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손맛 도시락 간데없고 배달음식…

▲ 도내 20여개 초등학교 가을운동회가 평일이 아닌 공휴일인 개천절과 토요일에 개최돼 맞벌이 부부와 주 5일제 확산 등 최근의 세태를 반영하고 있다. <김대생 기자>
“자장면 시키신 분”. 예전 TV를 통해 재밌게 봤던 마라도 인근의 망망대해에서 휴대전화의 성능이 우수함을 알리려던 이동통신회사의 광고 카피다.

요즘 가을운동회가 한창인 가운데 학교 운동장에서 “자장면 시키신 분”을 외치는 소리를 접하기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동네 잔칫날이다시피 했던 초등학교 가을 운동회의 모습이 서서히 바뀌고 있다.

평일보다는 가족과 함께 할 수 있는 휴일로, 정성스런 도시락 대신 배달 음식이 ‘전통적인’운동회의 모습을 바꿔치기하고 있다.

30일 일선 초등학교들에 따르면 개천절인 3일 운동회를 개최하는 학교는 20개교, 또 주말인 토요일에 개최하는 학교도 2개교에 이른다.

이처럼 휴일을 이용한 운동회 개최가 늘고 있는 것은 맞벌이 부부 증가와 주5일제 근무 확산 등 최근의 세태를 반영한 결과다.

학부모 이모씨(38·일도2도)는 “샐러리맨들의 경우 일을 제쳐놓고 운동회에 참가할 수도 없어 점심 시간을 이용, 잠깐 들러 중국 음식점에서 식사만 하고 왔다”며 “차라리 휴일에 개최했다면 하루종일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었을 텐데”라며 아쉬워했다.

이런 세태를 반영 최근 3년간 ‘야간운동회’까지 개최했던 제주시내 B초등학교는 올해는 개천절을 이용, ‘봉아름 우리 한마당’으로 명명한 운동회를 치르기로 했다.

이 학교 좌승원 교장은 “평일에는 부모 가운데 한 분 정도 오거나 두 분 다 못 오시는 경우가 많아 안타까웠다”며 “전 주민이 참여할 수 있도록 휴일 운동회를 개최하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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