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음악을 들으면,거울앞에 서면 N세대는 춤추고 싶어진다.유리벽이 있는 건물이나 댄스음악이 흘러나오는 레코드가게 앞에서는 몸이 근질거린다.
춤은 N세대 공통의 언어.더 이상 ‘날라리’의 상징이 아니다.그들만의 풍부해진 표현이자 언어수단이 되고있다.


얼마나 많은 아이들이 춤에 열광하는지는 학교의 풍경에서도 잘 드러난다.학교마다 상황은 조금씩 다르지만 어느 학교에나 크고 작은 춤동아리가 두서넛은 된다.

제주상고에는 ‘영 이글스’라는 춤동아리가 결성돼 있다.이 학교 이종화 교사가 98년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춤동아리들을 한데 묶어 탄생시킨 것이다.

이들을 위해 학교에서는 연습실을 마련해 주고 뮤직비디오를 감상할 수 있도록 TV와 비디오도 설치해 주었다.음지에 있던 아이들을 양지로 이끌어낸 것이다.

연습실에서 만난 이장진군(19)은 “재밌기도 하고 스트레스를 풀어 좋고,춤 추다보면 뭔가에 열중할 수 있어 더 없이 좋다”고 거침없이 말했다.또 “춤을 추다 보면 다른 학교 아이들과도 만나게 돼고 누가 춤을 잘 추는지 훤히 알 수 있게 된다”고 덧붙였다.

청소년들은 춤 잘 추는 친구에 열광하고 새롭게 등장한 춤에 민감하다.춤을 잘 추면 친구들 사이에서 부러움의 대상이 된다.말을 걸어보고픈 인기좋은 친구가 되는 것이다.일명 ‘뜨는 짱’이다.

제주학생문화원 야외공연장도 어스름이 지기 시작하면 춤의 열기로 뜨거워진다.대형 거울속 자신의 몸동작에 빠져 춤에 몰입해 있는 N세대들을 만나는 건 어렵지 않다.

문화원에서는 이런 청소년들의 모습을 보고 내쫓기보다는 이곳에 대형거울을 설치해 주었다.예산이 허락하면 DDR기기도 설치할 예정이다.또 문화원 뒷편에도 청소년들이 춤 출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줄 계획이다.

고성휴 제주학생문화원 원장은 “이제는 춤추는 아이들을 무작정 비행청소년이라고 단정할 수 없는 상황이다”며 “오히려 개방된 공간에서 자신들의 스트레스를 풀고 특기로 키워나갈 수 있도록 권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청소년들은 나이와 학교가 제 각각이지만 춤을 좋아한다는 공통점으로 금방 친숙해지기도 한다.이들이 의기투합해 청소년단체나 콜라텍에서 주최하는 댄스경연대회 무대에 서는 것은 이들에게 신나는 경험이고 실력을 검증받는 기회다.

청소년들은 “별도의 공간이 꼭 있어야 춤을 추는 것은 아니다”고 말한다.신산공원이나 한라체육관,탑동 등에서 자신들과 같이 춤을 즐기는 또래는 쉽게 만날 수 있다는 것.

춤을 ‘그늘진 문화’에서 끄집어내 자신을 표현하는 새로운 언어로 당당하게 자리매김한 N세대.이제 그들은 춤을 ‘제대로’즐길 줄 알기 시작한 것이다.<좌용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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