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드] 금한령 장기화 '생존기로' 상권

바오젠거리. 사진=김대생 기자

업종 변경·자금 융통 등 자구책 마련 혈안
손님감소로 권리금 떨어져 내놓지도 못해

중국의 '방한금지령'이 장기화되면서 제주시 바오젠거리 상인들의 속앓이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중국인 관광객 감소로 매출이 반토막 났지만 매년 오르던 임대료는 요지부동인데다 권리금마저 포기해야 할 상황에 이르면서 "더 이상 버틸 재간이 없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생존 자구책 마련 혈안

10일 제주시 바오젠거리를 확인한 결과 입구에 '점포 정리'를 써 붙인 가게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옷가게, 기념품점 등 유커 감소로 직격탄을 맞은 가게들이 남은 임대 기간 업종을 변경해서도 손해를 메워보려는 궁여지책이었다.

토산품 가게를 운영하는 A씨는 "금한령 이후 매출액은 전년 대비 10분의 1 수준"이라며 "영업시간을 단축해 인건비와 전기세를 줄여봤지만 임대료 내기에는 버겁다"고 말했다.

올해 초 임대 계약을 맺은 가게들은 금한령 해제에 대한 기대감이라도 가질 수 있지만 계약 연장을 코앞에 둔 점포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약사 B씨는 "10월이 재계약인데 임대료를 마련하지 못해 거리에 나앉게 생겼다"며 "지난해에도 임대료가 올라 대출을 받았는데 아직 상환하지 못해 추가 대출은 불투명하다"고 토로했다.

유커들의 막대한 구매력으로 매출 고공행진을 이어가던 화장품 가게 역시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중국어 능통 직원을 단 1명만 두는 등 가게마다 생존을 위한 자구책 마련에 열을 올리고 있다.

△자발적 낮추기 불가

제주시내 공인중개사사무소를 통해 확인한 바오젠거리 상가의 1년 임대료는 △10평 1500만원(보증금 2000만원) △20평 2500만원(〃 3000만원) △30평 3000만원(〃 3000만원) 선이다.

위치와 유동인구 등 입지 조건이 뛰어난 상가의 임대료는 평균치의 갑절 이상을 상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상가 임대료가 유커들의 증가세에 맞춰 매년 상승했지만 금한령으로 유커 발길이 끊긴 이후에도 떨어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바오젠거리 상인들은 "임대료를 낮춰 달라고 요구하면 나가라고 할 게 뻔하다"며 "상권 보호를 위해 행정에서 건물주에게 세금 혜택 등 인센티브를 주지 않는 한 자발적인 낮추기는 불가능하다"고 입을 모았다.

지난 2014년 5억5000만원대까지 오른 권리금 역시 상인들의 발목을 붙잡고 있다.

입지 조건을 이유로 내야하는 '바닥권리금'과 기존 손님들과 인테리어를 그대로 가져간다는 명분의 '영업권리금' '시설권리금' 등 수억원대의 권리금을 지불해 장사하고 있는 상인들로서는 사드 여파에 따른 손님 감소로 1억원대까지 떨어진 권리금을 받고 가게를 내놓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공인중개사 C씨는 "최근에 계약을 체결한 바오젠거리 내 14평 규모 상가의 권리금은 1억3000만원이었다"며 "상인들은 가게를 내놓고 싶어도 권리금을 빼지 못해 손해를 보더라도 장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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