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가 쉽게 풀리지 않을 때는 처음으로 돌아가는 게 상례다.해결해야 할 과제가 무엇인지를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는 뜻에서도 그 말은 맞을 것이다.특히 여러 갈래로 얽혀있는 요소가 많은 과제는 더욱 풀기가 어렵다.많은 경우의 조건들과 조화를 이뤄야 하기 때문이다.관광업계의 고질적 병폐를 해결하는 일도 아마 이런 경우에 속할 것이다.불친절·바가지·부조리로 잘못 알려진 풍토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관광여행사를 통해 관광을 경험한 사람은 다 안다.출발시 정해진 요금에 약간의 용돈만 갖고 갔다간 큰 낭패를 당하기 쉽다.정해진 음식점·선물가게가 여행 코스에 들어 있다.단체중 일부라도 이 코스를 포기하면 가이드의 심사가 복잡해진다.그 곳과의 수수료 커넥션이 있기 때문이다.서비스업의 기본인 친절은 여기서부터 깨진다.송객을 담보로 하는 음성수수료 거래관행의 대표적인 사례다.국내외 관광지에서 겪는 일이다.

제주관광도 그 범주를 벗어나지 못해온 게 사실이다.심지어 다른 지방에서 모집한 관광객의 제주현지 안내를 자기에게 맡겨달라며 보증금을 갖다 바치는 일도 있었다.결과는 뻔하다. 관광지를 개발해봤자 음성수수료에 대한 이면합의가 없으면 코스 바깥쪽이다.사진을 찍어주고 앨범을 만들어주는 친절까지는 좋으나 가격이 만만치 않은 것도 불만의 대상이다.관광객이 예상치 못한 비용을 감당하려면 바가지요금이라고 싸잡는다.다시 오고싶지 않은 곳으로 낙인 찍히고 만다.관광불편신고 내용중 대부분은 이런 것들이다.그래도 신고를 하는 사람은 애정이 있다는 증거이다.말없이 등돌리기가 쉬운 법이니까.

이같은 연결고리와 악순환을 만연한 구조적 병폐일 것이다.그래서 우리만 연결고리를 차단하는 일도 매우 힘든 것이 사실이다.그러나 관광산업만이 살길이고,제주를 찾는 관광객이 계속될텐데 현지에서 먼저 나서는 방안이 한결 낫다.관광의 중심은 관광지이기 때문이다.제주시가 이런 제주관광분위기를 살리려고 친절운동 범시민대책 협의회를 20일 발족시킨다.친절·부조리 없애기·저렴한 관광 등 3가지를 목표로하는 실천운동이라는 것이다.처음으로 되돌아가 풀어 보자는데 제주시만 할 일은 아닌 것 같다.<고순형·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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