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형 新 교통수단 도입 '시동']

제주형 신 교통수단 도입에 대한 도민들의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사진은 일본 토야마시에서 운행되고 있는 트램으로 지난달 1~2일 열린 '제주 주민참여형 신교통수단 품평회'에서도 소개됐다. 자료사진

자동차 '50만대 시대' 전체 면적만 동 2~3개 규모
대중교통 버스·택시 뿐…새로운 수단 도입 불가피
트램·모노레일·부상열차 등 눈길…예산 확보 관건

제주형 친환경 교통수단 도입에 대한 도민들의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도내 인구만 65만명을 넘어섰는데다 한 해 1500만명 이상의 관광객이 제주를 찾고 있지만 대중교통은 버스와 택시에만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중교통 불편은 내국인 관광객들의 렌터카 의존도를 높이면서 더욱 극심한 교통 체증으로 이어지고 있다. 도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제주에 맞는 새로운 대중교통 수단을 도입해야 할 때다.

△추자도 꽉 채워도 못 세워

지난해 11월 기준 제주도에 등록된 차량은 총 49만7989대(역외세입차량 12만8817대 포함)다.
차종별로는 승용차가 전체의 79.7%인 39만7049대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으며, 화물차 7만8658대, 승합차 2만1117대, 특수차 1167대 등이 뒤를 잇는다.

제주도의 인구 당 보유대수는 0.7대다. 전국 평균 0.3대보다 무려 0.4대 많다.

세대 당 보유대수 역시 1.8대로 전국 1.0대를 크게 상회하고 있다. 인구·세대 당 보유대수 모두 전국 1위다.

현재 승용차 기준 주차면 면적은 12㎡다.

도내 모든 승용차를 한 곳에 세워두려면 무려 476만4588㎡가 필요하다.

제주 부속섬 중 가장 큰 추자도보다 넓고 제주시 건입동 전체 면적의 두 배에 이르는 규모다.

여기에 버스를 포함한 승합차와 대형 화물차, 특수차를 모두 세우려면 최소한 제주시 동 2~3개를 가득 채워야 할 정도다.

△새로운 교통수단 도입 요구·

차량 대수를 줄이기 위한 근본적인 방법은 대중교통 이용 활성화다.

그러나 현재 제주에서 이용 가능한 대중교통은 버스와 택시뿐이다.

지속적으로 급증하는 차량대수와 교통 혼잡을 줄이기 방안으로 새로운 대중교통 도입이 요구되는 이유다.

제주도와 한국교통연구원, ㈔제주교통연구소는 지난달 1~2일 제주시 한라체육관에서 '제주 주민참여형 신교통수단 품평회'를 개최했다.

품평회 당시 트램, 모노레일, 자기부상열차 등 다양한 교통수단들이 소개됐다.

특히 도는 도민 200명으로 구성된 도민평가단을 통해 각 수단별 선호도를 파악, 향후 타당성 조사, 재원마련, 중앙정부 협의 등을 거쳐 제주형 친환경 교통수단을 도입키로 했다.

△트램·스마트 모노레일 눈길

품평회에 참여한 현대로템은 제주형 신 교통수단으로 무가선 저상 트램을 제안했다.

현대로템은 우선차로제 구간을 활용할 경우 트램 설치를 위한 공사비를 최소화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무가선 저상 트램은 대용량 배터리를 이용하기 때문에 별도의 전선을 설치할 필요 없이 일반 도로에서도 운행할 수 있다.

1㎞당 건설비용은 200억원이다.

현대로템이 제시한 노선인 '노형오거리-제주공항-시외버스터미널-제주시청' 구간 10㎞를 건설할 경우 총 2000억원이 필요하다.

현대로템 관계자는 "기존 시내버스와의 환승도 가능하다"며 "급속 1회 충전으로 50㎞를 운행할 수 있는데다 최대 속도 70㎞/h, 탑승인원 269명 등의 스펙도 장점이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인 우진산전은 고무차륜 경량전철과 스마트 모노레일, 바이모달 트램, 미니트램 등 4개를 제주형 신 교통수단으로 내세웠다.

