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가름못·관전못·지새남못(애월읍 봉성리)

 진한 꽃향기가 구수하고 향긋한 흙내음이 반갑다.깊이 숨을 들이마셔 본다.겨우내 추위보다 더 혹독했던 경제한파,감귤값 폭락으로 불안과 마음고생에 움츠렸던 어깨를 활짝 열어본다.

 애월읍 봉성리는 400여가구 1300여명이 감귤·보리·양배추 경작을 주업으로 하는 전형적인 중산간 마을이다.구몰동과 신명동·중화동·서성동·동개동·화전동 등 모두 6개 마을로 이뤄져 있다.

 특히 봉성리는 오름이 아름다운 마을이라고도 한다.다래오름,빈내오름,폭낭오름,괴오름,눈오름,북돌아진 오름,새별오름,어도오름과 이달봉 등 애월읍 관내에서 가장 많은 9개의 오름을 갖고 있다.

 주민들은 그러나 오름보다 마을 샘과 연못에 대한 애정이 더 깊다.구몰동의 지새남못을 비롯 관전못(중화동)·막가름못(서성동)과 식수원으로 활용했던 괴면이물(동개동) 등은 주민들의 애환이 서려 있는 곳이다.이들 연못들은 물이 귀했던 시절,설촌과 함께 누대로 삶을 지탱해준 수단이었기 때문이다.

 상수도가 개설되기 이전,지새남못과 관전못·막가름못 등은 농업용수와 우마용으로 활용됐다.먹는 물은 괴면이물을 사용했다.가뭄이 심해 못이 바닥을 드러낼 경우에는 멀리 곽지리로 나가 물을 빌려 와야 했다.

 어도오름 남쪽에 자리잡은 관전못은 말그대로 주변에 관(官)에서 경작하던 밭이 있었다는 데서 지명이 유래됐다.

 크기가 300㎡가량 되며 두 개의 연못으로 돼 있다.양옆으로 시멘트 길이 나 있기 때문에 다른곳에 비해 서식식물이 단순하다.

 주변에는 50년가량되는 팽나무를 그늘삼아 정자가 들어서 있다.

 또 이곳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는 몇백년 됐음직한 팽나무가 장하다.시골풍경은 간혹 그렇게 사람보다 오래 살아서 길손을 맞는 기품어린 노거수를 대할수 있어서 좋다.

 이 마을 강승도씨(65)는 “이곳 팽나무의 수령이 몇 년인지 옛날 우리 아버지의 할아버지에게 물어봐도 모른다고 했다.아마 수백년은 족히 됐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구몰동에 있는 지새남못은 700㎡가량 되는 연못이다.이 일대의 지형지세는 마치 거북이가 진흙에 빠진 형.이 때문에 구몰니(龜沒泥)동이라 불려지다 구몰동으로 바뀐 것이라고 한다.

 특히 못 주변은 움푹 들어간 빌레지역으로 자연스럽게 물이 고일수 있도록 돼 있다.

 그러나 근래들어 못의 쓰임새가 줄어들고 농촌 삶이 힘들어진 탓인지 이곳에는 이농의 아픔을 간직하고 있다.못 동쪽에는 주인을 잃은 초가 2채가 뼈대를 앙상하게 드러낸 채 세월의 무상함을 토해내고 있다.

 제주환경운동연합 조사결과 관전못과 지새남못 주변의 주요 서식식물로는 모시풀과 수영·소리쟁이·미국자리공·쇠비름·쇠별꽃·취명아주·쇠무릅·붕어마름·토끼풀(크로바)·괭이밥·예덕나무·멀구슬나무·노박덩굴·왕머루·계요등·아욱메(풀)꽃·광대나물·개불알풀·떡쑥·큰방아지똥·망초·쓰레기풀·개(들)기장·좀개구리밥·참방동사니 등이 있다.

 이가운데 왕머루는 포도과에 속하는 낙엽 덩굴나무로서 열매는 식용·약용으로,줄기는 지팡이를 만드는데 사용된다.흔히 제주말로 ‘멀리낭’이라고도 한다.

 또 개불알풀과 큰방가지똥은 모두가 유럽이 원산이다.개불알풀은 들이나 밭에서 나는 1년초로 꽃이 개의 생식기와 모양이 비슷해 개불알풀이라 부르고 있다.

 큰방가지똥은 1∼2년초로 꽃은 5∼10월에 노랗게 피며 어린 잎과 줄기는 식용과 가축의 먹이로 사용된다.

 못의 규모로는 막가름못이 제일 크다.1000여평은 족히 될 듯 싶다.

 이 못은 대개 장마철에만 물이 고일 뿐 대부분 바닥을 드러낸다.최근에는 봄가뭄과 함께 바닥이 거북이 등처럼 갈라지면서 건조화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취재=좌승훈·좌용철 기자·사진=조성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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