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재생 뉴딜, 지역력을 키우자]

일도초등학교 옥상에서 바라본 신산모루. 김대생 기자

전국 68곳 시범사업지 제주시 신산머루·서귀포시 월평동 포함
'주민 주도' 핵심…'둥지 내몰림' 등 부작용 최소화 장치 고민
지역별 특색·모니터링 관리 등 안심 일러…'지속성 확보' 관건

문재인 정부의 '도시재생 뉴딜사업'이 닻을 올렸다. 제주 2곳을 포함해 전국 68곳에서 올해부터 도시재생 뉴딜 사업이 본격 추진된다. 도시재생 뉴딜은 문재인 정부의 최대 공약 사업 중 하나로 정부와 민간이 쇠퇴하는 지방 도시와 대도시의 옛 도심에 활력을 불어넣는 사업이다. 현재는 말 그대로 추진동력만 있는 상황이다. 선정된 사업에 대해서도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실시해 사업 시행시기가 조정될 수도 있다. '지역별 특색'이라는 기준도 모호하다. 뉴딜사업이 지역 경쟁력을 평가하는 가늠자가 될 수 있는 만큼 제주에 차별화한 추진동력을 서둘러 찾아야 하는 과제가 남겨졌다. 

△지역주민이 성과 체감

정부는 지난달 1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이낙연 국무총리 주재로 '제9차 도시재생특별위원회'를 열어 도시재생 뉴딜 시범사업 대상지 68곳을 의결했다. 

시도별로 보면 △경기 8곳 △전북 6곳 △경북 6곳 △경남 6곳 △전남 5곳 △인천 5곳 △부산 4곳 △대전 4곳 △충북 4곳 △충남 4곳 △강원 4곳 △광주 3곳 △대구 3곳 △울산 3곳 △제주 2곳 △세종 1곳 등으로 서울을 제외한 전국 16개 광역지자체에 분포, 지역간 형평성이 확보되도록 했다.

사업유형별로는 △우리동네 살리기 17곳 △주거지 지원형 16곳 △일반근린형 15곳 △중심시가지형 19곳 △경제기반형 1곳 등이다.

제주에서는 제주시의 경우 '우리동네살리기' 유형으로 신산머루 지역이, 서귀포시는 '주거지 지원형' 유형으로 월평동 일대가 각각 사업지로 선정됐다.

제주시 신산머루 지역은 일도초등학교 기준으로 동쪽 일대가 사업 대상지다. 자율주택정비, 복합공공시설, 골목길 보행환경 개선, 안전환경 개선, 교육환경 개선, 공동체프로그램 운영 등에 3년간 국비 50억원을 포함해 모두 83억원이 투입될 계획이다.

서귀포시 월평동 지역은 5만~10만㎡ 내외 저층 단독주택 지역을 대상으로 골목길 정비, 주차장 조성, 공동이용시설 조성 등 생활편의시설을 지원하는 사업으로, 4년간 100억원이 투입된다.

이번 시범사업은 지역별 특색을 살린 사업들이 선정됐다. 정부는 68곳의 시범사업에 대해 오는 2월 선도지역으로 지정하고, 활성화계획을 수립해 본격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다.
향후 사업추진을 통해 우수사례로 발전시켜 지역주민이 성과를 체감토록 하는 동시에 다른 지역으로 확산시켜 나갈 계획이다.

제주도 관계자는 "도시재생 뉴딜사업은 주민들이 주도하는 것 "이라며 "구체적인 사업계획은 주민 의견을 수렴해 수립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충분한 소통·지역 합의 필요

일단 뉴딜사업의 판은 깔렸지만 문제는 지금부터다. 

문재인 정부는 올 초 뉴딜사업의 비전과 정책과제, 중장기 계획 등을 담은 '도시재생 뉴딜 로드맵(가칭)'을 발표할 예정이다.

