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문을 지은 주홍사가 밤새 머리가 샜다는 말이 있다.
하수오(何首烏)란 약이 있다.‘어찌 머리가 검으냐?’란 뜻이다. 옛날 어떤 사람이 흰머리였는데 어느 날 문득 보니 머리가 도로 검어졌기에 물어 보니 새박 뿌리를 가리키며 이것을 먹었더니 검어졌다 해서 그 뒤로 새박 뿌리를 하수오라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머리는 왜 셀까? 나이가 들면 머리카락을 유지시키는 데에 필요한 영양이 불충분해기 때문이다. 다른 표현으로 멜라닌 색소의 부족이라 하기도 한다.

그러나 젊은 사람에게도 새치나 흰머리가 나기도 하는데 이것을 노쇠 현상이라 하기에는 무엇하다. 다른 기능은 정상인데 유독 머리가 먼저 센다는 것은 영양이 머리로는 덜 올라가기 때문이다. 왜 덜 올라갈까? 대개 내성적인 성격과 관계가 있다고 보겠다.

내성적인 사람은 겉으로는 나타내지 않으면서 마음속으로 생각을 많이 하는 사람을 말한다. 내성적인 사람도 강하고 약한 차이가 있겠는데 흰머리는 약한 내성적 사람에게 흔히 잘 난다. 기운도 좀 약한 차에 성격도 활발한 편이 아니니 영양이 머리카락까지 충분히 출입하지 못하는 것이다.

반면에 고집 세고 남에게 지기 싫어하는 사람도 흰머리가 잘 난다. 말하자면 봄 여름 날씨가 적당해야 가을의 결실과 겨울의 비축이 순조롭겠는데, 여름이 길면 결실이 알차지 않듯이 감정의 활동이 지나치면 머리카락까지 갈 영양이 잘 비축되지 않는다.

그러므로 젊은 사람으로서 흰머리를 어떻게 좀 줄여 보고 싶으면 첫째, 원기 왕성해질 것, 둘째, 느긋한 생활 태도를 가지도록 연습할 것, 셋째, 영양이 부족하다면 영양을 도울 것, 넷째, 머리가 복잡하다면 신경을 맑힐 것, 이 네 가지를 기억하자.

약으로 말하자면 원기는 인삼 부자 계피 등이 대표적이겠고, 영양은 하수오 구기자 검은 참깨 산딸기 육종용 녹용 등이 있겠고 신경을 맑히는 것으로는 국화꽃 결명자 창호 뿌리 원지 등을 들 수 있겠다.

흰머리 이외에도 머리가 많이 빠진다든지 머릿결이 푸스리하니 윤기가 없는 경우가 흔히 있다. 이 모두 복잡한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가 치르는 대가가 아닐까? 엊그제까지 세상 물정 모르는 맑은 동안의 미소년이었는데 그 반지르하던 머릿결이 어디로 갔는가?

<장문규·한의사·제민일보한방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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