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치과협회에서 벌이고 있는 ‘노인무료틀니사업’을 옆에서 보조하면서 생각나는 이야기가 있다. 필자의 치과를 찾은 한 할아버지의 이야기다. 치아가 거의 뽑힌 상태고 그나마 남아있는 치아도 흔들리거나 겨우 뿌리만 남아있는 상태였다. 그런데 그 남아있는 치아에 집착해서 필자와 며칠을 씨름해야만 했다.

혹 틀니를 한 분들 중에는 틀니가 잘 맞지 않아 음식을 잘 들지 못한다거나 말할 때 발음도 불명확하고 다른 사람들이 자신의 말을 잘 알아듣지 못한다고 불평하는 분들도 있다. 이런 경우 물론 옆에서 보는 사람들도 불편하겠지만 본인은 얼마나 더 괴롭겠는가. 하지만 구강의 구조를 알고 있다면 몇 개 남고 불량한 치아에 의존하여 틀니를 하는 일을 피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이상적인 구강상태는 뼈가 튼튼하고 둥글며 좋은 잇몸 즉 말안장 같은 형태다. 그래서 이러한 잇몸을 만들기 위해서 의사는 계획을 세우고 치료에 들어가게 된다. 원래 틀니란 것은 잇몸에 들어맞게 되어있어 그 기초가 되는 잇몸의 뼈가 튼튼하고 정리되어 있어야만 안정감이 있어 환자들이 만족도가 높다.

그러나 마지막 남아있는 치아들 때문에 턱뼈가 울퉁불퉁하여 틀니의 기초가 나빠질 수 있으며 이로 인해 맞물림의 구조가 균일하게 되지 않을 수도 있다. 또 남아있는 치아로 인해 턱뼈가 염증이나 기계적 자극을 받아 뼈가 흡수되어 잇몸이 소실되는 경우가 아주 많다.

결국 이러한 이유들로 정작 틀니를 해야하는 경우에도 틀니를 할 수 없을 정도로 잇몸이 심각한 상태가 되기도 하여 치과의사와 충분한 대화 끝에 어려운 수술을 시행하여야만 하는 경우도 있다.

물론 인간은 누구나 자기의 치아를 최후까지 남겨두고 싶어하는 것이 본능이겠지만 자신의 구강 상태를 가장 잘 알고 있는 전문가와의 상담과 이에 따른 치료가 가장 좋은 방법이라 생각된다.

‘자기의 최후 치아’에 대한 집착을 버려야 한다. 그러면 건강한 구강을 갖게 된다. 더불어 열 효자 안 부러운 좋은 틀니까지도 얻게된다.

<문영석·치과의사·제민일보 의료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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