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대 국회의원 선거가 끝났다. 이제는 차분히 제자리로 돌아와 지난 시간을 되돌아 반성하고 각자의 일에 전념해야 할 것이다.

이번 선거의 특징이라면 경실련과 총선시민연대 등 시민단체를 통한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엄청난 정치적 힘을 발휘했다는 것이다. 공천반대운동, 정보공개운동, 낙선운동까지 펼치면서 낙선대상자 86명중에 59명을 낙선시키는 파괴력을 과시했다.

이는 선거권이라는 소극적인 권리행사에 무기력감을 느끼고 정치에 무관심하던 유권자들에게 정치에 대한 관심과 정치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주는 계기가 되었다고 본다.

또 한가지 특징은 선거관리위원회가 적극적으로 제 역할을 하기 위해 노력했다는 것이다. 다소 아쉬운 점도 지적되었지만 과거 관권, 금권선거를 묵인하던 수동적인 모습에서 탈피하고 공명선거를 이루려는 적극적인 모습들을 보였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진정 변해야 할 것인데 변하지 않은 것이 있었다. 바로 후보자들의 선거운동 행태와 유권자들의 태도이다.

지난 일요일 종합경기장에서 있었던 합동연설회장에는 몇만 인파가 몰렸다는데, 당연히 거기 모인 사람들은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자를 성원하기 위해 자진해서 모였고, 금품이나 향응을 제공받지 않았을 것이라 믿는다. 그런데 "지난번 자치단체장 선거때 대학생 1인당 얼마씩을 받았다" 라는 말을 거짓이라고 생각할 사람이 몇이나 될까? 그 때와 지금 변한 것이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이번에 XX모임이 있으니 와서 인사나 하십시오" 라고 한다면 이것은 그야말로 인사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줄 테니 자신의 소개도 하고 소견 발표도 해 보라는 선의가 아니라 식비 계산하고 가라는 소리다. 당연히 선거법 위반이지만 그 식비를 일일이 다 계산한다면, 유권자 개인은 돈 만원이 안 되는 돈을 절약했지만 후보자는 수억이 들어간다.

전화운동원 "저희 후보에게 한표 부탁합니다."
유권자 "경허주, 경헌디 우리집에는 언제 올거라?"
전화운동원 "저희는 방문은 안하고 전화로만......"
유권자 "게난 맨입으로 부탁허젠 햄서?"

위의 이야기가 우리와 무관하다고 자신있게 이야기할 수 있는 분은 또 얼마나 될 것인가?

모임에서 식사를 공짜로 한 유권자나 동원이 되어 금품을 받은 적이 있는 유권자는 앞으로 비리 정치인이나 부도덕한 경영인들을 보고 비난하지 말자. 앞서의 엄청난 비용을 쓰게 만드는 것은 후보자로 하여금 비리나 부정부패를 해서라도 다음 선거때까지 자금을 만들어 두라고 사주하는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모임이 있어 후보자를 불렀으면 식비는 각출한 회비로 계산하고 남는 돈은 후보자에게 후원금으로 주자. 후보자의 공약도 듣고 자신들의 의견도 떳떳하게 제시하자.

연설회에 동원되었다 하더라도 연설만 듣고 밥은 자기 돈으로 사먹자. 돈 몇 푼에 비리 정치인과 공범이 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의욕이 있다면 우리 지역구의 국회의원이 우리가 낸 세금으로 일 잘하고 있는지 지켜보고 또 감시하자.

또 지역구 돌아보지 않는다고 당선자 욕하지 말자. 우리는 국회의원을 경조사 돌아보라고 뽑지 않았다. 그 시간에 공부하고 토론해서 바른 정책 세우고, 국정감사 잘하고, 예산결산 잘 하라고 격려하자. 지방자치단체장도 마찬가지다. 경조사 돌아보면서 시간 보내는 사람은 차라리 그 시간에 집에서 쉬라고 얘기해 주자.

유권자들이여 후보들에게 돈 바라지 말자. 유권자가 변해야 세상이 변한다.<장은식·치과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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