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해녀'를 향유하다

문화 다양성·활용 잠재력·지속가능성 등 접촉면 확대 필요
'살아있는…'차별성, 배후 공간·주민 삶의 질 향상 촉매 가능
유산에서 '공공재'로, 미래가치 극대화 위한 네트워크 기대

우리는 제주 해녀를, 제주해녀문화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사라진다'와 '살아진다'는 소리는 같지만 전혀 다른 의미로 읽힌다. 관점을 달리하면 사라지는 것은 곧 살아내는 일이 된다. '공동체' 그리고 유산이라는 큰 그림으로 제주해녀·해녀문화를 살피는 작업은 제주를 살게 하는 힘이 된다.

올해 제민일보는 제주해녀의 문화유산 프레임을 확장하고 유네스코가 주목한 특유의 '공동체 문화'를 지역 성장동력으로 전환하는 작업을 시도한다. 무엇보다 문화 다양성을 인정하고 다원적 접근을 통해 '제주해녀'의 유지력을 배양한다.

△ 풍성하고 깊어진 '정의'

유네스코아태무형유산센터(ICHCAP)가 지난해 진행한 한국 유네스코 무형유산보호 역량강화 워크숍 주제는 '공동체 기반 목록작성(Community-based Inventorying)'였다. 워크숍을 통해 내려진 핵심적 결론은 크게 3가지다. △'공동체'는 하나의 정의 아래 고정되어있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변화하고 발전한다는 것 △목록작성은 단순한 정보의 기록이 아니라는 점 △목록을 만드는 궁극적인 목적은 무형유산을 보호하고, 전승 등 일련의 과정에 긍정적으로 작용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제주해녀와 해녀문화를 살피는 데 있어 유용한 기준이다. 제주해녀 공동체는 끊임없이 변화하고 발전하고 있다. 과거의 그늘에 머무르지도, 현재에 안주하지도 않는다. 미래지향적이라는 표현을 옮기기에는 아직 부족하지만 '살아있는' '여성 중심'의 문화유산이라는 차별성을 고수하고 있다.

제주해녀의 정의만 봐도 알 수 있다.

2009년 제정한 '제주특별자치도 해녀문화 보존 및 전승에 관한 조례'에서 해녀는 '수산업협동조합의 가입자로서 제주특별자치도 안의 마을 어장에서 잠수하여 수산물을 포획·채취하고 있거나 과거에 이와 같은 일에 종사하였던 여성'으로 정의했다. '해녀문화는 제주해녀들이 물질과 함께 생활에서 생겨난 유·무형의 문화유산'으로 규정했다.

제주해녀박물관인 소개하는 제주해녀는 보다 풍성해졌다.

"기계 장치 없이 맨몸과 오로지 자신의 의지에 의한 호흡조절로 바다에 들어가 해산물을 채취하는 것을 직업으로 하는 여성으로 이들이 하는 일을 '물질'이라 부른다. 해녀들은 바다 밭을 단순 채취의 대상으로 인식하지 않고 끊임없이 가꾸어 공존하는 방식을 택했으며 그 과정에서 획득한 지혜를 세대에 걸쳐 전승해왔다. 바다 생태환경에 적응하여 물질 기술과 해양 지식을 축적했고, 수산물의 채취를 통하여 가정경제의 주체적 역할을 한 여성생태주의자(Eco-Feminist)들이라 할 수 있다. 반농반어의 전통생업과 강력한 여성공동체를 형성하여 남성과 더불어 사회경제와 가정경제의 주체적 역할을 담당했다는 점에서 '양성평등'의 한 모범이기도 하다. 19세기 말부터 국내는 물론 일본, 중국, 러시아 등 국외로 진출하여 제주경제영역을 확대한 개척자이다"

△관심과 자산의 연계 유도

인식의 변화는 분명하지만 접근은 여전히 전승·보존 중심의 프로토콜에 머물러 있다. 틀린 것은 아니지만 분명 다른 길도 있다는 사실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 '제주 해녀'에 집중하면서 1차산업과 여성, 문화재·유산 전반에 걸쳐 정책 불균형을 만들고 있다는 우려도 있다.

'유산'이란 명분이 확장과 활용의 발목을 잡는 상황은 반대로 개선할 여지가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해녀·해녀문화에 한정할 것이 아니라 이를 지역 역량을 강화하고 사회적 서비스를 향상하는, 포괄적으로 지역민의 삶의 질을 향상하는 장치로 작동시키는 방법이다.

현재 등재 작업을 진행 중인 세계농업유산이나 앞으로 검토가 필요한 무형문화유산 모범사례 모두 지역 공동체와 지역 가치, 지속가능성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배후인 마을을 개발하면서 자연경관과 전통문화, 역사적 장소 등을 보존해야 하는 과제가 추가된다.

