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개혁의 무거운 과제를 안고 6년 임기를 시작하는 김명수(58·사법연수원 15기) 차기 대법원장은 우선 인적 쇄신을 통해 '김명수 사법부'의 지향점을 뚜렷이 내보일 것으로 관측된다.

24일 법원 안팎에 따르면 대법원은 김 대법원장 취임과 함께 내년 1월 1일 퇴임하는 김용덕·박보영 대법관의 후임자 인선 작업에 착수한다. 김 대법원장에게 주어진 13장의 대법관 임명제청 카드 중 첫 2장을 사용하는 것이다.

대법원은 국민에게 대법관 후보를 추천받는 '국민천거' 공고를 내달 내고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를 꾸려 3∼4배수의 후보군을 추릴 예정이다. 후보군 중 대법원장이 적임자 한 명씩을 대통령에게 제청하는 식인 만큼 대법원장의 영향력은 절대적이다.

당장 내년 11월까지 전체 대법관의 절반에 가까운 6명이 교체될 예정이어서 그동안 보수적인 성향이 강하다는 평가를 받았던 대법원의 이념 지형이 크게 바뀔 전망이다.

특히 첫 대법관은 김명수 대법원이 추구하는 가치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인물이 될 확률이 높다. 법조계에서는 진보성향 판사·변호사 등을 중심으로 하마평이 나온다.

법원 내부에서는 김 차기 대법원장의 연수원 기수가 전임 양승태(69·2기) 대법원장보다 13기나 낮다는 점에서 새 대법관의 연차에 따른 '인사 태풍'을 예상하기도 한다.

가장 최근인 7월 임명된 박정화(52·20기) 대법관과 비슷한 '젊은' 기수에서 차기 대법관이 나올 경우 김 대법원장 안팎 기수의 고등법원장·지방법원장들의 거취에 영향을 줄 가능성도 거론된다.

다만, 행정부 조직으로 철저한 지휘 체계인 검찰과 달리 사법부는 재판·법관의 독립이 보장되고 최근 '평생법관제'가 자리잡아 줄사표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분석도 있다.

일각에서는 김 대법원장 취임과 함께 대법원 법원행정처도 '물갈이' 수준의 대폭 개편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행정처는 김 대법원장이 회장을 지낸 법원 내 학술단체 '국제인권법연구회'가 '제왕적 대법원장의 손발'이라며 개혁 대상으로 지목한 조직이다. 이른바 '사법부 블랙리스트'를 작성했다는 의혹에 휩싸인 곳이기도 하다.

김 대법원장의 부임과 함께 행정처 실장급(차관급·고법 부장판사) 등이 교체될 확률이 점쳐진다. 이는 인권법연구회 회원들을 주축으로 꾸린 대의기구 '전국법관대표회의'에 행정처 권한을 일부 이양하는 등의 개혁으로 이어질 여지도 있다.

일선 판사들이 가장 주목하는 김 대법원장의 인적 쇄신은 내년 2월 정기 인사다. 특히 젊은 판사 사이에서 폐지 여론이 강한 고법 부장판사 승진 제도가 어떻게 될지가 초미의 관심이다.

일선 법원장 배치가 어떤 형태로 이뤄질지도 주목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부장과 영장전담 판사 등 각급 법원 주요 보직 등 사무분담은 대법원장의 사법행정 권한을 위임받은 각급 법원장이 결정한다. 이런 점에서 법원장에 누가 보임되고, 중앙지법과 서울행정법원 등 큰 사건이 많은 법원에 어떤 법관이 배치될지 등은 김명수 사법부의 방향을 가늠케 하는 대목이다.

대법관을 보좌해 상고심 사건을 검토하는 대법원 재판연구관 구성에 변화가 있지 않겠느냐는 예측도 나온다. 예컨대 노동 등 전문분야를 담당하는 재판연구관들이 바뀌며 향후 노동사건 판결의 색채가 달라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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