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 민주성 훼손·주민참여 약화·서비스 저하…"이대fhs 안 된다"

특별도 출범 기초자치 폐지 '제왕적 도지사' 출현으로 부작용 속출
민선 5기부터 논의 본격화…이해관계에 따라 다양한 목소리 쏟아져
도민사회 소모적 논쟁 우려…"대안별 장·단점 설명 도민총의 모아야"


도민사회 10년 난제인 행정체제개편 논의가 민선 7기에서도 또다시 현안이 되고 있지만 결론 도출까지는 적잖은 진통이 예상된다. 행정체제개편 대안에 대해 도민사회에서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면서 대안별 장·단점을 상세하게 공개하고 도민총의를 모으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주문이 나온다.

△4개 시·군 폐지

1991년 7월 제주도의회 개원과 1995년 6월 동시지방선거로 지방자치가 부활한 이후 유지되던 제주도-4개 시·군체제는 2006년 7월 제주특별자치도 출범으로 막을 내렸다.

특별자치도가 출범하기까지 도민사회는 주민투표를 거쳐야 할 정도로 4개 시·군 폐지문제를 두고 적잖은 진통을 겪어야 했다.

제주도는 2004년 8월 도와 4개 시·군체제를 유지하는 점진안과 시·군 폐지를 전제로 한 4가지 혁신안 등 5가지 계층모형을 마련했다.

4가지 혁신안은 △제주시·서귀포시·동제주군·서제주군 등 행정시·군과 읍·면·동을 두는 방안 △제주시와 북제주군, 서귀포시와 남제주군을 통합하는 방안 △시·군을 폐지하고 읍·면·동을 두는 방안 △읍·면·동을 폐지하고 시·군을 두는 방안이었다.

하지만 최종적으로는 행정제체개편안은 도와 4개 시·군을 유지하는 점진안, 제주시와 북제주군, 서귀포시와 남제주군을 통합하는 혁신안(기초의회 폐지) 등 2가지 방안으로 압축됐다.

2005년 7월 27일 실시된 행정구조 개편을 위한 주민투표결과 혁신안이 선택됐다. 하지만 당시 투표율이 36.7%에 불과했고 제주시와 북제주군은 혁신안(4개 시·군 폐지) 투표비율이 점진안(4개 시·군 유지)에 비해 높았지만 서귀포시와 남제주군은 점진안 투표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나면서 논란이 빚어졌다.

그런데 특별자치도 출범 이후 행정의 민주성 훼손·주민참여 약화·행정서비스의 질 저하 등의 문제가 대두했다.

2010년 6·2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민선 5기 우근민 지사가 기초자치단체 부활을 공약하면서 행정체제개편 논의가 시작됐다. 민선 5기 행정개편위원회는 2011년 4월 본격적으로 행정체제개편 논의를 시작했다. 행개위는 2013년 7월 행정시장직선제(의회 미구성)안을 우근민 제주도지사에 권고했고, 우 지사는 제주도의회에 동의안을 제출했다.

하지만 도의회가 같은 해 9월 '원포인트 임시회'를 열고 행정시장직선제 동의안을 재석 의원 36명중 찬성 4·반대 22·기권 10표로 부결 처리했다.

도의회는 인사권과 예산편성권 등 도지사의 권한을 행정시에 이양해 특별법을 살리려는 취지가 의지가 없다며 진정성에 문제를 제기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형식적 공론화를 통해 특별법 개정의 준거로 삼고 권고안 제출시점부터 2개월만에 입법화를 의도하는 등 시기적으로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한 도의회는 행정시 권한 강화 후 행정체제개편까지 포함한 충분한 의견수렴, 박근혜 정부의 지방분권 및 지방자치 정책환경 변화에 적절한 대응, 공신력 있는 여론조사 전문기관에 의해 객관적 신뢰성 제고 등을 부대의견으로 제시했다.

10년간 논의만 되풀이

2013년 행정시장 직선제 도입이 한차례 무산된 이후에도 도민들의 행정시장 직선에 대한 요구는 이어졌다. 제주도의회가 미래리서치에 의뢰해 2016년 7월 1~16일 성인 1000명, 전문가 200명, 공무원 500명을 대상으로 전화·면접조사를 실시한 결과 행정시장 직선제에 대한 긍정답변이 70%를 넘었다.

