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지역에서 특성화고 현장실습의 대안으로 학교협동조합 설립을 통해 학생들에게 기술 습득의 기회를 제공하고 진로와 취업에 도움을 주는 방안이 검토되면서 관심을 끌고 있다. 사진은 도내 특성화고 학생들이 전공에 따라 실습을 하고 있는 모습.

지난해 제주에서 특성화고 학생이 현장실습 중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조기취업형태의 현장실습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그동안 특성화고 현장실습이 교육적 측면보다는 학생들의 노동력만 값싸게 제공하면서 인권 사각지대라는 지적을 받으며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거셌다. 이같은 상황에서 학교협동조합을 특성화고에 연계, 학생들의 진로·취업에 도움을 주기 위한 시도가 주목받고 있다. 

△학교협동조합의 시작
국제협동조합연맹에 따르면 학교협동조합은 '공동으로 소유되고 민주적으로 운영되는 사업체를 통해 공통의 경제적?사회적?문화적?교육적 필요와 욕구를 충족시키고자 학교구성원인 학생, 교직원, 학부모, 지역주민들이 자발적으로 결성한 자율적인 조직'이다.

'서울시교육청 학교협동조합 지원 및 육성에 관한 조례'에서도 사용하는 정의도 이와 같다. 다만 학교란 '초?중등교육법'에 따른 학교라는 점과 학교협동조합의 법인은 '협동조합 기본법'상의 협동조합으로 정의하고 있다. 

최근 들어 경기도에서는 학교협동조합보다는 '교육협동조합'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학교협동조합은 학교매점, 체험학습 및 수학여행, 방과후학교, 돌봄교실, 마을학교 등 학교와 관련된 사업을 협동조합으로 운영하는 경우와 학교 자체를 협동조합으로 운영하는 경우로 크게 구분된다. 

우리나라의 학교협동조합의 역사는 일제강점기 도산 안창호 선생 등 개혁가가 전국에 세웠던 학교에서부터 시작을 찾을 수 있다. 이후 1946년 경성경제전문학교 학교소비조합이 생겼고, 1958년 충남 홍성군 홍동면 풀무학교에 소비조합이 설치되기도 했다. 1962년 문교부는 각 고등학교에 협동조합 규약준칙을 내려 보내 매점 또는 서점 등을 협동조합 체제로 운영할 수 있도록 물꼬를 텄고, 1979년에는 중학교에도 협동조합을 설치할 수 있도록 했다.

학교협동조합이 또 다시 주목받게 된 것은 2012년 12월 협동조합기본법이 시행되면서 금융과 보험을 제외한 영역에서 5명 이상이 모이면 협동조합을 만들 수 있도록 제약이 풀리면서다. 

이후 학교협동조합은 2018년 4월 현재 서울과 경기도 등 전국적으로 71곳이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특성화고 연계
전국적으로 학교협동조합을 특성화고에 연계하려는 시도가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국내 학교협동조합 중 가장 활성화된 유형은 학교매점 모델이지만, 최근 특성화고 학생들의 취업지원과 기술습득에 도움을 주고, 조기취업형 현장실습의 문제점에 대한 대안으로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실제 전국 특성화고 학교협동조합 사례를 보면 경기도 이천의 한국도예고등학교의 경우 학생들이 제작한 도자기를 협동조합이 매개체가 돼 매점과 도자기축제, 도자기페어 등을 통해 판매하고 있다.

2016년 도예고 협동조합의 전체 매출액 가운데 15~20% 정도가 도자기 판매와 관련됐다. 특히 도예고는 협동조합 운영의 목표를 수익창출에 앞서 창업교육에 무게를 두고 있다.

도자기분야는 취업보다 창업이 중요한 산업이다. 졸업생들은 도예예술을 하는 경우 생활도자기 공방을 운영하는 수익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예술에 재투자해야 하는 상황이다.

도예고는 협동조합을 창업훈련의 현장으로 할용하면서 비즈니스 교육을 강화하겠다는 구상을 갖고 실천하고 있다. 

