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대하증은 요즘 질염이라는 말과 같다. 그런데 냉증이라 할 때는 차다는 뜻이니 얼핏 듣기에 염증은 열이니 반대인 것 같다. 그러나 여름에 찬 걸 먹고 배탈이 나서 설사하는 것을 장염이라 부르는 것과 같이 냉증은 원인을 말하는 것이고, 장염이나 질염은 현상을 가리키는 말이다. 그러므로 아래가 차가워져도 자궁이나 질부가 저항력이 떨어져 잡균이 번식하기 쉬워 질염이 되는 것을 냉증이라 하는것이다.

대아라는 말도 뜻을 알면 유익하다. 우리 몸에 기운의 띠가 여러 개 있는데 골반을 둘러싸고 있는 기운의 띠를 허리띠와 비슷하다 해서 대맥이라 부른다. 이 기운의 띠가 허약해져서 처지게 되면 흘러내리는 것이 대하증이다. 그 원인은 앞에 말한 냉증이고 냉증의 원인은 골반내 장기 자체가 유산 ,소파, 지나친 성생활 등으로 약해지든지 비위생적 생활로 감염되는 것도 있지만 단순히 소화력이 떨어져도 연쇄적으로 대맥이 허해져서 냉증이 생겨 질염이 되기도 한다.

아이들도 냉이 있어요? 하고 물어오는 경우가 흔히 있다. 이것을 단순히 아이들은 외음부나 질 내부가 어른들처럼 성숙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쉽게 세균에 감염된다고 해석하기에는 석연찮다. 비위생적인 생활을 한 것도 아닌데 왜 이럴까? 바로 이것이다. 요즘 아이들이 단 것, 찬 것을 즐겨 먹고 잦은 간식과 육류를 너무 일찍 섭취하는 생활로 위장이 실력이 약해지면 습기가 차고 대맥이 허해져서 대하증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

서양의학에서는 트리코모나스 질염이다. 칸디다 질염이다 해서 세균의 감염을 증시한다. 세균배양검사를 하기도 한다. 그런데 균을 퇴치하여도 저항력이 향상되지 않으면 재발하기 쉽다는 것이 문제이다.

한방 치료는 아래로 처진 것을 들어주는 것을 제일 목표로 한다. 그러면서 아래의 습기를 다스려 균을 치료하고 위장에 습기가 있다면 이것도 다스리며 아래가 차다면 데워 주는 치료를 한다. 그러므로 따뜻한 음식을 먹고 배나 아래가 따뜻해지게 하며 겨울에 치마를 삼가는 것은 좋겠으나 냉증이라고 너무 방을 덥게 하여 땀을 내든지, 옷을 껴입어야 된다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팬티스타킹이나 꼭 맞는 옷은 국부를 더 습하게 하니 좋을 리가 없다.

<장문규·한의사·제민일보한방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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