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드] '방한금지령' 한 달 '유커없는 섬' 현실로

중국의 '방한금지령'으로 중국인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겼던 제주시 용두암에는 3일 수학여행단과 내국인 관광객들이 찾아와 오랜만에 북적이는 모습을 보였다. 고경호 기자

16일 이후 중국발 크루즈선 전무…하늘길도 대폭 축소
업계 도민·내국인 마케팅 강화 등 '의존도 낮추기' 강화

지난달 2일부터 시작된 중국 정부의 '방한금지령'은 한 달이 지난 현재까지 지속되고 있다. 중국발 충격에서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치던 제주 관광업계는 불과 1개월 만에 중국 의존도 낮추기 등 시장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외부자극으로 촉발된 제주관광의 내실다지기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자취 감춘 유커

중국의 '사드 보복'이 본격화된 지 단 한달만에 제주는 '유커없는 섬'이 됐다.

제주도관광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제주를 찾은 유커는 7만7255명으로 지난해 19만9952명 보다 61.4% 감소했다.

특히 방한 관광이 전면 중단된 지난달 16일 이후 31일까지 제주를 방문한 중국인은 전년 대비 85.3% 급감한 1만5778명에 그치는 등 사드 보복이 현실화됐다.

유커 감소는 중국과 제주를 잇는 통로가 전면 차단되면서 더욱 심화되고 있다.

지난달 15일 제주항에 도착한 '코스타 세레나호' 이후 2일 현재 중국발 크루즈 입항 횟수는 전무하다.

하늘길 역시 북경·푸동·광저우 등 14개 노선 120여편이 10월28일까지 운항을 중단하는 등 직항노선 축소가 잇따르고 있다.

△중국어 대신 제주어 현수막

갑작스런 유커 급감은 제주관광 업계는 물론 지역상권에도 막대한 변화를 가져왔다.

3일 제주시중앙지하상가를 확인한 결과 매대마다 가득 써 붙였던 중국어 홍보물은 사라지고 '혼저옵서예'라고 적힌 제주어 현수막이 부착돼 있었다.

고정호 제주중앙지하상점가조합 이사장은 "각 상점들은 중국어 간판과 가격표를 철거하고 도민 대상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며 "무슬림 및 동남아 관광객을 위해 기도실 설치와 다국어 가격표 제작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커들로 북적였던 제주시 바오젠거리는 넘쳐나는 내국인들로 다시 활기를 찾고 있으며, 배터리 케이블까지 뺄 정도로 운행에 나서지 못했던 전세버스 업계는 내국인 단체 관광객과 수학여행단에 힘입어 50% 이상의 예약률을 기록하고 있다.

도내 관광업계 관계자는 "관광호텔 등 숙박업계 역시 소셜커머스 등 온라인을 통해 내국인 유치에 나서고 있다"며 "사드 여파로 제주 관광시장이 변화하면서 업계의 유커 의존도 낮추기도 두드러지고 있다"고 말했다.

△홍콩·싱가포르·무슬림 증가

'방한금지령' 이후 불과 한 달 만에 제주관광의 시장다변화도 서서히 성과를 보이고 있다.

올해 1~3월 제주를 찾은 홍콩 관광객은 모두 8023명으로 전년 대비 99.7% 급증했으며, 싱가포르 관광객도 72.6% 증가한 8241명을 기록했다.

또 무슬림인 말레이시아 관광객도 지난해 1만146명에서 올해 1만4303명으로 증가하는 등 유커들이 사라진 자리를 다국적 관광객들이 채우고 있다.

고승익 도관광협회 마케팅국장은 "정부 차원에서 수학여행단의 제주행을 권장하고 있는데다 1일부터 국내·외 관광객 유치를 위한 '그랜드세일'이 추진되고 있는 만큼 제주행 관광객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고 말했다. 고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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