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도 못고치는 행정·단체·농가의 '감귤병'이 더 문제

감귤은 단일 작목으로는 조수입이 최대 6600억원대를 기록하는 등 제주의 생명산업으로 자리하는 반면 과잉구조, 온주밀감 편중 재배, 만성적인 해거리 등 다양한 문제점을 안고 있다. 하지만 감귤산업 발전의 최대 걸림돌은 이러한 문제점을 행정·생산자단체·농가 모두가 알면서도 고치지 못하는 '감귤병'으로 지적되고 있다.<전문>

△과잉생산·만성적 해거리로 처리난
제주특별자치도농업기술원에 따르면 감귤산업은 농업부문 총생산액의 55.3%를 차지하고, 수송·자재 등 연관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포함하면 부가가치가 매우 높다.
2006년산을 기준으로 감귤 조수입은 6603억원에 이르고, 재배 규모도 전체 경지면적 5만7867㏊의 36.9%에 해당하는 2만1382㏊에 이른다.
감귤재배 농가도 3만747호로 전체 3만6465호의 84.3%에 이르는 등 높은 점유율을 보이고 있고, 조수입은 제주지역총생산액 7조5000억여원의 8.3%를 차지하고 있다.
감귤산업은 지난 1968년 농업인 소득증대 특별사업으로 채택, 본격적인 산업화가 시작되면서 1975년 1만㏊를 넘어선후 1992년에는 2만㏊를 초과, 과잉생산 구조를 나타냈다.
특히, 2007년에는 전체 재배면적 2만965㏊ 가운데 온주밀감이 92%를 차지하는 편중적인 구조로 해거리 현상에 따른 처리난이 발생하고 있다.
온주밀감은 품종 특성상 해거리가 심해 생산량이 들쑥날쑥, 유통은 물론 생산, 가격 등 모든 분야의 문제점을 초래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무 영양관리나 착과 관리를 잘못하면 해거리 현상이 심한 반면 경영관리·착과량 조절을 잘 하면 어느 정도 방지할 수 있다.
도농기원의 자체 분석 결과 지난 1996년에는 생산량이 47만9980t으로 최저를 기록한 데 비해 가격이 폭락한 2007년는 74만7376t으로 최고를 보였다.
한편, 일본은 지난 1988~1990년까지 3년간 온주밀감 재배면적은 2만2000㏊, 중만감류는 4000㏊를 감축해 310만t의 생산량을 240만t으로 구조조정하는 한편 고품질생산이 가능한 만감류를 도입, 재배면적을 분산시켰다.

△수입개방·소비자 기호 변화 대응도 미흡
감귤은 정부의 세계 여러나라와 체결하는 자유무역협정(FTA)로 위기를 맞고 있다.
한·미FTA 체결로 피해가 크고, 중국산이 캐나다·러시아 등에서 가격 경쟁력이 높은 것으로 분석되면서 제주감귤산업의 위협적인 존재로 부각되는 등 대응책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영세한 경영규모, 미흡한 유통조직 및 품질관리 체계를 비롯해 소비자 기호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실정이다.
도농기원에 따르면 도내 감귤재배 규모는 1㏊ 미만 농가가 80.2%에 이를 만큼 영세성을 보이고 있다.
또 도내 19개 회원 농협, 1개 감협, 지소 67곳은 물론 상인단체·영농업인·작목반 등 666곳의 선과장을 통해 제각각 출하함으로써 반출량 조절이 불가능, 시장에 체계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이와함께, 육안과 규격으로 품질을 판별하는 한편 선과규격도 9단계로 세분화, 유통과정에서 시간·경비가 많이 소요되고 있다고 도농기원은 품질관리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특히, 소비자들이 3~5번과를 선호하고 있지만 이에 해당하는 생산비율은 2007년산 33.7%, 2006년산 37.4%로 나머지 규격에 비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제주시내 한 감귤작목반에서 현재 수출이 금지된 9번과를 가공용으로 보내기 위해 선별작업을 하고 있다.  
 
△작은 실천이 성과를 거둔다
감귤산업이 안고 있는 문제점은 문제를 알면서도 고치지 못하는 '감귤병'으로 지적되고 있다.
재배면적 감축, 유통체계 조직화, 소비자 만족도 향상 등의 해법이 제시됐지만 행정·단체·농가들의 실천으로 이어지지 않으면서 성과를 얻지 못하고 있다.
폐원 등은 재정확보 문제로 더디게 진행되고 있고, 유통체계 조직화를 위한 제주도의 선과장 통폐합 정책은 매년 '선언적인' 발표에 그치는 실정이다.
특히, 감귤이 지방선거 과정에서 표를 얻는 '정치작물'로 변질되면서 구조조정에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영세 농가를 구조조정하면 선거과정에서 패배할 것을 우려,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제주도 역시 정부의 새로운 농정방향에 맞춰 구조조정에 나서는 제주도의 인식전환이 시급하다.
정부는 전업농, 성장가능 중소농, 60세 이상 고령농, 취미·부업농의 4개 농가 유형별로 분류하는 한편 한정된 농정예산을 전업농, 성장가능 중소농에 집중하고 있다.
지방선거의 표를 의식하기 보다 제주 생명산업이라는 감귤의 중요성에 맞춰 취미농 등 경쟁력이 없는 농가를 지원대상에서 배제하는 경쟁력 강화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감귤산업이 지속적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상품 생산 및 시장 경쟁력을 강화, 소비자를 감동시키는 행정·단체·농가의 실천이 중요하다. 박훈석 기자 hspark@je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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