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동연구원, 코로나19 고용타격 분석

사진=연합뉴스

5인 미만 영세사업장·소상공인 중첩, 비현실적 서류 절차 노출
특수고용 등 7만여명 무방비 63% 이상 제도권 지원 접근제약

정부·지자체의 고용안정 특별대책에도 코로나19로 실직하거나 소득이 줄어든 고용취약 계층을 보호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보고서가 나왔다. 대책 자체가 상대적 소외나 접근성 한계를 노출하는 등 이중·삼중고를 겪게 한다는 분석이다.

△실업급여도, 소득단절 지원도 '사각'

7년차 관광통역가이드 A씨의 수입은 올 들어 3월까지 73만원이 전부다.

2·3월은 아예 '0원'이었다. 무사증입국 일시 중단에 국제선 셧다운, 코로나 19 대응 위기경보가 심각 단계로 격상하며 부수입 역할을 했던 통역 아르바이트조차 하지 못했다.

프리랜서 생계비 지원 사업을 통해 '운이 좋으면' 다음달 최대 50만원을 받게 되지만 4인 가족 생활비로는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다.

4인가족 최저 생계비 271만1521원은 고사하고 코로나19 자가격리 월 지원금 123만원(4인가족 기준)의 절반도 안된다.

A씨는 "고용보험이 없어 실업급여는 생각도 못했다. 프리랜서 생계비를 받으려고 여행사에 몇 번이나 사정을 해야 했다"며 "다른 일을 하려고 해도 수입이 있으면 프리랜서 생계비 지원도 못 받게 된다고 하더라"고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26일 한국노동연구원의 '코로나19, 사회적 보호 사각지대의 규모와 대안적 정책방향' 보고서(정흥준 연구위원)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주15시간 미만 노동자, 일용직, 5인 미만 영세사업자 노동자, 파견·용역노동자, 특수고용직이 심각한 고용 충격을 받았지만 이중 절반이 넘는 63%는 제도권 내 지원을 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실직이나 무급휴직으로 경제적 위기에 직면했어도 고용보험 미가입으로 실업급여 신청 자체가 불가능한 경우와 소득 단절을 극복할 정부 등의 대책에서 배제되는 두 가지 가능성을 제시했다. 실제 현장에서는 이 두 가지 경우가 중첩된 사례가 속출했다.

실업급여 외에 실직 후 실업급여를 받을 수 없는 고용보험 미가입자들에게 긴급생계비를 지원하는 형식이 고작인 데다 '간접고용'형태가 많아 이들 대책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문제가 발생했다. 

△ '소득 없다' 입증부터 벽 

한국노동연구원 조사 결과 지난 2018년 기준 제주 지역 특수고용직 노동자는 2만 5000여 명에 이른다.

5인 미만 영세사업자 노동자는 4만9621명으로 전체 사업체 노동자(20만6046명)의 24.1% 수준이다.

이중 1만8452명이 음식·숙박업 종사자다.

도소매업에서 일하는 경우가 1만1719명, 교육서비스 관련이 2249명, 예술 스포츠 및 여가 관련 서비스업 1424명 부동산업 1227명 등 대다수가 코로나 19로 흔들린 사업 영역에 포함된다. 

주15시간 미만 근로자는 3월 1만7000명으로 전달(2만6000명)대비 8000명 줄었다.

3월 상용근로자가 23만4000명으로 지난해 말 25만5000명과 비교해 2만1000명 줄어든 가운데 일용근로자가 1만2000명, 임시근로자는 9000명이 실직했다.

3월 일시휴직자만 2만5000명이다. 지난해 12월은 9000명이었다.

제주의 고용보험 가입률이 66.2%(2017년 기준)로 전국에서 가장 낮은 상황을 감안하면 코로나19로 실직과 소득감소를 호소하는 근로자들의 생계를 지원하는 데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제주가 여행·관광숙박 관련 업종을 우선으로 지난 22일까지 프리랜서 생계비 지원 사업 접수를 받았지만 한숨은 여전했다.

'프리랜서'라는 직업군을 이해하지 못한 증빙서류 요구가 문제였다.

특수형태근로종사자·프리랜서임을 입증할 수 있는 용역계약서, 위촉서류, 소득금액증명원 등의 자료와 노무 미제공(또는 소득감소) 사실을 확인할 서류 등 각종 증빙 요구에 손을 든 경우는 물론이고 기한을 맞추지 못해 포기한 사례도 속출했다.

또 다른 관광통역안내사인 B씨는 "여행사 등에 증빙용으로 필요하다고 수차례 부탁했는데 '휴업중'이라거나 아예 연락두절인 경우도 많았다"며 "신청했다고 다 주는 것도 아니라고 해서 속만 태우는 중"이라고 하소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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