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특별경영안정자금 투입

상담 폭주, 융자추천서 '바로', 보증심사 '최소 7일' 온도차
'1년 상환'설계 빚 부담 해소 한계, '저리 자금'편승 문제도

"이게 무슨 일인가 싶네요. 지난주 몇 번 허탕을 쳐서 오늘은 아예 새벽 4시에 왔어요"

코로나19가 흔든 제주 골목상권이 소리 없는 비명을 지르고 있다. 너나없이 힘든 상황에 제대로 하소연도 못 하는 데다 도움 요청도 쉽지 않아 속만 태우고 있다. 24일 제주신용보증재단 입구에는 새벽 어스름이 걷히기도 전에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상담 등 하루 처리 능력에 한계가 있다 보니 업무 시작 시간이 지나 찾은 사람들 중 상당수는 그대로 발길을 돌렸다.

△ 상담도 처리도 '적체'

제주도는 코로나19로 경영난에 봉착한 지역 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을 대상으로 경영안정자금을 특별 지원하고 있다.

올해 계획된 중소기업육성자금 지원액 7000억원 외에 추가로 특별경영안정자금(2000억원)을 41개 업종에 대해 1개 업체에 최대 1억원까지 기존 대출 유무와 관계없이 별도 지원하기로 했다. 또 담보능력이 없는 기업에게는 무담보 신용대출이 가능하도록 제주신용보증재단을 통해 1000억원 규모의 특별보증을 실시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당장 자금이 급한 사업장 등에는 '단비'같은 소식이지만 현장에서는 안타까운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계획이 나온 이후 하루 30건 내외던 제주신용보증재단 상담 건수가 200건 이상으로 급증했다. 전 직원(29명)을 투입해도 소화할 수 없어 하루 190명까지 상담을 진행하며 민원이 잇따랐다. 실제 대책 시행 첫날인 17일부터 21일까지 진행한 상담 건수만 900건이 넘는다. 기존 상담을 포함해 1146건에 대한 보증 절차를 밟았지만 이중 37건만 처리됐다.

현장 확인 등 보증서 발급까지 법정 소요 기간만 7일이 걸린다. 밀려드는 상담 수요 소화도 힘든 상황에서 동시 진행이 쉽지 않은 데다 작업 특성상 인력 충원도 어려워 야근에 주말 근무까지 하고 있지만 적체 상황을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인 상태다.

△ 부작용 우려 부쩍

상황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제주경제통상진흥원의 융자추천서 발급과 시차가 벌어진데다 정부 지원 자금과 관광진흥기금 등 업무가 몰리면서 과부하 우려도 낳고 있다.

경제통상진흥원은 공기업 대행 사업으로 이자 일부 보전을 내용으로 한 융자추천서를 별다른 검증 절차 없이 발급하고 있다. 융자추천서를 가지고 신용보증재단 심사를 거쳐 보증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내용을 정확하게 인지 하지 못 하면서 제때 자금 지원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보증지원을 한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도 우려를 사고 있다. 현재 지원하는 특별경영안정자금은 최대 2000만원을 지원하고, 1년 안에 상환하도록 설계돼 있다. 식당이나 중소 숙박시설 등 영세 사업장이나 간이과세자가 이를 제때 상환하기 위해서는 '연 매출 1억원'을 올려야 가능할 것으로 추산되는 등 빚 부담만 키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여기에 '자금 조기 소진' '이자 감면 기회' 등의 말이 돌면서 일부 편승 수요까지 나오는 등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재단 관계자는 "사전예약제 도입으로 수요를 조정하고 있지만 처음에는 상담 대기로, 지금은 자금 지원 지연으로 민원만 늘어나고 있다"며 "가능한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고 필요한 곳에 자금이 투입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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