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축전 북측 참가단 제주관광 스케치

▲ 북한의 스포츠 스타 계순희(사진 오른쪽)와 정성옥이 감귤체험농장에서 감귤향기에 흠뻑 취해 있다.
“제주는 평화의 섬”
○…오전 11시45분 중문관광단지내 퍼시픽랜드에 도착한 김영대 단장과 전금진 조국통일위원회 부위원장 등 북측의 고위급인사들은 참가단의 쇼공연장 입장을 기다리며 우근민 제주도지사·강상주 서귀포시장·김정온 퍼시픽랜드 대표이사 등과 녹차를 마시며 환담을 나눴다.

강상주 시장은 중문해수욕장을 가리키며 “환경단체가 선정한 가장 깨끗하고 아름다운 해수욕장”이라고 소개하자 김영대 단장은 “환경보전이 잘돼 물고기가 많을 것 같다”고 화답했다.

이어 우근민 지사가 가파도에 이어 마라도를 가리키며 “국토의 최남단”이라고 소개하자 전금진 부위원장은 “마라도에도 감귤을 재배하느냐”고 물은 뒤 “그곳에선 바닷바람으로 소나무도 못자란다”는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다.

전 부위원장은 “자꾸 다녀서 그런지 제주도는 평화의 섬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미모와 언변으로 주목
○…이날 행사에선 북측참가단을 맞은 퍼시픽랜드의 김정온 대표이사가 ‘미모’와 ‘언변’으로 주목을 받기도 했다.

환담하는 자리에서 김영대 단장은 “주인이 아름다우면 손님이 많이 온다”며 김 대표를 치켜세우자, 아태평화위원회 김완수 부위원장은 “겉보기가 속보기라고 겉을 보니 마음이 내다보인다”며 거들었다.

김 대표는 한편 돌고래 공연에 앞선 인사말을 통해 “감귤향기 가득한 평화의섬 제주에서 북녘동포 여러분을 만나 참으로 반갑다”면서 “이번이 민족의 번영과 통일에 기여하는 초석이 됐으면 한다”고 수준급의 말솜씨를 선보였다.

“바다사자 무서워요”
○…원숭이에 이어 돌고래·바다사자의 묘기 순으로 진행된 이날 공연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흥이 오르는 듯 웃음과 박수가 자주 터져나왔다.

특히 바다사자 공연 뒤 바다사자와 기념사진을 찍기위해 선발된 계순희·정성옥·함봉실 선수들은 스포츠 스타라는 명성에 걸맞지 않게 바다사자와 악수하는 장면에선 얼굴이 발갛게 상기된채 손을 황급히 빼는 등 약한 모습을 연출해 웃음을 자아냈다.

계순희 선수는 ‘세계를 제패한 선수가 왜 약한 모습을 보였느냐’는 질문에 “유도와 바다사자는 다르다”며 “미끌미끌하고 확 덤빌 것 같았다”고 고개를 절래절래.

남측과 훈훈한 시간
○…북측 참가단은 퍼시픽랜드에서 도시락으로 점심식사를 한 뒤 봄날 못지 않은 따뜻한 날씨 속에 남측 관계자들과 훈훈한 시간을 가졌다.

북측 참가단들은 한결같이 퍼시픽랜드 뒤쪽으로 바라보이는 제주 바다에 탄성을 내질렀으며, 민족평화축전이 끝나 북한으로 돌아가야하는 것을 못내 아쉬워하는 모습이었다.

씨름 선수로 참가했던 리조원씨는 “한라산의 단풍도 너무 좋고 제주의 가을이 너무나 아름답다”며 “우리 민족이 이렇게 만나 함께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 너무나 감사하다”고 말했다.

만져보고 쳐다보고
○…점심식사에 이어 오후 1시40분께 중문동 ‘세운농장’에 들러 감귤농장 체험을 한 북측참가단은 감귤이 마냥 신기한 듯 만져보고 쳐다보기를 반복했다.

한 여성인사는 “아담한 나무에 주렁주렁 열리는 것을 보니 우리민족의 근면한 모습을 보는 것 같다”고 감탄했고 다른 이는 “감귤 껍질을 바닥에 그대로 버려도 되느냐”고 묻기도 했다.

특히 계순희·정성옥 선수는 직접 감귤을 따본 뒤 맛이 어떠냐는 질문에 “우리 민족이 가꾼 것이니 시든 달든 맛있다”면서 “제주여성이 예쁜 것은 감귤을 많이 먹어서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한라산 흙냄새 맡고파
○…북측 태권도시범단 시범경기의 감초역할을 담당하며 해설을 맡은 김영월씨는 한라산 길목인 어리목에 내려 주위 광경을 만끽하지 못한 것을 아쉬워했다.

김씨는 “한라산 흙냄새를 맡고 싶었는데 너무 아쉽다”며 “차 밖으로 본 한라산 전경이 너무 아름다웠다”고 소감을 전했다.

그녀는 이어 “차를 오래 타고 있어서 머리가 아프다”며 빽빽한 여행 일정의 피로감을 표현했다.

<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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