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잔류파 '통합내각'될 듯…언론들 "해먼드 외무, 재무장관에 기용" 

리사 메이(59)가 13일(현지시간) 영국 총리에 취임한다.

'철의 여인' 마거릿 대처가 1990년 총리에서 물러난 지 26년 만에 두 번째 여성 총리로 취임한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이탈) 국민투표 이후 20일 만이다.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는 이날 낮 의회에서 마지막 '총리와의 질의응답'을 마친 뒤 버킹엄궁에서 엘리자베스 2세 여왕에게 사임 의사를 공식 전할 예정이다.

이어 메이가 다수당 대표 자격으로 여왕을 만나 내각 구성을 위임받고 다우닝가 10번지(총리 관저)로 돌아와 총리에 취임한다.

메이 신임 총리는 48시간 내 새 내각을 짜야 한다. 새 내각 장관은 이르면 이날 저녁부터 발표될 것으로 예상된다.

EU 잔류를 지지했던 메이 총리는 전날 "국민은 유럽연합(EU)을 떠나는 데 찬성했고, 총리로서 우리가 EU를 떠난다는 것을 분명히 할 것"이라며 브렉시트 내각이 될 것임을 강조했다.

메이는 새 내각을 짜는 대로 EU 27개 회원국과 새로운 관계를 정하는 브렉시트 협상 준비에 착수할 것으로 예상된다. 메이는 연내 공식 협상을 시작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또 메이는 "국민투표는 EU 탈퇴를 위한 투표였지만, 진지한 변화를 위한 투표이기도 했다"며 "소수 특권층이 아니라 모두를 위해 일하는 나라의 비전을 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근로자이사제 도입, 경영진 보수지급안에 대한 주주총회 표결의 구속력 부여, 주택보급 확대, 가계의 에너지 비용 인하, 탈세 엄중 단속 등을 약속했고, 재정 긴축 완화도 시사했다.

브렉시트 결정을 이끈 배경 중 하나로 지목되는 세계화에서 소외된 계층의 불만을 염두에 두고 있음을 내비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내각 진용과 관련해서는 "당을 단합하는 능력"을 강조한 점에 비춰보면 잔류파와 탈퇴파를 두루 기용하는 통합 내각 성격을 띨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브렉시트 결정 이후 경기 침체에 직면한 경제를 책임질 재무장관으로 필립 해먼드 외무장관이 기용될 것이라는 공감대가 있다고 BBC 방송은 전했다.

탈퇴 진영에서 "공포 프로젝트"를 한다는 비난을 받았던 캐머런 내각의 2인자 조지 오즈번 재무장관의 거취는 메이 내각의 성격을 규정할 것이라고 일간 텔레그래프는 평했다.

메이를 지지했던 탈퇴파 크리스 그레일링 하원 원내대표는 브렉시트 협상을 이끌 브렉시트차관에 기용될 것이라는 관측들이 많다.

이외 EU 탈퇴 운동을 이끈 보리스 존슨 전 런던시장은 보수당 의장이나 문화부 장관으로, 마이클 고브 법무장관은 유임 또는 외무장관을 맡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대표 결선을 중도 포기해 메이에게 총리직을 안겨준 앤드리아 레드섬 에너지차관은 환경장관이나 기업장관으로 승진될 가능성이 있다고 현지 언론들은 점쳤다.

캐머런은 2010년 보수당을 총선 승리로 이끈 이후 6년 2개월 만에 브렉시트 국민투표 패배의 책임을 지고 총리직에서 물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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