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의 가치 세대전승 <2> 명예회복

1948∼1949년 군사재판 무효 판결…형사보상 이행
추가 재심청구 진행…보상금 지급 등 명문화 진통

△70여년 만에 명예회복

70여년 전 억울하게 옥살이를 한 4·3 생존 수형인 18명이 지난해 1월 17일 법원으로부터 공소기각 판결을 받아냈다.

불법 체포·구금과 가혹행위, 위법한 공소절차 등으로 수형인들이 군사재판을 받았다는 것으로 4·3 희생자 명예회복을 위한 역사적 판결로 평가되고 있다.  

당시 사건을 심리한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는 내란실행 및 국방경비법 위반 혐의로 군사재판을 받았던 수형인 18명에 대한 재심사건 선고공판에서 공소기각 판결을 내렸다.

수형인 18명은 4·3사건이 진행 중이던 1948년부터 1949년 사이 군·경에 의해 도내 수용시설에 구금됐다가 육지부 교도소로 이송된 후 일정기간 수형인 신분으로 지냈다.

하지만 재판부는 공소장이나 공판기록 등이 확인되지 않고 군법회의 심판 회부를 위한 예심조사 등 관련절차도 이행하지 않았다고 판단해 공소기각 판결을 내렸다. 

이에 따라 수형인 18명에 대한 범죄기록이 삭제됐고, 형사보상금 53억4000만원에 대한 지급 결정도 이뤄졌다.

법원은 수형인들의 재산상 손실과 정신적 고통, 신체 손상 등을 고려해 1인당 8000만원에서 14억7000만원까지 형사보상금을 산정했다. 

이어 생존수형인과 유족 등 39명은 지난해 11월 29일 국가를 상대로 제주지법에 103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도 제기했다. 

이를 계기로 지난해 10월 21일 4·3 생존수형인 8명이 법원에 2차 재심청구서를 제출하는 등 명예회복에 힘이 실리게 됐다.

행방불명 수형인에 대한 재심청구서도 유족 명의로 법원에 제출됐다. 지난해 6월 3일 1차 10명에 이어 올해 2월 18일 2차 341명에 대한 재심을 청구, 재판부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4·3특별법 개정 난항

4·3 희생자와 유족에 대한 명예회복이 생존수형인 공소기각 판결로 탄력을 받고 있지만 법률 명문화를 위한 제주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4·3특별법) 개정은 난항을 겪고 있다.

4·3특별법 전부개정법률안은 지난 2017년 12월 19일 더불어민주당 오영훈 국회의원(제주시을)이 대표 발의한 것으로 정부가 4·3 희생자와 유족에게 보상금을 지급할 수 있는 근거 규정을 담고 있다. 

뿐만 아니라 4·3사건의 진실을 부정·왜곡해 희생자와 유족들의 명예를 훼손한 사람에 대한 처벌 근거도 명시했고, 4·3 위원회 조사 권한 강화, 공동체 회복 프로그램 시행 등도 반영했다.  

또 4·3 당시 이뤄진 군사재판을 무효로 하고 희생자와 유족의 심리적 안정과 상처 치유를 위해 제주4·3트라우마 치유센터를 설치, 운영하도록 했다. 

하지만 4·3특별법 개정안은 아직까지 처리되지 못한 채 국회에서 표류하고 있는 실정이다. 

국회는 지난달 17일부터 이달 17일까지 제376회 임시회를 진행했지만 4·3특별법 개정안은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사실상 20대 국회에서 자동폐기 수순을 밟을 것으로 전망된다. 

4·3특별법 개정안 조속 처리를 위한 정부와 정치권 관심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김경필 기자

 

양동윤 제주4·3도민연대 대표

진상규명 통한 명예회복 필요…배·보상 자연히 해결
3차 재심청구 계획도…"잘못된 인식 바로잡는 계기"

"제주4·3특별법은 유족들의 현실적인 요구에 맞게 세부적인 검토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양동윤 제주4·3도민연대 대표의 의지는 확고하다. 군사재판 무효화와 국가배상 등을 전제로 한 제주4·3특별법이 국회에서 통과하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양 대표는 "수형인 명부에 기재된 2530명의 명예회복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 첫 순서는 진상규명이어야 한다"며 "진상규명 없이 단순히 금전적인 보상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진상규명에 집중하면 배·보상 문제는 자연히 따라오게 돼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지난해 법원으로부터 억울하게 옥살이를 한 제주4·3생존수형자 18명에 대해 공소기각 판결이 내려졌다"며 "해당 판결에 주목하고 교훈을 얻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제주4·3도민연대는 지난해 1월 17일 제주4·3생존수형자 18명에 대한 불법 군사재판 재심에서 공소기각 판결을 이끌어낸데 이어 지난해 10월 22일 생존수형자 8명에 대한 2차 재심을 청구하는 등 희생자 명예회복에 힘쓰고 있다.

양 대표는 "현재 1차 재심의 경우 희생자들의 정신적·육체적 고통에 대한 국가배상소송이 진행되고 있다"며 "희생자 2명에 대한 3차 재심청구도 다음달 2일 예정된 상태"라고 밝혔다.

이어 "이번 공소기각 판결은 희생자 명예회복을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며 "이와 함께 잘못된 역사 인식 등을 바로잡고 특별법 개정의 당위성에 기여한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양경익 기자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