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드]도립서귀포예술단 '불화설' 원인은

▲ 서귀포관악단
서귀포합창단·관악단 지휘자 잇딴 사퇴
재정·인력 등 부족 해결 안돼 갈등 야기
 
최근 도립서귀포예술단의 잡음이 거세지고 있다. 지휘자들이 한꺼번에 잇따라 사퇴한 배경에 대한 설왕설래가 늘어나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지휘자와 단원들의 갈등으로 보이지만, 속사정은 예산·단원 충원 등의 행정적 지원이 부실해 갈등을 부추겼다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모두가 원하지 않았던 '갈등'
 
도립서귀포예술단 소속의 서귀포합창단과 서귀포관악단의 상임 지휘자가 최근 사퇴했다.
 
15년간 합창단을 이끌어온 홍성호 지휘자는 지난해 5월에, 17년간 관악단에 몸담은 양경식 지휘자는 지난 7일 자진 사퇴했다.
 
원인으로 '단원들과의 불화'가 가장 먼저 꼽혔다. 양경식 지휘자는 7일 성명서에서 '하극상' '쿠데타' 등의 단어를 사용하며 격한 심정을 토로했다. 
 
그러나 단원들 역시 이러한 결말을 원한 건 아니었다. 그들은 더 나은 '예술 환경'을 위한 '아우성'을 냈을 뿐이었다. 그들의 요구는 대체로 '상임 지휘자 교체'였다.
 
상임 단원들과의 '비정상'적인 운영 체계로 야근근무로 인한 불만은 생겨날 수밖에 없었다.
 
'상임' 지휘자 교체는 자연스러운 수순이었고, 지휘자들도 공감했다. 그런데 '막장'으로 결론이 나버렸다.
 
행정 책임 피할 수 없는 이유
 
중재자인 행정의 소극적인 태도가 갈등을 부추겼다는 것이 중론이다.
 
모든 지역 예술계 사정처럼, 도립서귀포예술단의 사정도 열악했다. 부족한 단원 수와 예산 등에 대한 불만은 오래전부터 제기돼 왔다.
 
서귀포시는 2013년 합창단에 10명, 관악단에 10명 등의 단원을 충원했지만 현실은 충분치 못했다. 
 
관악 공연은 50~60명의 연주자로 이뤄지는데, 서귀포관악단 단원은 충원해도 39명에 불과했다. 객원 연주자과 일정을 맞추다 보면, 야간근무는 불가피했다.
 
또 총 예산은 2013년 18억원, 2014년 26억원에서 올해 31억원으로 점차 늘어났지만, 인건비가 늘어난 만큼 운영비는 늘어나지 않았다. 
 
더구나 시는 2012년부터 제기돼 온 '상임 지휘자 교체'건을 수년간 해결 못해, 결국 '단원들과의 불화로 지휘자를 쫓아낸 꼴'을 만들었다.
 
서귀포시는 "예술활동 환경을 개선하려고 노력하지만, 예술계에 풍족한 재정이 어딨겠냐"며 "무던히 노력해도 결론은 부족할 뿐"이라고 말했다.
 
'갈등'은 개개인의 잘못이 아닌, 환경이 초래한 '악재'다. 이러한 갈등을 보다 적극적으로 중재하지 못한 '관리자' 서귀포시가 파행의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는 이유다. 
 
10여 년 동안 열악한 서귀포시 문화계를 이끌어온 지휘자들의 마지막 모습은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이소진 기자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