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현 제주특별자치도의회 부의장

윌리엄 맥닐의 '전염병의 세계사'에 따르면, 전염병은 인류에게 재앙을 초래하는 돌발적이고 일회적인 우연한 사건이 아니라, 교역망의 확대, 생활환경의 변화, 생태계의 교란, 정치적 및 경제적 상황, 인구동태 등 인간사의 총체적인 측면과 맞물려있는 중요한 변수로 보고 있다.

결국 우려했던 상황이 닥쳤다. 이스라엘 등에서 입국 거부사태가 발생하고 있고, 마스크를 쓰지 않고서는 거리에 나서기가 꺼림직하다. 인터넷 게시판에 우한페렴 괴담이 유통되는 것을 넘어 이제는 신천지교회발 지역 감염 괴담이 나돌고 있으며 군부대를 비롯하여 17개 시도 모두가 뚫리고 말았다.

급기야 제주에도 2명의 확진자가 발생했고, 도정에서는 그 후속조치로 사상 초유의 모든 행사 중단 카드를 꺼내 들었다. 마을단위행사까지 중단되고 공공건물 사용도 전면 금지되었고 들불축제, 유채꽃축제 등 대형 축제도 취소되었다. 제주도정이 선제적 대응을 위하여 전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제주도민들이 느끼는 심리적 불안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한국 전쟁 당시에도 동대문 시장은 인산인해를 이루었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의 거리는 나다니는 사람의 숫자가 현격히 줄어들면서 경제활동이 위축되어 경기 침체는 더욱 깊은 나락으로 빠질 것 같은 위기감이 증폭되고 있다. 더군다나 제주의 경제구조 특성상 관광업의 비중을 감안한다면 신종 바이러스에 직격탄을 맞은 영세자영업자와 관련 종사자들의 한숨소리가 깊이 울리고 있다.

언론에 속보가 뜰 때마다 숨이 턱턱 막혀온다. 게다가 이제 새 학기가 시작되면 유초중고 학생들은 학교로 간다. 대학생도 개강하면 중국인 유학생이 대거 돌아오는 시점이 되면서 지역감염의 확대에 대한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

방법은 촘촘한 예방과 방역밖에 없을 것이다. 무엇보다 신뢰 회복이 중요하다. 

이 시점에서 그간 도민 사회의 갈등도 무의미하다, 자영업과 관광업의 눈물도 바라보아야 하기에 이제야말로 도민 사회의 공고한 협력체계가 중요하다. 다시금 제주의 수놀음정신을 발휘하여 도민 스스로 지켜내야 할 것이다. 

문득, 과거 올래에서 아이들이 뛰어 놀던 소리가 그립다. 정낭을 펼쳐놓고 담 너머로 식개 음식을 넘기던 평화로운 시절이 그리워진다. 그 평화가 그립기에, 청정과 안전이 담보되는 평화의 제주를 일으킬 수 있는 것도 도민들의 힘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모두 희망을 찾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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