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 2006년 사업비 23억여원 투입해 설치
부식되거나 고장난 채 방치…사후관리 허술

   
 
  제주시가 지난 2006년부터 설치한 해안도로 야간경관조명이 당국의 관리소홀로 제주의 경관을 해치는 흉물로 변해가고 있다. /박민호 기자  
 

 야간관광 활성화를 위해 설치된 제주시 해안도로 경관조명시설이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있다. 설치된지 3년여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잦은 고장으로 해안경관만 훼손하는 등 '명물'이 아닌 '흉물'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사정이 이런데도 제주시는 체계적인 조사를 통한 유지보수는커녕 현장 현황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부실관리로 일관, 빈축을 사고 있다. 
 
 △어떻게 조성됐나
 제주시는 지난 2005년 12월부터 2006년 7월까지 용두암∼도두봉 해안도로 2.5km 구간에 야간관광 활성화를 위해 사업비 23억6000여만원을 들여 경관조명시설 공사를 벌였다.
 제주시는 경관조명시설 준공 당시 '자연을 걷다. 빛을 만나다. 바다를 느끼다'라는 주제로 어영카페촌 일대는 별빛조명을, 바람의 언덕 일대는 갈대조명을, 속칭 다끄네 포구와 도두봉 일대에는 가로등형 조명을 각각 설치, 구간별로 차별화했다.
 또 연대와 도두봉 일대에는 높이 7.5m, 날개길이 1.3m의 풍차형 가로등 20세트를 설치해 바람의 고장인 제주를 시각적으로 느낄 수 있도록 하는 한편 해안도로 전 구간에 바다를 향해 투광기 324세트를 설치, 주변 분위기를 살리는데 주력했다.
 이외에도 가로등형 조명등 30세트, 별빛·갈대조명이 각각 720세트와 474세트가 설치됐다.
 사업이 완료되자 제주시는 야간관광자원화 및 시민휴식공간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부했다.
 
 △3년여만에 흉물로 전락
 해안도로 야간경관조명시설이 명물이 될 것이란 시의 기대는 3년여만에 물거품이 되고 있다.
 확인결과 해안도로에서 도두봉에 이르는 사업 구간에 설치된 상당수 조명시설이 고장난 채 방치되는가 하면, 녹이 슬어 주변 미관마저 훼손하는 등 명물이 아닌 흉물로 전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바다와 보행자도로를 함께 비추도록 설치된 가로등형 조명은 보행자도로를 비추는 조명이 모두 고장난 채 방치되고 있으며, 도로에서 바다를 비추는 투광기도 50% 이상 고장나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 바람의 언덕 일대에 설치된 일부 바람개비는 떨어져 나가 쇠막대만 남아 있는가 하면 사람의 진입을 막기 위해 설치된 철제 휀스도 부식이 진행중인 상태다.
 이외에도 환경훼손 논란속에 바다 암반에 설치된 조명도 30% 가까이 고장난 상태며, 제주바람을 시각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설치된 풍차형 가로등도 녹이 슬어 방치되는가 하면 일부는 날개가 떨어져 나간 채 방치되고 있다.
 
 △줄줄 새는 혈세…사후관리 낙제점  
 문제는 야간경관조명시설이 흉물로 전락하고 있지만 사후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14일 확인결과 제주시는 현재 조명시설이 설치된 구간에 고장난 채 방치되고 있는 조명등이 몇 세트에 이르는지 현황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 해풍에 의해 부식으로 고장이 자주 발생하는 등 근본적인 대책마련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고도 3년여동안 땜질식 보수로 일관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매년 4000만∼6000만원이 유지보수비로 투입되는가 하면 전기료로 3000만∼5000만원이 사용되는 등 혈세만 낭비되고 있는 상태다.
 이에 대해 제주시 관계자는 "사업 구간에 해풍 등의 영향으로 조명등이 자주 고장나고 있다"며 "현장조사 등을 거쳐 고장난 조명등을 교체토록 하겠다"고 말했다. 현민철 기자 freenation@je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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