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BM 장착할 수소탄 제작" 주장하며 북미 '강대강' 구도
신형 ICBM·SLBM 도발 택할수도…한반도 긴장 더 높아져

북한이 3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장착할 최첨단 수준의 수소폭탄을 만들었다고 주장하면서 한반도 긴장의 수위를 한층 더 끌어올렸다.

이에 따라 지난해 1월 4차 핵실험 당시 수소탄 시험에 처음 성공했다고 주장했던 북한이 정권수립 69주년 기념일인 오는 9일(9·9절)이나 노동당 창건일인 다음달 10일 등을 계기로 6차 핵실험과 같은 대형 도발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다.

북한이 이날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핵무기병기화사업 현지지도 소식을 공개하면서 새로 제작한 ICBM 전투부(탄두두)에 장착할 수소탄을 봤다고 주장한 것은 국제사회의 도발 중단 요구를 받아들이는 대신 '위협 제고'로 응답한 셈으로 볼 수 있다.

이는 일본 상공을 통과해 북태평양상으로 지난달 29일 발사한 IRBM(중장거리탄도미사일)인 '화성-12형' 발사 도발에 대응해 미국이 전략무기인 B-1B 2대와 F-35B 4대를 처음으로 동시에 한반도 상공에 전개하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대화는 답이 아니다"고 말한 데 대해 '강 대 강'의 대치 행보를 계속한 것이다.

미국의 대북정책 전환을 요구하며 '북미관계의 총결산'을 주장하는 북한 입장에서는 더욱 대미 압박을 끌어올릴 필요성이 높아졌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미국을 압박할 다음카드를 준비해야 하는 상황에서 ICBM에 장착할 수소탄 제작을 주장하고 위협수위를 끌어올리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연철 인제대 교수는 "북한은 미국의 정책전환이라는 요구가 수용될 때까지 핵과 미사일 능력을 보여주는 경로를 지속해서 밟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각에서는 북한의 이런 태도가 김정은의 핵무기 보유 욕구에 영향을 받고 있어서 쉽게 중단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내놓는다.

핵미사일 보유를 통해 주민들의 안보불안감을 해소하며 핵보유국이라는 자긍심을 심어 체제결속을 노리고 김 위원장의 업적을 부각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이제 주목되는 것은 북한의 다음 행보다.

일단 성능을 강화한 수소탄 제작을 주장한 만큼 6차 핵실험을 감행할 가능성이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북한이 핵실험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것 아닌가 싶다"면서 "북한이 4차 핵실험 당시 수소탄 실험을 했다고 했는데 이번에는 폭발규모를 상당히 키우는 핵실험을 예고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서주석 국방부 차관도 지난 31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북한이 6차 핵실험을 한다면) 이번에는 북한이 주장하는 수소폭탄이나 증폭핵분열탄 식으로 상당히 강력한 위력을 보여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국가정보원도 최근 국회 정보위원회에 북한이 김정은 위원장의 결단이 있으면 단기간의 준비로 언제든지 핵실험을 할 수 있게 풍계리 핵실험장의 갱도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북한은 지난해 5차 핵실험을 정권수립일인 9월 9일에 강행했다. 하지만 6차 핵실험이 걷잡을 수 없는 파문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번에는 핵실험을 하더라도 엿새 앞으로 다가온 정권수립일보다는 노동당 창건일인 10월 10일 등의 기회를 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핵실험이 아니더라도 지난달 29일 IRBM의 첫 정상각도 발사로 괌 타격 능력을 우회적으로 보여준 북한이 다음 도발로 신형 ICBM급으로 추정되는 '화성-13'이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북극성-3' 등을 발사할 수도 있다.

북한은 지난달 23일 김 위원장의 국방과학원 화학재료연구소 시찰 사진을 공개하면서 화성-13과 북극성-3의 개략적 구조도를 의도적으로 노출한 바 있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 도발의) 다음 순서는 (수소탄이 아닌) 다른 관련이 있는 것일 수도 있다"면서 "전술적 도발이 될 수도 있고 화성-13이나 북극성-3을 새롭게 날리는 방법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