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드> 제주대병원 이전 명암
병원 이전 후 손님 발길 뚝 끊기며 폐업·철시 줄이어

   
 
  ▲ 제주대학교 병원이 있던 삼도동 인근에는 병원을 따라 이전하거나 손님들의 발길이 끊기면서 문을 닫은 점포들이 늘고 있다. /박민호 기자  
 
 제주시 삼도동 옛 제주대병원 앞에서 수년째 의료기를 판매했던 이모씨(70)는 요즘 걱정에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제주대병원 이전으로 수년째 운영해온 의료기 판매점 간판을 내리고 어떤 일을 해야할 지 고민에 빠졌기 때문이다.

 제주대병원이 중앙로 시대를 마감하고 아라동 시대를 열기 시작한 30일 옛 병원 주변 상가에서는 이씨처럼 생계를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병원 이전으로 장의사와 음식점, 여관 등 인근 상가들이 병원 이전으로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에 들어가면서 향후 대책을 놓고 고민하고 있는 것이다.

 이곳에서 상가를 운영하던 사업자들은 기존 사업을 아예 포기한 사람에서부터 남은 임대기간동안 어쩔수 없이 버티는 사람, 병원 자리에 들어설 대학기관에 기대를 거는 사람, 건물과 토지를 소유하고 있어 이러지도 저리지도 못하는 사람 등 가지각색이었다.

 다만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걱정이 태산같다는 것이었다.

 한창 영업할 시간인 오전 12시를 전후해서도 일부 음식점은 문을 열었을 뿐 손님은커녕 파리만 날리고, 주인이 떠나 문을 닫은 음식점과 장의사, 약국 등은 철문이 굳게 닫혀 이곳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사정이 이러다보니 병원 이전에 따른 주먹구구식 후속대책을 질타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인근에서 10년 넘게 슈퍼를 운영하는 김모씨는 "병원 이전이 하루 아침에 이뤄진 것도 아닌데 수년동안 후속대책을 마련하지 않았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며 "결국 이렇게 표류하다 지역상권만 다 죽게 되는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반면 일부 주민들은 즉흥식 도심캠퍼스 추진보다 계획적인 도심공원 조성 등을 주문하기도 했다.

 제주대병원 운영당시 유동인구 증가로 주변 주차난이 가중돼 인근 거주 주민들이 피해가 많았던 만큼 병원 부지 일부만 평생교육원 등 학생들의 수업권에 지장이 없는 대학을 이설하고 나머지 공간에 도심 공원을 조성, 주민의 삶의 질을 높여줄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제주대병원 이전으로 지역상권이 공황상태에 빠져들고 있지만 이에 대한 답을 내놓아야 할 제주대와 제주특별자치도 등이 뽀족한 묘수를 내놓지 못하고 있어 이 곳 상가와 주민들의 시름은 깊어만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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