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72주년 기획합동전 '잠겨진 기억'
대안공간 금능집서 3일부터 5일까지

코로나19로 72주년을 맞이하는 제주4·3 문화행사들이 다수 취소된 가운데 4·3생존자와 유가족의 후손인 3명의 청년작가가 그때의 아픈 기억을 이어받고 공유하기 위한 전시를 마련했다.

임주언·현승의·현아선 작가는 제주시 한림읍에 위치한 대안공간 금능집에서 제주4·3 72주년 기념 합동전시 '잠겨진 기억'을 오는 3일 개최한다.

이번 전시에는 4·3을 직접 경험하지 않은 세대가 어떤 방식으로 그 기억을 이어받는지, 이를 통해 후손과 이후 세대들이 4·3을 어떻게 기려야 하는지에 대한 고찰을 담은 작품 25점을 내건다.

임주언 작. '잠 못 드는 밤'

제주4·3을 직접 경험한 가족을 둔 다음세대 작가들의 접근은 일반 전승 세대와는 다르다. 아픔의 강도는 마치 내 일처럼 절절하고 여전히 쓰리다. '슬플 것'이란 글로 배운 감정은 내 할아버지, 할머니 등 피붙이의 고통에 비할 수 없다.

작가들은 어깨너머로는 다 느낄 수 없는 비극적 감정을 문화예술에 녹여 공감을 시도한다. 제주4·3을 둘러싼 세대 간 간극을 가슴높이에서 맞추는 노력이다.

임주언 작가는 임종 전까지 치매를 앓던 할머니가 반복해서 이야기한 4·3에 대한 기억을 토대로 꾼 꿈을 형상화해 작품에 담았다. 현아선 작가는 당시 다랑쉬굴에서 처절하게 학살당한 이들의 모습을 그려냈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현승의 작가는 "관광산업 발달과 같은 자본주의적인 측면에 의해 4·3이라는 잊혀선 안 될 역사가 묻히는 느낌을 받았다"며 "특히 제주공항이 지어진 부지는 최대 학살지였음에도 불구하고 관광객들이 밝은 모습으로 제주를 찾는 모습의 아이러니한 느낌을 표현하고자 했다"고 전했다.

이번 '잠겨진 기억'전은 오는 5일까지 3일간, 오후 12시~5시에 만나볼 수 있다. 문의=010-4316-2875. 김수환 기자

현승의 작. '없는 낙원'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