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15일 정부는 제주4·3사건진상보고서를 확정하였고, 10월31일 대통령이 직접 공식적인 사과 표명을 하였다. 4·3사건이 발발한 지 실로 55년만의 일로서 국가 공권력에 의한 인권 유린에 대해 정부가 처음으로 인정하고 사과했다는 데 역사적인 의의를 두지 않을 수 없다.

만시지탄이지만 4·3 해결의 실마리를 찾고, 굴절된 역사를 바르게 세울 수 있는 단초를 제공했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다. 이것은 화해와 상생을 통한 평화와 번영을 열어가기 위한 도민들의 지난한 열정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다시 한번 4·3사건으로 인해 빚어진 갈등과 분열을 아우르기 위해 애쓴 도민을 비롯한 유족과 관련단체들의 노고에 뜨거운 박수를 보낸다.

그러나 마냥 성취감에 들떠 있을 수만은 없다. 보고서의 확정과 대통령의 사과는 결코 4·3의 완성이나 매듭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다. 앞으로 열어갈 제주 미래의 진로에 준엄한 역사적 과제를 안겨주고 있다.

다시는 4·3사건과 같은 야만의 역사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정부차원의 적극적인 재발방지 대책 등 행·재정적 지원이 조속히 마련되어야 한다. 단 한사람의 희생이라도 누락되지 않도록 철저한 희생자 조사와 조속한 심사 결정이 이뤄져야 한다. 진상보고서에서 밝히고 있는 7개항의 건의 사항에 대해서도, 관련 부처에서 충분히 검토하여 필요하다면 4·3특별법을 개정해서라도, 미진한 후속조치들이 적극적으로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지금 추진되고 있는 평화공원도 마찬가지이다. 도민들의 상처와 갈등을 치유하고 해원, 상생의 장이 되기 위해서는 제대로 만들어져야 한다. 4·3유적지와 원사료들에 대한 체계적인 조사와 발굴, 수집 그리고 보존과 관리에 대해서도 정부 차원의 고민과 노력이 있어야 한다. 공권력에 의한 인권유린이 밝혀진 이상, 이 부분들에 대해서 자치단체에게 떠밀게 아니라, 정부 차원에서 제때 적절하게 예산지원이 이루어져 유족과 제주도민들에게 조금이나마 위안을 줄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다시 한번 도민들의 역량이 모아져야 한다. 도민사회에 만연했던 소모적 논쟁이나 이념적 갈등의 골을 청산하고, 평화와 인권의 소중함을 일깨워준 과거사를 교훈 삼아 제주미래 발전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더 나아가 제주가 한반도를 비롯한 세계평화의 성지로 각인될 수 있도록, 평화의 훈풍을 끊임없이 일으키는 진원지로 거듭나기 위한 도민적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강원철·제주도의회 4·3특위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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