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기영 소설가 '대 잇는 기억계승' 강조

평화 교육을 통해 ‘역사’ ‘민족’ ‘민중’의 화두와 함께 했던 제주 4.3의 흐름을 회복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21일 제6회 제주4.3평화포럼 일환으로 진행된 제15회 역사인식과 동아시아평화포럼 제주대회에서 한국을 대표해 기조 보고에 나선 현기영 소설가는 ‘제주 4.3’을 중심으로 균형 있는 평화.역사 교육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망각에 저항하는 기억운동’ 주제로 발표한 현 소설가는 “오래고 지난한 민주화 운동 과정에서 4.3운동도 특별법과 대통령 사과, 추념일 지정 등의 성과를 얻었지만 그 후 시간이 흐르며 시들해진 경향이 있다”며 “어둠 속에서 빛을 발하던 4.3이 그 밖으로 나오며 희석되는 데 대한 자각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제주 4.3 기억운동이 필요한 이유”라며 “기억을 되살려 끊임없이 되새기고, 미체험세대가 대를 이어 그 기억을 계승하는 ‘재기억(rememory)’이 그 중심이 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제주 4.3에 있어 아직까지 역사적 기억의 일부만 용납되고 있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며 “양민 피해자의 억눌렸던 기억의 담론화에 더해 항쟁 패배자의 기억을 회복시키는 일이 제주 4.3의 남은 과제”라고 강조했다.

현 소설가는 “지금 상황에서 국정 역사교과서는 제주 4.3 기억운동의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며 “4.3 이라는 대참사를 새국가 건설에 따른 불가피한 사건으로 왜곡하거나 무시되거나 수박 겉핥기식 언급을 한다면 불행한 과거를 반복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경계했다.

또한 “성공과 영광만 강조할 것이 아니라 실패와 치욕에서 교훈을 얻어낼 때 ‘불구의 역사 교육’이란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다”며 “4.3다크투어리즘 자체가 평화교육이 될 수 있다. 그 범위를 제주 전체에 확장하는 발전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제주4.3평화재단과 아시아평화와 역사교육연대가 공동 주최한 이번 평화포럼 한국(아시아평화와 역사교육연대.참여연대평화군축센터.전국역사교사모임).중국(사회과학원근대사연구소.사회과학문헌출판사.중국우의촉진회).일본(제15회 역사인식과 동아시아 평화 포럼 실행위원회)가 참여했다. ‘평화의 섬 제주에서 생각하는 동아시아 평화와 역사 화해’를 대주제로 동아시아의 역사 교육 실태와 과제, 기억의 계승과 시민 활동 등을 폭넓게 다뤘다. 한중일 3국 공동역사교재 편찬을 위한 논의도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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