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지역·여성 주제 담은 작품으로 19개국 70여명 작가 참여
도립미술관·원도심·저지리 일대서 6월 17일부터 9월 13일까지

'크고, 많고, 센' 할망이 오는 6월 기지개를 켠다.

첫 행사 후 3년을 담금질한 '2020 제주 비엔날레'가 6월 17일 개막한다. 해석 여부를 놓고 관심을 모았던 '할망'은 제주 섬의 태동(신화)과 현재(여성), 그리고 미래(상상력·방향성)를 연결하는 장치로 구체화했다.

제주도립미술관(관장 최정주)은 19일 미술관 강당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2020 제주비엔날레의 일정과 주제, 참여작가 등 세부계획을 공개했다.

이번 비엔날레는 '할망, 크고 많고 세다'(Halmang is too big, too many, too strong)를 주제로 9월 13일까지 제주시 원도심과 제주도립미술관, 저지 예술인마을 일원에서 펼쳐진다. 행사에 집중하며 '불친절했다'는 첫 행사에 대한 지적을 수용해 비엔날레와 일상을 연결하는 것으로 '문화예술의 섬' 구상의 퍼즐을 맞춘다는 복안이다.

제주도립미술관을 중심으로 원도심 산지천갤러리·산포광장 산지천 전망대·고씨주택, 저지예술인마을 내 제주현대미술관과 저지리약용작물센터를 무대로 활용한다.

2020 제주비엔날레 전시공간 위치

할망은 나이나 성별 등의 구분을 두기 보다 온화하고 감각적이며 유연한 감정이입 등 여성성을 대표하는 장치로 전체 행사를 지휘하게 된다. 전시와 관련한 지역 내 시설을 모두 끌어냈던 이전 행사와 달리 올해는 관심을 통해 키우는 '성장'에 초점을 맞췄다. 참여작가 중 일부가 이미 제주에서 워크숍을 진행하며 지역을 이해하고 작품에 입히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등 본 행사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다. 입에서 입을 통해 전해진 제주신화가 예술과 상상력을 만나 새로움으로 거듭나는 과정을 비엔날레를 통해 느낄 수 있도록 기획했다.

원도심을 비엔날레를 알리고 느낄 수 있는 허브 공간으로 활용하는 등 문화예술의 심장을 달아주는 작업도 진행한다. 제주어 오디오 가이드를 도입하는 등 지역성을 살린 점도 눈에 띈다.

이수경 작가는 ‘바리공주 이야기’를 소재로 작업한 평면작품을 촬영한 영상에 속삭이듯 들려주는 사운드를 덧입힌 작품을 선보인다. 흔히 소개되는 ‘효심’보다는 한 여성의 성장과정에 주목해 주도적·독립적으로 성장해 나가는 이야기를 담았다.

제주 강요배·이지유·이해강 작가 등을 비롯한 국내 작가들과 미국 시각예술의 선구자이자 퍼포먼스 아트의 대가인 조안 조나스와 2015년 베니스 비엔날레 최고상인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개념미술가이자 철학자인 아드리안 파이퍼(미국)을 비롯해 아시아·유럽·중동 등 19개국 24개 팀이 참여해 '할망'의 들숨과 날숨 역할을 한다.

김인선 예술감독은 "예정보다 3주 정도 늦어지긴 했지만 이번 제주비엔날레를 위해 국내·외 작가들이 워크숍에 참여해 제주를 보다 신중하게 담아내고 작업의 완성도를 높이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지역 연구자와 작가, 아카이브 기관 등과 협력해 새로운 시선으로 제주예술에 대한 발전 가능성을 모색하고 '제주비엔날레'의 정체성을 확보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김수환 기자

거장 조안 조나스의 섬 지역의 신화와 문화를 담은 작품의 제작 과정을 담은 ‘Volcano Saga’와 당시 제작된 드로잉 작품도 이번 제주비엔날레를 통해 국내 최초로 공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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