경기도의 산본공고는 특성화고의 다양한 장비를 활용해 마을 주민을 대상으로 다양한 평생교육강좌를 개설하고, 학생들이 보조강사로 참여하는 등 강좌 기획과 운영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 교육적 성장을 지원하고 있다. 

서울 성수공고는 2011년 전국 최초로 자전거와 모터사이클 정비에 대한 전문적인 이론과 실습을 통해 전문 기능인력을 양성하기 위한 에코바이크과를 개설했다.

성수공고는 학교협동조합을 통해 학생들의 진로와 취업에 대한 교육, 다양한 현장 체험학습 및 인력양성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수년째 지역주민을 대상으로 자전거 정비 특강을 열고 있고, 수강생에 정비실 할인혜택을 주고 있다. 

△제주에서도 관심
최근 제주지역에서도 특성화고 현장실습 개선방안의 하나로 '제주형 학교협동조합'설립이 추진되면서 관심을 끌고 있다. 아직 걸음마 단계에 있지만 이르면 내년부터 첫 열매를 맺을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도 크다. 

제주도교육청은 지난 2월 제주사회적경제지원센터에 '학교협동조합 운영 모델 및 수익구조 발굴 연구용역'을 의뢰했다. 

이번 용역은 학교협동조합을 통해 도내 특성화고 학생들이 소질에 따라 취업기업 탐색과 진로 설계를 주도하고 학생 스스로 기술이나 아이디어를 활용해 창업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도교육청은 도내 한국뷰티고에서는 뷰티숍, 서귀포산업과학고등학교에서는 마필이나 농업생산물 관련, 제주고는 카페, 한림공고에서는 가전기기 수리 등 전공과 연관돼 교육적 효과와 수익을 낼 수 있는 '제주형 학교협동조합'설립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제주도교육청은 오는 8월 최종 용역결과가 나오면 빠르면 내년부터 희망 특성화고를 중심으로 협동조합을 운영할 방침으로, 올해부터 중점 추진되는 특성화고 학습 중심 현장실습에도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윤태건 제주도교육청 미래인재과장은 "현재 전국적으로 설립·운영되고 있는 학교협동조합의 모습을 살펴보며 제주형 모델을 구축할 것"이라며 "교육적 효과 및 수익 모델을 발굴해 도내 특성화고 학생들의 취업 역량을 강화해 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왜 학교협동조합에 주목하나

특성화고 학교협동조합 설립이 주목받는 이유는 정부와 제주도교육청의 특성화고 현장실습 문제점의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정부가 최근 발표한 특성화고 현장실습 개선방안에 따르면 올해부터 모든 현장실습생의 안전을 확보하고 학습권을 보장키 위해 학생을 노동력 제공 수단으로 활용하는 조기취업 형태의 현장실습을 내년부터 전면 폐지된다.

다만 현장실습 교육프로그램에 따라 실습 지도와 안전 관리 등이 확보된 '학습 중심'의 경우에만 현장실습이 허용된다. 

하지만 특성화고 학생들이 전문기술을 습득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조기취업 형태의 현장실습 폐지에 따른 보완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제주도교육청도 현장실습 폐지보다는 개선에 무게를 두고 현장실습기업체 안전인증제 도입 등을 추진하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특성화고 특성에 맞는 학교협동조합을 설립할 경우 '학생'신분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고, 전문기술을 현장에서 습득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 현장실습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는 현장실습생들의 인권침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기도 하다.

그동안 현장실습 과정에서 크고 작은 안전사고가 발생하고 있지만 적절한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 또 현장실습이 그동안 값싼 노동력만 제공하는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고 인권 사각지대로 전락했다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도 유용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교육적 측면에서도 교육부의 학교진로교육 목표인 '학생 자산의 진로를 창의적으로 개발하고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성숙한 민주시민으로서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역량을 기른다'와도 일맥상통한다.

이와 함께 학교협동조합은 학교만으로 완성할 수 없는 삶의 배움을 지역과 함께 연결해 보완할 수 있다.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