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극단 가람의 「마술가게」


 “벗어봐.벗고 나가서 모두들 가면을 벗고 살자고 외쳐보라구.정말 자유로운지,정말 평등해지는지,다 껍데기인지 확인해봐”

 극단 가람(대표 송운규)의 ‘마술가게’가 제18회 전국연극제 본선 무대로 간다.

 17~19일 제주도문예회관 대극장에서 열린 제10회 제주연극제를 겸한 제18회 전국 연극제 제주예선대회에서 극단 가람의 ‘마술가게’가 최우수상을 수상,제주대표로 선정됐다.

 이상범 원작의 ‘마술가게’는 바쁜 일상이 정리된 밤,화려한 네온사인까지 모두 꺼진 한 고급 의상실을 무대로 한다.바깥 세상과 사람들을 동경하는 마네킹들의 대화 사이로 처음 일터(?)로 나온 초보도둑이 등장하고 뒤를 이어 ‘열쇠따기’가 특기인 프로 도둑이 나온다.세상을 향한 불평을 늘어놓는 두 도둑을 중심으로 지방대 출신 여대생의 취업난과 다단계 판매,돈많은 부인과 제비 등이 배우들의 연기와 대사를 통해 나타난다.중간중간 오락프로를 연상시킬만큼의 노래무대와 패션쇼가 삽입,관객들의 시선을 끌기도 했다.극을 마무리하는 장면에서는 권력앞에 약해지는 ‘경비’차림의 또다른 도둑이 등장,앞의 두 도둑이 미처 가져가지 못한 금고를 들고 퇴장한다.

 심사는 극단 대하 대표이자 연출가인 김완수씨와 전주지역 극단 황토 대표인 박병도씨가 맡았다.

 김완수씨는 ‘마술가게’에 대해 “말하는 마네킹 등 비현실적인 세계와 현실적인 세계가 ‘의상실’이라는 한 무대에 집약되는 등 연출의 묘를 잘 살린 작품”이라며 “금고가 제대로 열리지 않아 극이 잠시 주춤거리기는 했지만 배우 5명이 골고루 균형을 이룬데다 조명이나 음악 등의 조화로 반전을 거듭하는 작품의 맛을 살렸다”고 평가했다.

 김씨는 또 “‘축하의 꽃가루 세례’라는 설정은 좋았지만 다음 장면으로 연결되는부분에의 처리가 미흡한 것이 아쉬웠다”며 “마임이나 순간적인 처리가 가능한 소품을 이용하는 등 기술적 활용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번 연극제와 관련 김씨는 “극단 무의 ‘쌍곡선’이나 이어도의 ‘반녀의 봄’모두 연출 의도와는 달리 공간처리라든가 조명효과 등이 부족하고 다음 장면을 기대할 수 있는 모티브가 없다는 단점이 눈에 띄었다”며 “너무 많은 장면을 보여주려하기 보다는 ‘희곡의 집약성’을 감안한 작품 선택과 대사 전달력에의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제10회 제주연극제에는 ‘세이레’를 제외한 ‘가람’,‘이어도’,‘무(巫)’ 등 도내 3개 단체가 참가했다.연기상은 ‘쌍곡선’의 강승원씨(극단 무)와 ‘마술가게’의 서영민·이동훈씨(극단 가람)가 수상했다.미술상은 ‘마술가게’의 고희송씨에게 돌아갔다.

 한편 제18회 전국연극제는 오는6월 울산에서 열릴게 된다.<고 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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