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대표적 중견극작가이자 연출가인 오태석씨가 2일 제주도를 찾았다.

오씨가 이끄는 극단목화는 ‘제주’의 말과 역사를 소재로 한 연극을 올린 바 있다. 「앞산아 당겨라 오금아 밀어라」가 그것. 전통연희 개발지원작으로도 선정된 이 작품은 지난해 12월 첫 선을 보인 후 올해 상반기까지 장기공연으로 서울 대학로 극장 아룽구지에서 9000여명의 관객에게 선보여졌다. 극 내내 단련 된 순수(?) 제주사투리로 4·3 등 제주의 역사를 실어냈다는 것만으로도 평단에서는 모험이라는 말을 서슴치 않았다. 극의 중반까지도 관객들은(타지역) 외국어와도 같은 제주방언에 어리둥절해 하며 제주에 대한 관심, 그리고 칭찬과 우려를 동시에 불러 일으켰다.

오씨가 제주를 찾은 이유는 솔직하다. “혹독하게 욕 먹으러 왔어요. 아주 혼날려고! 제주도민의 심판을 받을 겁니다”. 극단 목화의 「앞산아 당겨라 오금아 밀어라」는 오는 31일(오후 7시), 11월1(4·7시)·2일(7시) 한라아트홀 대극장에서 총 4회 공연을 갖는다.

그렇다면 왜 오씨는 제주로 눈을 돌리게 됐을까.

한국적 정서와 시들지 않는 역사의식, 끊임없는 실험정신으로 최근의 「내사랑 DMZ」까지 수많은 작품을 연출해 온 그가 불쑥 내뱉은 말은 “전국의 방언을 소재로 연극을 만들 겁니다. 우리말이 형체 없이 훼손되는 지금, 다시금 우리 언어에 온기와 수분을 더하는 길은 방언을 통한 것입니다”.

오씨의 주요 관심은 방언에 쏠려 있었다. 사라져 가는 지역 곳곳의 사투리를 연구해 무대에서 재현하고 싶은 것이다. 관객들의 불평을 불러일으킬 만큼 완벽한 제주도 방언을 구사해야만 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 ‘훼손되지 않은 제주방언에는 우리 옛말이 고스란히 살아있다’는 예찬론에 있는 것처럼.

따라서 「앞산아 당겨라 오금아 밀어라」는 제주 방언으로 제주의 집약적인 역사인 4·3을 실어내고 고로의 쇠를 녹이는 연희를 통해 풍요로움을 창조하는 안덕면 덕수리 디디불미로 결말을 맺는다. 도민들의 눈과 귀는 어떠한 평가를 내릴 지 사뭇 관심이 모아진다.

일반 1만5000원·대학생 1만2000원·중고생 1만원·초등학생 8000원. 10세이상 관람가. 문의=02-745-39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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