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D-90 이후 '현역 프리미엄' 상당 정도 없어져 '경쟁적 등록'
충북·서울·경남 순으로 현역 등록률 높아…유권자와 접촉 넓혀
바닥 표심 '바꿔 열풍'에 위기감…중진인 다선 의원도 서둘러 참여

4·13 총선을 두 달 남짓 앞두고 현역 국회의원들의 예비후보 등록이 잇따르고 있다. 정치신인들과 원외 인사들 뿐만아니라 현역 의원들도 예비후보 등록 대열에 앞다퉈 가담하면서 4·13 총선 선거운동이 벌써부터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예전의 경우 현역 의원들은 당으로부터 공천이 확정되면 후보 등록을 마친 뒤 선거운동에 본격적으로 뛰어드는 게 대체적인 경향이었다. 과거엔 현역 의원으로서 할 수 있는 통상적인 활동만으로도 어느 정도 선거운동에 버금가는 표밭갈이를 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지난달 14일을 기점으로 의정보고회 개최와 의정보고서 배포 등이 금지되면서 이른바 '현역 프리미엄'이 상당 부분 사라졌다. 거기에다가 이번의 경우 여야 모두 상향식 공천이 확립돼 가면서 경선을 통한 후보결정이 대세를 이루고 있어 밑바닥 민심을 다지는 것이 재선에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또 헌재 결정에 따라 지역구 인구편차를 기존 3대1 이내에서 2대1 이내로 조정하면서 선거구의 대폭적인 변동이 예상되지만 선거구 획정이 늦어져 불확실성이 높아진 점도 작용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렇다보니 현역 의원이란 점만 믿고 있다가는 정치신인들의 거센 도전에 직면할 수 있다는 판단에 제한적으로나마 허용되는 선거운동에 일찍 뛰어들기 위해 너도나도 예비후보 등록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예비후보자로 등록하면 공식 선거운동 개시일(3월 31일) 전이라도 간판·현판·현수막을 내걸고 선거운동을 할 수 으며, 사무장을 포함한 3명 이내의 선거사무원을 둘 수 있다. 어깨띠나 예비후보자임을 보여주는 표지물 장착도 가능하다.

아울러 19대 국회가 '최악의 국회'라는 비판이 일면서 '현역 의원 물갈이론'이 비등하자 '민심의 바다'로 뛰어들어 유권자들과의 접촉면을 넓히며 '바꿔 열풍'에 온 몸으로 맞서는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중앙선관위에 따르면 9일 기준으로 현역 의원 137명이 예비후보로 등록을 마치고 지역구 현장을 누비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재적의원 292명에다가 불출마를 선언한 여야 의원 10여명을 감안하면 사실상 현역 의원 중 절반 정도가 예비후보로 등록한 셈이다.

소속 정당별로 살펴보면 새누리당 75명, 더불어민주당 56명, 국민의당(가칭) 2명, 정의당 4명이다. 다만, 예비후보로 등록한 더민주 노영민 의원(3선·충북 청주흥덕을)은 최근 20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비율로 따지면 새누리당 의원 48%, 더민주 의원 51%, 국민의당 의원 12%, 정의당 의원 80%가 예비후보로 이름을 올린 상태다.

중진인 다선 의원들도 예비후보 등록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다. 5선인 더민주 정세균(서울 종로)·이미경(서울 은평갑)·이석현(경기 안양동안갑) 의원을 비롯해 4선의 새누리당 이주영(경남 창원마산합포), 더민주 신계륜(서울 성북을)·신기남(서울 강서갑)·추미애(서울 광진을), 국민의당 김영환(경기 안산상록을)·김한길(서울 광진갑) 의원도 예비후보로 등록했다. 이주영 의원을 제외하면 이들은 모두 수도권에 지역구를 두고 있다.

지역별로는 충북의 의석수 대비 현역의원 예비후보 등록률이 88%로 가장 높다. 이어 서울(81%), 경남(75%), 대구(67%), 제주(67%), 전북(55%), 경기(54%), 대전(50%) 등의 순이다.

더민주와 국민의당이 격전이 펼칠 것으로 예상되는 광주에는 예비후보로 등록한 현역 의원이 전무하다. 광주 출신 의원들이 야권분열 국면에 접어들면서 장기간 거취를 고민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한 초선 의원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예비후보가 되면 일단 명함을 나눠주고 유니폼을 입은 채 선거운동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며 "유권자들도 까다로워져서 요즘엔 무조건 현역이라는 것만 내걸면 재선되기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예비후보자 등록제도는 현역 의원과 정치 신인간의 선거운동 기회 불평등을 줄여보려는 취지로 2004년 16대 총선을 앞두고 처음 도입됐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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