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성공 주장에 대해 미국 정부가 고강도 제재를 예고하면서 5일(이하 현지시간) 시작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서 관련 논의가 시작될 전망이다.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은 4일 발표한 성명을 통해 "미국은 더욱 강력한 조치로 북한의 ICBM 시험에 대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고, 이에 앞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의 통화 때는 유엔 안보리 차원의 강력한 조치를 비롯, 대북제재와 압박의 강도를 높여나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에 대해 외교부 당국자는 "한미일 3국의 요청에 따라 유엔 안보리 회의가 개최될 예정"이라며 "정부는 안보리 결의를 명백히 위반한 북한의 도발에 상응하는 안보리의 조치를 미국 등 이사국과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한·미·일은 7∼8일 독일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계기에 6일 진행할 정상 만찬을 통해 전략을 논의한 뒤 북핵 6자회담 수석대표 협의를 추진함으로써 대응 방안을 구체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은 안보리 이사국이 아니지만 작년 핵실험 등 북한의 도발시 한반도 문제의 직접 당사자로서 제재 결의에 들어갈 요소 등에 대해 발언권을 행사해왔다.

유엔 안보리에서 미국 주도로 신규 대북제재 결의가 추진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관심은 신규 결의의 내용과 수위다.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에 대해 안보리 제재 결의가 채택된 전례는 있지만 북한이 ICBM이라고 주장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라 참고할 전례도 마땅치 않다.

일단 북한 스스로 ICBM 발사라고 주장하고 있고, 틸러슨 장관도 성명에서 'ICBM 시험'이라고 규정한 만큼 과거 북한 장거리 로켓 발사에 대한 제재를 추진할 때에 비해 미국의 상황 인식은 한결 엄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본토 일부를 핵 공격의 사정권 안에 두는 ICBM의 전략적 함의를 감안할 때 일각에서는 미국이 핵실험에 버금가는 고강도 제재를 추진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미국이 추진할 제재 중 경제적인 것으로는 대북 석유수출 차단 또는 축소, 북한 노동자의 신규 해외 송출 금지 등이 검토될 가능성이 있다. 특히 틸러슨 장관이 성명에서 "북한 노동자를 초청하거나 북한 정권에 경제적, 군사적 이익을 주거나, 유엔 대북 제재를 이행하지 못하는 나라들은 위험한 정권을 돕고 방조하는 것"이라며 북한 노동자 수출을 가장 먼저 거론한 것이 눈에 띈다.

미국 주도의 고강도 제재가 이뤄질지 여부는 결국 미중간 줄다리기 결과에 상당부분 달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중국 본토 은행을 제재하고, 중국이 아킬레스건으로 여기는 대(對) 대만 무기 판매를 승인하는 등 4월 트럼프-시진핑 정상회담 이후 이어진 미중의 대북공조 밀월기가 끝나는 듯한 징후가 최근 곳곳에서 감지되는 상황이다.

그런 만큼 미국은 1차적으로 거부권을 가진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이 안보리 차원의 고강도 대북 제재 결의를 수용하라고 강하게 요구할 전망이다. 만약 중국이 불응할 경우 북한과 거래한 중국 기업들을 일괄 제재하는 세컨더리보이콧 카드를 뽑거나 대만으로의 무기 수출을 늘리는 등의 독자 행보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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