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현장] 생존의 기로에 서 있는 택시기사들
LP가스값 상승에 손님 렌터카·대리운전업체 빼앗기고

   
 
   
 
"한시간 기다려 3000원 벌고 있습니다. 택시를 그만두고 차라리 공사판에서 막노동하는 것이 나아요"

2일 오전 9시 제주국제공항에는 손님을 태우기 위해 공항주차장 주변을 절반 이상 둘러싸며 600~700m의 택시 행렬이 이어지고 있었다.

택시기사들은 한명이라도 손님을 태우기 위해 새벽부터 선착순 경쟁을 벌인다. 공항 출입문이 열리는 새벽 5시에는 해태동산 로터리까지 차량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진풍경도 벌어진다.

제주도내 등록된 택시는 5000여대로 인구 100명당 1대꼴로 과잉공급돼 있다. 또 렌터카와 대리운전업체 난립 등으로 택시기사들은 매일 치열한 생존경쟁을 벌여야 한다.

지난 1일 제주도내 차량용 LP가스 가격이 ℓ당 80원이 오르며 1028원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8월까지 764원을 기록했지만 지난해말 800원대, 올해초 900원대 중반까지 상승하다 결국 1000원대를 돌파하며 택시기사들을 압박하고 있다.

19년 택시를 운전해온 현용호(48)씨는 "예전에는 빈차로 시내들 돌아다니다 손님을 태워도 이득이 남았지만 현재는 LP가스 가격이 너무 올라 오히려 손해를 본다"며 "차라리 차량을 세워놓고 많은 시간을 기다려도 고정적으로 손님을 태울 수 있는 공항이나 대형유통매장에 택시들이 몰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택시기사들이 한푼이라도 아끼기 위해 공항에서 시동을 끈 채 차량을 밀면서 전진하는 모습을 쉽게 목격할 수 있다.

택시기사 경력 20년인 강창옥씨(56)는 "단거리 구간을 주행하는 택시는 평균 1시간에서 1시간 30분을 기다려야 손님을 태워도 3000원을 버는 것이 고작"이라며 "하루 종일 택시를 몰아 8만원을 벌어도 절반을 유류비로 부담해야 한다"고 하소연 했다.

또 "차라리 하루일당 5만원을 벌고 공사장에서 막노동을 하고 싶다"며 "이젠 나이가 들어 다른 직장을 구하지 못해 어쩔 수 없이 택시를 운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거리 구간을 영업하는 택시기사들은 공항에서 몇 시간을 대기해야 손님을 태울 수 있다. 택시기사들은 렌터카를 이용하는 관광객들을 바라보며 야속한 표정을 짓기도 했다.

장거리 구간을 운행하는 한성훈 택시기사(51)는 "관광객들 대부분은 렌터카를, 도민들은 시외버스를 이용해 7시간 정도를 대기해야 손님을 겨우 태울 수 있다"며 "더구나 공항에서 서귀포까지 3만원을 받아도 연료비를 빼면 1만5000원정도 남는다"고 밝혔다.

생계를 위해 많은 나이에도 불구 택시를 운전한다는 강충수씨(69)도 "택시영업으로는 생계를 유지하기 힘들어 일용직으로 전세버스 기사로 일하거나 건설현장 등에서 막노동일을 하고 있다"며 "택시업도 대중교통수단으로 인정을 받고 준공영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택시기사들은 이구동성으로 △유류비 증가에 따른 택시요금 인상 △고급손님 유치를 위한 대형택시제도 도입 △일주일 1번 의무 휴식제도 폐지 △택시업 대중교통 수단 인정 등이 시행돼야 도내 택시업계의 줄도산을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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