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경제 살리자] 제주 경제 '新 100년' 씨앗을 뿌리다

2011~2016년 고도성장기 성장통 이어 조정기 부적응 고통
성장률 후퇴, 선행·동행지수 급제동, 불확실성 확대 등 산재
'균형성장' '내실화' 주문…'제주의 힘'재발굴·역량 집결 시도

지난해 제주경제는 '호시절'을 얘기했다. 이미 2017년부터 경기둔화 경고등이 켜졌지만 심각하게 듣지 않은 결과는 참담했다. 환경변화에 민감한 특성은 경기 부진이란 장애물을 넘지 못하고 뒤로 밀렸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중요한 교훈을 얻었다. 성장 흐름에 휩쓸리며 제대로 보지 못했던 지역 경제의 참 힘이다. 경기지표가 하나같이 '어렵다'는 신호를 보내고, 보다 치열해진 경쟁 구도 아래 자신감이 흔들릴 수 있지만 다시 일어서 이전 보다 강해질 요인은 충분하다.

△ 성장률 마이너스 충격

통계청이 지난해 12월 발표한 '2018년 지역소득(잠정)'에서 제주 실질 지역내총생산(GRDP)은 개편 기준을 적용한 2010년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했다.

2011~2017 제주지역 GRDP는 연평균 6.4% 성장했다. 같은 기간 전국 평균 실질 성장률은 3.1%였다. 제주 GRDP는 2016년만 6.9% 상승했을 만큼 전국 대비 높은 성장률을 보였다. 2013년 4.9%를 제외하고 6%대 성장률을 유지했다. 2014년 6.9%·2015년 7.4% 등 2016년까지 3년 동안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가던 분위기는 2017년 4.6%로 주춤한데 이어 지난해 -1.7%로 전국평균(2.8%) 이하로 떨어졌다. 전국 대비 호조세를 보였던 사정이 불과 2년 사이 10년 전으로 후퇴한 데 따른 충격은 '조정 상황'이란 설명만으로는 부족하다.

2011년 이후 제주지역 경제 성장은 인구유입 확대, 관광객 증가, 외국인 투자 증가, 기업 이전 등 다양한 호재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견인했다.

타 지역에 비해 서비스업 비중이 크고 건설업 기여도가 높은 기형적인 산업구조가 양날의 칼이 됐다. 

제주 경제성장률 급상승 뒤에는 건설업이 있다. 비중은 전체 산업의 10%를 조금 넘어서는 수준이지만 성장기여율은 2011년 14.4%에서 2017년 29.4%로 확대됐다. 인구유입과 외국인 직접 투자 증가에 따른 민간 부문 주거·상업용 건설 시장 호조가 뒷배가 됐다.

상대적으로 성장 기여도가 낮은 서비스업도 IT기업 이전 등 사업자서비스업 활성화로 자리를 지켰고 전국 대비 높은 고용률을 고수했다.

하지만 2016년을 정점으로 순유입 인구가 줄어들고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이 현실화하면서 사정은 급변했다. 실수요 증가와 주택가격 상승 기대에 부응했던 투자 수요가 줄어들고 부동산 경기마저 흔들렸다. 2017년 16.3%나 성장하며 제주 경기를 이끌었던 건설업은 지난해만 19.2% 하락했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늘어나던 가계대출 역시 상환 부담 등 경기를 흔들 시한폭탄이 됐다. 전국 수준을 크게 상회하는 고용률도 농림어업 등 1차산업 외에는 숙박·음식점업 등 저부가가치 산업을 중심으로 하면서 안정성을 잃었다.

1인당 부가가치 증가율이 GRDP 증가율을 하회하는 등 체감경기 편차, 소득 양극화 같은 부작용을 양산했다.

△ 사회 전반 활력 징후 약화

현재 제주경제가 느끼는 위기감은 고도성장기(2011~2016년)에 겪었던 성장통 이상이다.

경기 선행·동행지수 모두 급제동에 이어 후진 중이다.