제주도는 2017년 1월 민선 6기 행정체제개편위원회를 구성했다. 행개위는 연구용역과 도민설명회, 선호도 조사, 중간보고회, 도민공청회, 전문가 토론회를 거쳐 행정시장직선제(의회미구성), 행정시 4개 구역 재조정(제주시·서귀포시·동제주시·서제주시), 행정시장 정당공천 배제를 2017년 6월 제주도지사에 권고했다. 그런데 중앙정부와 지역 국회의원, 도의회가 정부의 헌법개정 및 지방분권 로드맵이 나올 때까지 행정체제개편 유보 또는 행정시장직선제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자 제주도는 2017년 7월 정부의 헌법개정과 지방분권로드맵 수립시까지 행정체제개편 논의를 보류했다.

민선 7기 제주도정과 제11대 제주도의회가 2018년 7월 출범하면서 행정체제개편 논의가 재개됐다.

제주도의회는 행정체제개편안을 제출하라고 제주도에 요구했고, 제주도는 행개위의 권고안 그대로 12월 6일 제주도의회에 행정시장직선제 동의안을 제출했다.

행정시장 직선제는 직선으로 선출하되 행정시장 후보자의 정당공천을 배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임기는 4년이며 3회 연임이 가능하다. 직선 행정시장은 실질적인 예산편성권과 행정기구 조정권, 자치법규 발의권이 없고, 필요한 경우 제주도지사에 요청할 수 있도록 했다. 도는 2022년 지방선거부터 행정시장 직선제 적용을 목표로 했다.

하지만 제주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위원장 강성균)는 지난 12월 18일 제367회 임시회 제1차 회의에서 '제주특별법 제도개선과제(행정시장 직선제)에 대한 동의안'을 심사보류했다.

행자위는 "권고안을 제출한 이후 정치적 환경이 급변했지만 종합적인 의견수렴이 없었다. 행정시장 권한이 구체적으로 명문화되지 않았고, 주민참여 약화나 행정서비스 질 저하 등의 문제 개선에 대한 명확한 내용이 미흡하다"며 "좀 더 심도 있는 도민사회 의견수렴과 의회 차원의 논의가 필요하다고 판단, 심사를 보류한다"고 밝혔다.

대안 제각각…결과도출 난항 예고

행자위의 심사보류로 행정체제개편 논의는 해를 넘기게 됐지만 새해 역시 결론을 내리기는 쉽지 않은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도민사회 곳곳에서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는데다 원희룡 지사도 "행정시장직선제에 시선이 고정돼 있지 않고 기초자치단체 부활까지 (논의 대상에) 열려 있다"고 밝히면서 사실상 원점에서 재검토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행정시장직선제 자체만으로는 해법이 될 수 없다는 의견도 적잖다. 행정시장직선제를 통해 자치권 강화가 기대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도와 행정시간 정책 충돌 등 부작용이 예상되고 있다. 도지사와 행정시장간 의견 충돌로 대규모 정책 추진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제2공항 건설은 물론 대중교통, 쓰레기 처리대책, 부동산 및 주택정책, 예산 배분 문제 등을 놓고 갈등을 겪거나 서로 상충되는 정책을 추진하는 상황도 연출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행정시장직선제와 행정구역 재조정이 연계된다면 도민사회의 총의를 모으는 것은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이처럼 행정체제개편 방향에 대해 '백가쟁명'식 주장이 제기되자 소모적 논쟁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행정시장 직선제, 기초자치단체 부활, 읍면동장 직선제 등 모든 대안이 '제왕적 제주특별자치도지사'의 폐해를 극복하기 위한 것임에도 도민 합의가 이뤄지지 못하면 갈등만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행정시장직선제를 포함한 행정체제개편이 주민서비스 향상이라는 본래 취지보다 공직사회 권한 강화에 초점을 맞춰 진행되거나 일부 정치권의 이해관계에 따라 좌지우지될 경우 의미가 퇴색되고 도민합의도 물거품이 될 수 있다.

이 때문에 행정체제개편 대안별 장·단점을 도민들에게 상세하게 설명하고 도민 합의를 이뤄내는 것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는 주문이 나오고 있다. 강승남 기자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