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앤피플 3면] 수해에 내몰린 안전도시

   
 
  ▲ 사라봉 태풍복구지역.  
 
지난해 제주를 강타한 제11호 태풍 '나리'로 제주에서 13명이 사망하고 상가와 주택, 농경지, 도로 등이 침수되거나 유실돼 1307억4600만원의 재산 피해를 냈다.

제주특별자치도는 이에 따라 1604억원을 투입,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 대부분 피해복구 공사를 마무리했으나 주민들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피해 복구가 단순 공사에 그치면서 예방책 마련에 소홀한 데다 하천 공사가 마무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 제주시 태풍피해 복구현장

지난해 태풍 나리로 산사태가 발생, 도로에 토사가 쏟아지면서 통행이 중단됐던 사라봉 임항로. 도로는 사라봉에서 무너져 내린 흙과 돌로 가득했고 굴삭기가 연신 흙을 퍼내며 복구에 주력하고 있다. 불안전한 경사면을 보완하기 위해 단계적으로 돌을 이용, 산사태를 방지하는 구조물 공사는 70% 가량 진행된 상태다.

공사 관계자는  "계단식으로 구조물을 설치하고 수목을 식재, 산사태를 방지할 예정"이라며 "공사 도중 산사태 우려지역도 찾아내 공사를 진행, 예방활동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수목 심기에 시간이 걸리면서 비가 오면  토양이 유실돼 공사기간이 연장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주민들은 "보수공사가 제대로 이뤄져 추가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이번 장마에 대한 대비책도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제주시내 곳곳이 지난해 제주를 강타한 태풍 '나리'상처 치유에 바쁘다. 제주시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현재 태풍으로 피해를 입은 228곳 중 200곳이 마무리돼 복구율은 88%에 달한다.  하지만 하천 범람 지역 등 큰 피해가 발생한 지역에 대한 근본적인 복구공사가 이뤄지지 않아 주민들이 물난리를 크게 우려하고 있다.

2일 오전 한천교. 한천교 교량가설 공사를 위해  콘크리트 옹벽 설치와 흙막이 공사가 한창이다. 또 굴삭기를 이용해 공사 중 발생한 흙을 계속 걷어내고 있으며 통수단면을 넓히기 위해 교량 기둥을 하나로 만드는 공사도 진행중이다.

공사 관계자는  "공사 기간에 맞추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휴일없이 저녁 늦게까지 철야작업을 하고 있지만 비가 얼마나 오는지가 공사기간을 결정짓는 관건"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아직까지 공사 진행률은 20% 수준에 그치고 있어 복구공사는 올 여름을 넘겨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한천 상류지역에 들어설 저류지의 규모와 계획이 확정되지 않는 등 근본적인 복구는 올해를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태풍 '나리'로 1억여원의 피해를 입었다는 한 상가 주민은 "통수단면을 넓힌 다리가 완성되더라도 복개 시설물 밑은 여전히 그대로"라며 "비가 조금이라도 많이 오면 불안해 죽겠다"고 하소연했다.  시는 교량 가설복구공사에 22억3700만원을 투입, 오는 9월15일까지 마무리할 계획이다.

시가지를 관통하는 독사천과 병문천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하천 호안복구 공사를 마무리했으나 상류에 만들어질 저류지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 확정되지 않았다. 때문에 단시간에 많은 양의 비를 쏟아붓는 국지성 집중호우로 중산간지역의 빗물이 하천으로 순식간에 쏟아져 막대한 피해를 볼 수 있는 우려를 낳고 있다. 제2·3의 나리가 재현될 가능성이 있어 저류지 건설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월평교의 인근 주민들도 추가 피해를 우려하고 있다. 복구 공사는 마무리됐으나 일부 구간인 경우 흙이 유실되거나 침식된 흔적도 확인됐으며 주변 정리가 미흡해 추가 피해의 가능성을 낳고 있다.

마을주민들은 "바닥에 있던 커다란 바위들이 준설작업을 하며 모두 깨져 버렸다"며 "주택가가 하천 인근에 밀집된 만큼 퇴적물이 쌓이지 않도록 확실하게 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 서홍천 태풍피해복구 현장.  
 
# 서귀포지역 재해예방·태풍피해복구 현장

1일 오후 서귀포시 서홍동에 위치한 서홍천. 지난해 7월부터 하천재해 예방사업에 따른 공사가 진행됐지만 마무리되지 못한 상태다.

이곳은 지난해 태풍 '나리' 내습 당시 하천 일부 구간이 범람, 수해를 입은 지역이기도 하다.

서홍천 공사는 내년 2월말 완공될 예정으로 현재 40%의 추진실적을 보이고 있다.

때문에 서홍천 주변에 공사자재는 물론 흙과 바위 등이 곳곳에 쌓여있다.

공사현장을 지켜보는 주민들도 장마철과 태풍 도래시기를 앞두고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서홍천 인근 빌라에 거주하는 한 주부는 "지난해 태풍 '나리'로 빌라와 가까운 곳이 범람했다"며 "특히 올해는 공사도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 태풍이 들이닥치지 않을까 걱정"이라며 불안감을 털어놨다.

서홍천 주변에는 빌라와 단독주택 등이 적잖게 들어서 있다.

게다가 서홍천과 불과 50m 정도 떨어진 곳에는 생수천이 흐르고 있다.

생수천은 지난해 태풍 '나리'로 직접적인 수해를 입은 하천이다. 이곳 역시 지난해 11월 추진된 태풍 피해복구 공사가 마무리되지 못했다. 

지난해 태풍 피해를 입은 서귀포시 관내 공공시설 가운데 도로와 해양시설 등은 모두 복구됐지만 하천 복구는 75% 추진실적에 머물고 있다.

지난 1999년부터 추진된 하천 재해 예방사업도 국비 확보 차질 등으로 투자실적이 52%에 불과, 집중호우에 따른 주택·농경지 침수 등의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특히 예래천과 도순천, 원제천 등은 재해 예방공사가 진행중인 상황에 태풍 피해를 입은 것으로 확인, 공사가 중복되는 문제도 지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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