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미영 제주한라대학교 응급구조과 교수·논설위원

지난 3월 중순 미국 과학전문지 사이언스지에서 연락이 왔다.  COVID-19에 대한 한국발 기사를 쓰기 위해 현지 상황을 보도해 달라는 의뢰였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수도권 등에서 새로운 집단 감염이 발생하고 있고 해외 유입 확진자 수가 늘어나면서 앞으로 2주 동안 긴장의 끈을 늦추지 말아야 한다. 그런데도 그 당시 미국 기자와 취재하는 과정에서 한국식 COVID-19 대응방식에 외신이 신기해하는 이유를 알게 되었다.

단시간에 진단력 늘이는 한국식 순발력

우선, 진단 능력을 단기간에 획기적으로 확대시킬 수 있는 '한국식 순발력'을 신기해 했다. 처음에는 하루 300명 정도 검사하다가 불과 몇 주 사이에 1만5천 명 이상으로 늘어났다. 2월 8일 확진자 수가 한국에서 몇 명 안될 때 이미 상업적 테스트 키트가 진단제조사에 의해 개발되어 정부의 승인을 받았다. 그 당시 일본 등과 비교하여, 한국에 확진자 수가 유난히 많이 잡히는 이유도 결국은 밀착 접촉자를 추적해서 찾아내서 검사하기 때문이었다. 이를 위해 질병관리본부의 130명의 역학 조사관이 밤잠을 설쳐가며 CCTV 및 휴대폰 위치 추적 앱을 사용하여 감염자와 밀착 접촉한 사람들의 이동 동선을 철저히 추적(trace)한 후 이들을 데려다가 검사(test)를 무료로 받게 하고 음성일 경우 풀어주고 양성일 경우 증상 정도에 따라 병원 입원시키거나 지역 센터에서 보살펴 주거나 아니면 자가 격리하도록 세 단계로 체계적으로 운영된다는 점을 신기해 했다. 

시민의 자발적 참여

그 다음에, 한국식 '사회적 거리 두기' 방법에 주목했다. 며칠 전 우한이 도시 폐쇄령이 풀렸다고 하지만, 그 당시 중국은 도시 전체를 봉쇄하는 권위주의적 조치를 사용해서 확산세를 통제했다. 3월 중순 이탈리아와 스페인과 프랑스에서는 이미 전국적 이동제한 및 '국경 폐쇄' 등 강경 조처하고 있다. 4월 6일 미국은 확진자 수가 이미 40만 명을 넘어섰는데  3월 중순 당시 미국은 이미 4명의 미국인 중 한 명은 '강제적 자택 격리'나 영업 중단이라는 행정조치를 내렸다. "여기는 슈퍼 약국 등 꼭 필요한 곳을 제외하고는 4월 7일까지 모두 문을 닫아서 정말 한산한 유령도시 같습니다,"라고 일리노이주에 있는 친구가 카톡으로 소식을 전했다. 이와는 달리, 한국은 벌금 및 전화 모니터링과 스마트폰 앱의 위치 추적 등을 사용하여 자가 격리 중 최대한 규정을 지키도록 유인했다. 지난 몇 주동안 자가격리를 어기는 사례가 생기면서 정부가 자가격리 위반 시 징역 1년이나 1천만 원 이하 무관용 처벌을 하기로 했지만 역시 시민의 자발적 참여를 중심으로 하고 있다.

한국인의 저력: "119 구급대, 4천명 환자 이송" 

서구권에서 가장 신기하게 여기는 것은 '위기에 대처하는' 한국인의 '숨겨진' 저력이다. 지난 넉 달 동안 한국의 방역과 의료와 연구 전선에서 COVID-19 감염확산을 저지하기 위해 많은 '숨은 일꾼'들이 묵묵히 사명을 감당하고 있다. 우선 의심 증상을 보이는 환자들을 신속하게 이동시켜 지역사회 감염을 막기 위해 현장을 신속하게 오가는 119 구조대가 있다. 지난 1월24일부터 4월 6일까지 COVID-19 의심 증상을 보이는 3878명의 환자를 이송했는데 이 중 116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한다. 또한, 대구 병원에 내려가서 자원 봉사하는 의료진들이다. 의사와 간호사들은 방독면을 써서 피부에 진물이 나고 반창고를 바른 채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한다고 무덤덤하게 이야기한다. 약국 앞에 줄서서 모은 마스크를 경찰서에 전해주고 돌아서는 생계지원대상 할머니. 우리나라에 사재기가 없다는 것도 신기해 하는데 이는 온라인 배송을 맡고 온 가정으로 뛰어다니는  택배기사들 덕분이다. COVID-19 확산 모델 연구를 통해 집단 감염을 막아보려는 감염 및 역학 교수들도 있다. 이와 같이, 응급 구조대와 방역과 의료와 배송과 연구 현장에서 땀 흘리는 많은 노력이 숨겨져 있다. 위기 상황일수록 뭉치는 한국인의 저력이다.  

이러한 한국식 COVID-19 대응방식에서 세계는 희망을 발견하고 있다.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