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턴가 한 땅에 사는‘한겨레’인데도 잃어버려 영영 다시는 만나지 못할 것만 같던 그리운 이들이 북측의 사람들이었습니다. 손을 뻗으면 닿을 듯 지척에 있음에도 신기루 마냥 다가갈수록 저만치 아스라하게 사라지길 무려 햇수로 헤아려도 반세기를 넘겼습니다. 너무 아득하게 멀어 가도가도 닿을 것 같지 않다면 그 길로 누가 감히 길라잡이도 없이 신발의 들멘끈을 조여매고 비장하게 나서보기가 하였겠습니까.

그동안 난소문에나 의지하여 어떻게들 사는지 여렴프시 지레짐작으로 그 모습을 엮어내곤 하였습니다. 눈에 밟혀 조바심나기를, 그래요 좋은 집에 좋은 옷 입고 좋은 먹을거리로 잔뜩 호강하면서 부족함 없이 살아도 마음 한구석은 좋은 이와 헤어진 아픔으로 붉은 생피 뚝뚝지며 그렇게 날을 보내었습니다.

한 제주 노시인이 싯귀마따나‘얼핏얼핏 눈 주며 낯 익은’모습을 어디에서나 봐질까 노심초사한 게 우리들 남측, 당연히 제주도도 그중의 한 무리였습니다.

사과맛은 일품이나 귤은 없다던 북측으로 제주도가 한 톨 귤에 그리워 품에 안아보고픈 한겨러에의 애달픈 마음을 온전히 실어 보냈습니다. 그 귤 한톨이 신기하게도 남과 북의‘나고갈 하늘 길 물 길 열어놓고’한 점 가장 밝은 등 대불이 되어 잃어버린 줄만 알았던 길을 환하게도 비췄습니다.

사실 제주도 사람들은 무던히도 그 길을 찾고자 길라잡이를 자청하였고, 등대를 켜 밝은 빛으로 여기 길이 열렸음을 안내해왔습니다. 제주도는 화합을 이루는 곳, 아름답게 재회하는 곳, 그 어떤 악조건을 물리치고 하나되는 곳, 그래서 누구나다 평화를 지향하는 곳이기를 염원하였습니다.

제주사람들의 저 마음 깊은 곳에는‘어여쁜 이’와 본의아니게 작별하면 가신님이 신다가 다 헤어져 버린 버선일말정 공들여 볼받아 놓고 등촉밝혀 기다리는 심성이 대를 이어내립니다. 그렇게 기다려도‘영 올 줄 모르던 님’이 이제 찾아오시게답니다.

오는 10월 말일게 여기 제주에서 펼쳐질‘2003통일민족평화체육문화축전’은 그런 의미에서 한반도가 하나돼 진정으로 한반도의 깃발을 펄럭일만한 통일의 서장이라고 생각합니다.

헤어져 살아온 오랜 그리움의 세월이 한민족의 정서에 더께더께 억겹으로 쌓였습니다. 이번 벌어질 잔치판에서는 우선 그 두 정서가 두텁게 쌓인 두 동강나 격리 당했던 서러운 민족의 정서가 신명나고 흔쾌한 재회의 기쁨으로 치환되라고 봅니다. 그러다 보면 서로의 같음과 다름도 보게 되고 그것을 공유해 나갈 것이며 마침내 하나임을 실감하게 될 것입니다. 그래서 암만 수천 수만 번‘2003통일민족평화체육문화축전’이 지니는 의의를 되짚어봐도 그건 한반도 민족공동체를 확인하는 시간에서 한사코 멈춥니다. 기어코 평화의 섬 제주섬에서 한반도의 통일의 시계는 정시에 막 닿아 두 바늘이 겹쳐지려 합니다. 이보다 더 뜻깊은 의의가 또 있을까요!

<한림화·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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