 시달릴 리가 없다. 천수를 다하시고 자연으로 돌아갈 따름이나 이렇게 고통으로 시달리는 분들은 자기 불만을 잘 달래지 못해서일 것이다.

불만은 욕심에서 난다. 이것이 지나쳐 심한 불만에 시달리면 급기야 가장 우려하는 노망까지 될 수 있는 것이다.
모든 불만은 욕심에서 나는 것임을 받아들이고 사는 것이 그 어떤 보약이나 건강 식품보다 더 건강을 약속한다는 상식적인 말을 또 하는 것은 이것이 원 근본 이치이기 때문이다.

<장문규·한의사·제민일보 한방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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