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유치 경쟁 시대 매력 잃은 제주

건설중인 제주 드림타워 복합리조트.

제주도정 공존보다 청정 우선…각종 개발 제동
외국인 투자유치 실적 하락…국제자유도시 퇴색

제주특별자치도가 규제 강화 정책을 펼치는 등 '공존'보다 '청정'에 우선순위를 두면서 국제자유도시로서의 위상이 퇴색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가 추구하는 제주국제자유도시는 사람·상품·자본의 국제적 이동과 기업 활동의 편의가 최대한 보장되도록 규제를 완화하는 지역임에도 제주도가 각종 개발에 제동을 걸면서 외국인 투자유치 실적이 하락하는 등 투자유치 경쟁에서 다른 지역에 밀리고 있기 때문이다.

제주도는 대규모 프로젝트 등 각종 개발사업으로 제주 환경이 심각하게 훼손된다고 판단해 환경에 편중된 정책을 개발하는 등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하지만 제주의 환경을 지나치게 강조하다 보니 개발사업에 대한 규제가 대폭 강화됐고, 기존에 추진하던 사업까지 제동이 걸리고 있다.

이로 인해 제주도의 국제 신인도 하락 우려 등이 현실화할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최근 발표한 올해 상반기 국내 외국인 직접투자는 신고기준으로 157억50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4.2% 증가했다.

하지만 올해 상반기 제주지역 외국인 직접투자 실적은 신고기준으로 1억4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 4억4700만달러보다 74.5%(3억3300만 달러) 감소했다.

특히 신고금액 기준 지자체별 연간 투자유치 실적을 보면 2016년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을 제외한 지역에서 1위를 기록했지만 2017년에는 강원(13억9300만달러), 충청남도(11억3000만달러)에 이어 제주는 10억8900만달러로 3위를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는 신고금액 기준으로 제주지역 투자유치 실적이 강원(10억4600만달러), 충남(5억9100만달러), 울산(5억5500만달러), 부산(2억2300만달러), 대구(1억6500만달러) 다음으로 경상남도와 같은 1억400만달러로, 수도권 이외 14개 자치단체 가운데 공동 6위로 추락했다.

이처럼 제주도가 대규모 개발 규제 정책을 펼치면서 일자리 창출을 비롯한 지역경제 효과 등 투자유치로 인한 긍정적인 효과가 퇴색할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현재 대규모 관광·유원지 개발 중심으로 인해 나타난 각종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제주지역 경제 효과 등을 극대화 시키기 위해 외국투자 자본 유치 방향의 전환에 대한 고민이 요구되고 있다. 

대규모 관광·유원지 치중한 외국자본 유치 정책 전환 시급

민선 7기 도정 핵심 5대 공약 중 1번 '제주 난개발 투자 강력 제동'
민간부문 일자리 창출 및 산업구조 변화 위한 투자 분야 발굴 절실


민선 6기 제주도정에 이어 민선 7기도 개발사업 규제 강화 정책을 유지하기로 했다. 이로 인해 투자 위축과 도내 기업 환경 악화 등이 우려되고 있다. 개발 및 투자에 대한 제동 정책이 환경 등 제주의 자산을 보존하는 긍정적인 효과에도 일자리 창출 및 지역경제의 걸림돌로 지적되고 있다. 민간부문 일자리 창출 및 1·3차 산업에 편중된 제주지역 산업구조 변화 등을 위한 신규 투자 유치 분야 발굴 등 대책이 요구되고 있다.

△난개발 투자 '강력 제동'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지난 6·13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제주도지사 선거운동 과정에서 '제주 난개발 투자 강력 제동'을 핵심 공약으로 제시했다.

원 지사가 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한 핵심 5대 공약 가운데 1번 공약은 '중국 자본의 제주 난개발 투자 강력 제동 및 관리체계 완비'다.

