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하필 곰쓸개(웅담)를 제일로 칠까? 곰은 사납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뚝심이 좋기로 유명하다. 곰의 뚝심 하나는 호랑이를 능가한다. 산돼지 쓸개를 쳐주는 것도 그 야성이 사람을 죽일 정도이기 때문이다. 반면에 집돼지는 주는 밥 먹고 편히 있으면 되니 간장과 긴장을 경쟁을 할 필요가 없어 효력이 좀 떨어진다고 본다. 소는 좀 둔한 편이고 개는 영리하기는 하나 뚝심이 적다.

그러므로 모든 동물의 쓸개는 약간 차이가 있다는 말이지 모두 비슷한 효력이 있으니 꼭 귀하고 비싼 웅담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관광차 외국에 나갔다 하면 으레 웅담에 한 번쯤 관심을 가지는 우리 나라 사람의 극성은 오히려 가짜 웅담을 범람하게 하여 외화만 아깝게 날리는 것은 아닐까? 사실은 예전부터 소 쓸개, 개 쓸개, 돼지 쓸개, 뱀 쓸개, 심지어 물고기 쓸개도 별 구별 없이 써왔던 것이다.

웅담은 물그릇에 장롱 위의 묵은 먼지를 쓸어 담아 놓고 쓸개 부스러기를 조금 넣으면 먼지가 확 퍼진다. 이로써도 짐작할 수 있듯이 쓸개는 통하는 힘이 좋다. 그래서 간의 염증을 위시하여 각종 염증에 해열을 잘한다.

우리가 담력(쓸개의 힘)이 좋다는 말을 많이 쓰는 것은 쓸개가 감정을 적당히 조절하는 데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쓸개 빠진 녀석이라는 말도 있듯이 쓸개를 제거하면 잘 삐친다든지 심술이 많아지는 경향이 있는 것도 이것과 관계 있다.

간의 염증은 어떻게 해서 생기며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술이나 과식 또는 격분·울분·짜증·신경질·다혈질·고민 등으로 간에 염증이 잘 난다. 입이 마르고 눈이 잘 충혈 되며 옆구리가 뻐근하기도 하고 몸에 열감을 느끼며 감정이 날카로워지는 등의 증세가 있을 때 한번에 0.5~1g씩 하루 세번 먹는 방법이 있다.

이 외에도 잇몸 염증, 귀에 고름 날 때, 힘줄에 염증이 나서 요통이나 팔꿈치가 아플 때 약간씩 먹으면 진통이 잘된다. 외용으로 상처를 치료하기도 한다.

그러나 혈색이 없어지고 체력이 많이 떨어졌음을 느끼며 배가 차고 추위를 많이 타게 되는 등, 간이 무력해졌을 때는 간을 보하는 백하수오·구기자·복령·인삼·계피·결명자 등과 함께 소량만을 쓸 수 있다.

<장문규·한의사·제민일보 한방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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