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필 취재2팀 부장

결혼은 사회가 인정하는 절차에 따라 이성이 결합해 부부가 되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두 개인은 각각 하나의 가족 속에서 자라왔고, 하나의 가족구성원으로서 특정한 지위를 가진다는 의미에서 결혼은 두 개인의 결합에 의해서 생기는 두 가족의 사회적 결합이기도 하다.

다만 사회에 따라 개인의 결합을 우선시하는가 하면 가족간의 결합을 중시하기도 한다. 개인의 결합을 강조하는 사회에서는 개인간의 의사가 결혼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이 되며, 결혼과 동시에 두 개인은 독립된 가계를 영위한다. 이러한 사회에서는 혼례가 중요시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그 절차도 간소하다.

반면 가족적 결합을 강조하는 사회에서는 반대 현상을 보인다. 결혼할 때 두 개인의 의사보다는 가족의 의사가 강하게 반영되고, 혼인한 뒤에도 공동가계의 한 부분을 형성한다.

이러한 사회에서는 의례를 중요시하며, 격식을 따라야 결혼이 인정된다. 특히 동양에서는 이러한 결혼이 지배적으로 이뤄지고 있고, 결혼을 통해 두 가족간 권리와 의무가 잘 나타나고 있다.

이에 따라 혼례는 두 개인이 결합해 부부가 됐음을 사회적으로 인정하는 의례일 뿐 아니라 두 가족의 권리와 의무의 표현이기도 하다.

과거에는 나이가 많아도 결혼을 하지 않으면 아이 취급을 했으며, 결혼을 해야 비로소 사회적 성인으로 인정을 받았다. 

그래서 결혼을 인륜지대사(人倫之大事)라고 하며, 일생에서 가장 중요한 일로 여겼다. 사회 공동체를 형성하는 기초가 되고 나아가 사회 질서의 기틀을 바로잡는 바탕이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즘 들어 사회 공동체를 형성하는 많은 가정들이 흔들리고 있다. 가정폭력과 부부갈등 등으로 이혼을 결심하는 사례가 적지 않은 실정이다. 

지난해 제주가족사랑상담소에 접수된 여성폭력 피해자 상담건수만 해도 6795건이나 됐다. 가정폭력, 부부갈등, 이혼, 가족문제, 성폭력 등으로 고민을 하다가 상담을 신청한 사례들이다. 가정에서 벌어지는 문제를 참고 견디며 살아가는 사례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평생 함께 하기로 맹세하고 결혼을 선택했지만 현실은 고통뿐이다. 이들의 고통을 치유하기 위한 사회적 관심과 지원이 절실해 보인다. 김경필 취재2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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