제주 입장에서는 제주시와 서귀포시에 걸쳐 면적 5만㎡이하 우리동네 살리기 사업과 5만~10만㎡ 주거지원형 각각 1곳으로 출발하면서 한숨을 돌릴 수 있을지 모르지만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지역을 잘 아는 광역자치단체에 결정권을 뒀지만 세종시에서 선정했던 '일반근린형' 사업은 부동산 가격 상승 수준이 평균치를 4배 이상 웃돌아 투기 우려가 크다는 점에서 이번 명단에선 제외됐다. 공공기관 제안으로 선정된 고양시의 '일반근린형' 사업도 막판 논의 과정에서 빠졌다.

광풍 수준의 제주 부동산 경기를 봤을 때 추가적으로 대상지를 골라내는 작업은 쉽지 않다. 과제는 또 있다. 제주시는 이미 2016년 근린중심 도시재생 일반사업 대상지로 낙점 받은 만큼 이와 연계한 사업 구상도 주문되고 있다.

이번 시범사업 선정 과정의 기준이 됐던 사업의 시급성과 필요성(쇠퇴도 등 지역 특성), 타당성(재원, 부지), 효과(삶의 질 개선, 일자리 창출 등)에 있어 지속적으로 설득력 있는 논리를 개발하는 것도 과제다.

길게는 5년을 내다보는 사업이다. 정부 정책 방향에 따른 탄력적인 사업 운용에 있어 '지역 역량'과 '사람'을 확보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로 꼽힌다. '둥지 내몰림'을 막는 정책이 제대로 가동되기 위해서는 충분한 소통과 지역합의가 필요하다.

이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키워드로 '지역력'이 부각되고 있다. 지역만의 특성은 물론이고 이를 경쟁력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역량을 모두 포괄하는 의미다. 

이번 시범 사업 선정에서도 봤지만 문화·역사 자원 활용 등에 있어 지역간 경쟁을 갈수록 치열해질 전망이다. 그만큼 이루고자 하는 목표에 대한 함의와 지역민 의지가 중요하다는 얘기다. 주민 주도로 사업을 진행하지 않는다면 정책 또는 지원 단절로 인한 지속성 확보를 장담하기

어렵다. 이는 '맞춤형' 재생과 '따뜻한' 재생이란 모토와도 맞물린다. 

인터뷰 / 이용규 제주대 공과대학 건축학부 부교수

"도시재생이라는 의미를 제대로 짚어야 한다. 어디에 뭔가가 새로 생겼다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지역이 스스로 발전할 수 있는 힘을 갖는 것이 관건이다"

이용규 제주대 공과대학 건축학부 부교수는 도시재생을 '지역력(地域力)'으로 설명했다. 

이 교수는 특히 "도시를 살아있는 유기체로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지역이 가지고 있는 요소들을 제대로 알고 유기적으로 활용할 능력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예를 들어 도마뱀의 꼬리가 잘렸을 때 절단 부위가 제대로 재생될 수 있도록 환경 등을 갖춰줄 것인지 아니면 전혀 다른 소재의 것으로 꼬리를 만들어 붙여줄 것인지 선택하는 문제와 비슷하다.

이 교수는 "성과를 목적으로 한 구조로는 어떤 좋은 사례를 가져와도 성공할 수 없다"며 "지역에서 필요를 발굴하고 원하는 결과를 위한 다양한 실험을 통해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도시재생'"이라고 정리했다.

도시재생에 있어 의미 있는 공간으로 '골목'을 꼽은 이 교수는 "길을 새로 내는 것은 공간과 공간 간 단절의 성격이 강하지만 골목은 관계와 관계를 잇는 장치"라며 "아직 그런 성격이 강하게 남아있는 원도심의 재생 아이템으로 골목을 충분히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일종의 소통 통로다. 

교토 사례를 예로 든 이 교수는 "아주 오래된 얘기지만 도심의 가치는 문화적·역사적 자원에 의해 크게 달라진다"며 "뉴딜이라는 기회는 하나의 용역사업이나 부동산 개발로 성과가 좌우돼서는 안 된다"고 경계했다. 

이어 "지원을 할 때만 반짝하는 사업이 아니라 마을 자체가 사업의 지속가능성을 유지할 수 있게 하고 주변 지역으로 확장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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