유럽 지역 개발 펀드의 지원을 받는 지역 간 협력 프로그램(INTERREG IVC) 중 'HISTCAPE(Historic Assets and Related Landscapes-역사적 자산과 이와 관련된 자연경관)'의 접목은 그런 측면에서 유용하다.

최근 발간한 보고서 등에 따르면 농촌 등 지역에 당면한 문제들을 문화유산과 자연경관을 활용하고 보존하는 방식은 1차산업에 가치를 더하고, 책임 있는 관광산업을 증진하며, 교육에 대한 접근성을 향상하거나 소득을 다각화하는 등의 긍정적인 결과를 내고 있다.

'공동체'의 범위를 전승 책임에 한정하기보다 관심이 있는 사람과 감상자 등 향유 하는 모두로 확대해 보존과 개발 사이 저항을 최소화하고 파급효과를 골고루 나누는 방법을 조언한다. 생활화를 동력으로 하는 만큼 공동체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할 수 있고 장기적으로 유지·진행할 수 있는 에너지를 만들 수 있다. 

문화유산을 활용하는 마을 개발은 건축 분야, 경관 분야, 관광 분야, 문화경영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지식이 필요하다. 지역 자원을 발굴해 키울 사람을 끌어들이고 지역 인재를 길러내는 선순환의 시작이다.

취재팀=고미 경제 부국장, 한권 사회부 차장

㈔세계문화유산보존사업회, 제주도 해녀유산과 등과 공동기획
'제주해녀, 문화로 꽃피우다' '해녀로 읽는 제주사-part 1' 제작

제주해녀문화에 대한 바른 이해와 가치 제고, 문화산업화를 위한 공감대 형성을 위한 제안서가 나왔다.

㈔세계문화유산보존사업회(이사장 김택남)가 제주특별자치도 해녀유산과·제민일보 해녀기획팀과 손잡고 '제주해녀, 문화로 꽃피우다'와 '해녀로 읽는 제주사-part 1'을 만들었다.

'제주해녀'라는 키워드 하나로 할 수 있는 다양한 작업과 지역 공동체 공유를 전제로 글로컬라이제이션(Glocalization, Globla+Localization) 방향을 설정했다.

'제주해녀, 문화로 꽃 피우다'는 문화유산의 범주 확대와 더불어 지역 선순환을 전제한 산업화 시도는 제주 발전과도 직결된다는 점에 초점을 맞췄다.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 이후 공동체 문화와 공존·상생의 상징으로 지속 가능한 생태계 조성, 보편적 가치 창출 등에 대한 논의를 바탕으로 '제주해녀문화'를 구체화하고 문화창의산업으로 확장할 수 있는 통로를 만들었다는 데 의의가 있다.

또 타 지역을 넘어 다른 국가와 차별화할 수 있는 '지방 유산'으로 가치를 극대화하고 이를 지속가능한 자원으로 지역에 접목하는 방안을 제안한다.

방안을 도출하는 근거로 삼고자 한다.

둘째, 해녀 고령화 및 감소에 따른 대안으로 문화유산적 가치 제고와 정체성 등 생업에서 파생된 문화의 중요성에 대한 공감대 조성 가능성을 모색한다.

셋째, 국내외 무형문화유산 관리 사례와 더불어 전승 시스템 관련 자료를 수합해 이를 문화다양성 확보를 위한 새로운 접근방식은 제시한다. 세계화와 현지화를 동시에 추구하는 글로컬라이제이션(Glocalization, Globla+Localization) 개념을 접목해 유산 주체인 해녀 공동체의 자긍심 제고 장치를 마련하고 해녀 문화콘텐츠를 활용한 수익 사업과 지속가능한 신규 일자리 창출 방안 등을 살피는데 그 의의가 있다.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모범사례인 중국 '후세대 푸젠 인형극 실연자 육성 계획'과 세계적인 문화콘텐츠산업 모델인 중국 푸젠성 인상 다홍파오를 살피고 중국 샤먼 민난전설쇼와 베트남 하노이 '수상 인형극' 및 전승체계 등을 교차 조사했다.

'해녀로 읽는 제주사-part 1'은 3·1운동·임시정부수립 100주년을 맞아 어려운 시기 바다를 건너 가족과 지역, 나라를 지킨 제주해녀의 정체성을 확인하는 내용을 핸드북 형태로 제작한 자료집이다. 재일 제주인해녀들의 사례를 정리한 자료는 있었다. 당시 시대 상황과 연결해 제주사(史) 속에서 해녀의 위치를 확인하는 것으로 해녀문화의 가치를 제고하는 작업으로 의미가 있다.

제주해녀에 대한 관심이 도내·외는 물론 세대 경계를 넘어서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 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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