경제 성장률만 하락한 것이 아니라 소비 활력이 떨어지면서 '역대 최저 물가상승률' 기록도 사실상 갈아치웠다. 올해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11개월 연속 '1% 이하'에 머물렀다. 9월엔 아예 마이너스 상승률을 기록했다. 11월까지 연간 상승률은 0.3%였다. 이대로라면 기준 변경으로 0%대 상승에 그쳤던 2015년(0.6%)의 최저 기록이 바뀔 공산이 크다.

취업자도 지난해 11월 기준 38만9000명으로 1년 전(38만3000명)과 비교해 1.6% 증가했다. 같은 기간 경제활동인구가 39만1000명에서 39만6000명으로 1.2% 늘어난 것을 감안하면 69.9%의 높은 고용률이 이해가 된다. 하지만 그동안 고용률을 지탱하던 서비스·판매종사자가 1년 전에 비해 0.7% 감소했고, 10월 이후 한 달 사이 3000명 상당이 시장을 이탈한 상황은 불안하다. 특히 지난해 제주 비정규직 비율은 44.6%로 2010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2016년 39.3% 이후 2018년 39.1%까지 유지했던 30% 벽이 무너지는 등 고용의 질이 후퇴했다.

40대 고용 악화는 제주 역시 예외가 아니다. 20·30대 이탈에 속도가 붙었는가 하면 한때 사회현상으로까지 설명했던 순유입인구 증가 흐름은 2016년 1만4632명을 고점으로 하락세로 바뀌었다. 2017년 1만4005명으로 '순유입 1만명 시대'를 유지했지만 2018년 8883명으로 떨어진데 이어 지난해 3000명을 겨우 넘어서는 수준까지 급락했다. 11월까지 순유입인구는 2960명(월평균 269명)이었다. 순유입인구가 줄어든 것보다 더 걱정스러운 것은 20대 이탈이다. 2018년 20대 초반에서 185명이 순유출된 데 이어 지난해는 11월까지 10대 후반에서 20대를 통틀어 1216명이 줄었다.

청년들이 일자리를 찾아 떠나면서 아이 울음소리도 줄었다. 지난해 1~10월까지 제주에서 태어난 아이는 3807명으로 1년전(4047명)보다 280명 감소했다. 2018년 전체 출생아는 4781명으로 2000년대 들어 처음으로 5000명 미만으로 떨어졌었다.

△함께 가면 멀리간다

제주도는 이같은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지역 경제활력화와 민생안정에 7900억원 상당을 투입한다는 대책을 세웠다.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등 골목상권 경영안정 지원과 농산물 가격안정제 품목 확대 등 1차산업 지원, 신성장동력 확보 등 미래산업 분야를 아울러 55개 과제를 풀거나 또는 채운다는 복안이다.

더 이상 후퇴는 없다는 각오를 다졌지만 경제 전문가와 현장에서는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난해 12월 한국은행제주본부와 제주연구원이 공동으로 진행한 지역경제세미나의 결론은 '균형성장'과 '내실화'였다. 주력산업과 신성장 산업간 시너지 창출에 더해 정주여건 및 사회기반 조성으로 지속성을 확보할 것을 주문했다. 

경기 둔화 장기화 등으로 골목상권 등 제주 경제의 밑단부터 흔들리는 데다 불확실성 확대라는 복병을 감안할 때 지역 내 생산·소비 탄력성을 회복하고 인력·자본 등의 건전한 지역 선순환을 유도해야 한다는 얘기다.

제민일보는 올해 이런 시대적 과제에 집중하다. 제주 경제가 가지고 있는 힘은 무엇인지를 냉정하게 살피고 지키고 키울 것은 무엇인지, 살아날 수 있는 방안은 없는지에 대한 다각적 접근과 솔루션을 시도한다. 미래 성장을 위해서는 지역 내 뿌리 산업의 단단한 기반이 필요하다. '30년 뒤 제주'를 전제로 한 주력 산업군 점검과 노포(老圃)를 통한 생존 철학 공유, '소비절벽 극복'을 위한 역량 집결로 2020년을 채울 예정이다. 

균형발전이란 틀 안에서 '제주'를 강점으로 키울 수 있는 장치에 제대로 기름을 쳐야 바로 돌아간다. 혼자 가면 빨리 가고, 함께 가면 멀리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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