4가지 교통수단을 혼합 운행해 제주공항에서 제주시내, 성산·중문 등 관광지를 연결하는 '환승형 교통시스템'도 제안했다.

예컨대 제주공항에서 도심지로 연결하는 2㎞ 구간에는 모노레일을, '노형오거리-제주공항-시외버스터미널-광양사거리-국립박물관'까지 9.5㎞ 구간은 바이모달 트램을 운행하는 방식이다.

공사비용은 스마트 모노레일의 경우 1㎞ 당 200억원, 바이모달 트램은 1㎞ 10억원이며, 우진산전에서 제안한 환승형 교통시스템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총 500억원의 공사비가 필요하다.

△소음 없는 자기부상열차

한국기계연구원은 환경적인 강점과 제주의 청정 환경을 지킬 수 있는 교통수단으로 도시형 자기부상열차를 소개했다.

자기부상열차는 자기력을 이용해 선로 위에 띄워 운행하는 열차로 마찰이 없기 때문에 소음과 진동이 적고 각종 분진도 발생하지 않아 친환경 교통수단으로 각광받고 있다.

한국기계연구원이 제안한 노선은 '제주한라대 사거리-노형오거리-제주도청-제주공항-관덕정-제주항-제주박물관' 등 12.1㎞ 구간이다.

1㎞ 당 건설비용은 430억원으로 참여 업체 중 가장 비싸지만 저렴한 유지비와 전체 부품의 97%를 국산으로 이용함에 따른 A/S 효율성 등이 장점으로 꼽힌다.

'테제베'로 유명한 프랑스 철도업체 '알스톰'(ALSTOM)도 품평회에 참가해 눈길을 끌었다.

알스톰이 제안한 제주형 교통수단은 유럽에서 이미 대중화되고 있는 '트램'이다.

또 주행 중 충전 기능을 갖춘 전기버스도 소개하면서 도민평가단들의 많은 관심을 이끌어냈다.

△도입 가능성은 의문

사상 첫 주민참여 품평회까지 진행됐지만 제주형 신 교통수단 도입 가능성에는 아직 의문부호가 달린다.

대중교통체계 개편에 따라 이미 막대한 예산이 투입된 상황에서 수백억원이 소요되는 신 교통수단을 재차 도입하기에는 무리가 따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중교통체계 개편 이후에도 여전히 교통 혼잡은 개선되지 않고 있으며, 지속적인 인구 유입과 관광객 증가에 따른 차량 증가세 역시 지속되고 있어 제주형 신 교통수단 도입은 반드시 필요한 과제다.

도 관계자는 "제주의 심각한 교통난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대중교통체계 개편과 함께 새로운 대중교통수단 도입도 필요하다"며 "품평회를 통해 수합한 도민평가단들의 선호도 및 의견 등을 종합해 제주의 미래를 책임질 교통수단을 도입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인터뷰 / 손상훈 제주연구원 책임연구원

"제주형 신 교통수단을 도입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교통수단의 관점만이 아닌 지속가능성과 사업성에 대한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

손상훈 제주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새로운 대중교통수단 도입은 통행 수요가 많지만 버스·택시 등 기존의 대중교통이 효율적으로 이를 처리하지 못하거나 도시계획과 연계해 주거·업무·교통을 연결하는 개발을 추진할 때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제주형 신 교통수단 도입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볼 때 대중교통체계 개편의 일부로 볼 수 있다"며 "신 교통수단은 대규모 고정 통행 수요를 보다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고, 이용자에게 기존 버스·택시와는 다른 교통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으므로 대중교통체계의 효율성과 다양성을 증진시킬 수 있는 방안이라는 점에서 대중교통체계 개편의 연장선으로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신 교통수단 도입은 대중교통 서비스의 효율성과 다양성을 증진시킬 수 있다. 다만 교통수단의 관점이 아닌 신 교통수단 운영의 사업성과 지속가능성이 어느 정도 담보되는지 사전에 논의해야 한다"며 "또 철도 등 일부 수단에 국한하지 않고 자율주행, 드론까지 포괄하는 한편 친환경성에 대한 논의도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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