5대 공약 가운데 두번째 제시한 공약도 '제주 경관의 체계적 관리 및 환경자원 총량 보전으로 지속가능한 제주 실현'으로, 민선 6기 제주도정의 '청정' 중심의 정책을 이어가겠다는 의미로 해석되고 있다.

원 지사는 '중국 자본의 제주 난개발 투자 강력 제동 및 관리체계 완비' 공약 이행을 위해 난개발 방지를 위한 민선 6기 시책 강화, 50만㎡ 이상 대규모 개발사업 대상에 대한 자본검증 제도화, 중산간 보전 및 난개발·과잉개발을 제어하기 위한 가이드라인(기준) 강화, 자연경관 보호 및 주민들의 통행권 및 조망권 보호를 위한 자연경관 사유화 제어 강화, 제주 경관기반 구축 및 공공디자인 제도 마련 등을 이행방법으로 제시했다.

△편중된 투자유치
한국노동연구원이 지난해 6월 공개한 '제주신화역사공원 조성사업 고용영향평가 연구' 결과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5년까지 7년간 최대 26만명이 직접 또는 간접 고용효과를 보는 것으로 분석됐다.

또 사업 시행 후 7년간 총 산출 파급 규모를 25조7783억원으로 내다봤고, 부가가치 효과도 10조7656억원으로 추산했다.

투자유치가 일자리 창출은 물론 지역경제 활성화로 이어진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하지만 제주지역 투자유치는 관광·유원지 개발에 편중되면서 난개발 등 각종 부작용도 속출하고 있다.

지난해 말 현재 제주도로부터 승인을 받은 관광개발사업은 헬스케어타운, 예래휴양형주거단지, 백통신원 제주리조트, 신화역사공원, 롯데리조트 등 23건이며, 총사업비는 공사비 5조122억원을 포함해 15조2557억원 규모다.

이에 대해 경제 전문가들은 지역 경제적 측면에서 기존 사업과 경쟁하는 분야가 아닌, 새로운 수요를 창출할 수 있는 사업으로 투자를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하고 있다. 

고태호 연구위원.

[인터뷰] 고태호 제주연구원 연구위원

"지역 경제적 측면에서 투자유치 방향을 기존 산업과 경쟁을 심화시키는 사업 분야가 아닌 새로운 수요를 창출할 수 있는 사업으로 투자를 유도할 필요가 있습니다"

고태호 제주연구원 연구위원 "지금까지의 투자유치는 전후방 연계효과가 높은 건설업 및 관광산업의 성장을 유도함으로써 지역경제에 긍정적인 효과를 유발하고 있으나 효과의 지속성을 확보하기 어렵고 기존 관련 사업체와 경쟁관계에 있는 사업에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는 한계가 발생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고 연구위원은 "투자유치 현황을 분석해 보면 대부분의 투자가 부동산 임대업 및 음식·숙박업 등 부동산 기반 사업에 집중되고 있다"며 "이러한 투자유치는 전후방 연계효과가 높은 건설업 및 관광산업에 대한 수요를 증대시켜 지역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유발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지만 이러한 긍정적인 효과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중심의 투자는 한계를 지니고 있다"면서 "부동산 중심으로 투자되는 중국자본 투자는 제주지역 산업 정책 방향, 구체적으로 말해서 산업연관관계를 강화하고 신수요를 창출할 수 있는 산업 육성과는 거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건설효과 중심의 투자유치 효과는 1회성에 그치게 되며, 지속적인 지역경제 성장을 견인하는데 한계가 있다"며 "숙박업 중심의 투자유치는 제주지역 숙박 수요를 흡수함으로써 기존 제주지역 숙박업체의 수익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분석했다.

고 연구위원은 "기존 투자유치가 숙박업 등 전통적인 관광산업에 집중됨에 따라 공급과잉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며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투자진흥지구 지정대상 업종을 기존 수요를 흡수하는 사업 보다는 신수요를 창출할 수 있는 사업으로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고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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