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승은 제주대 행정학과 교수·논설위원

2020년 전세계를 위기에 빠뜨린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해 우리의 삶은 상상하지 못했던 방향으로 변화하였다. 많은 사람들이 자발적·비자발적으로 집돌이, 집순이가 되었고, 부득이한 대면 모임이 있는 경우 발열체크를 하고, 손을 소독하며 마스크를 착용한 후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인류 역사상 전염병이 사회경제적 변화를 유발해 온 예를 찾아보기는 어렵지 않다. 중세시대의 유럽에서 페스트가 대유행하여 대규모 사망자가 발생하고 노동력이 감소하여 농노들의 임금이 인상되었고, 이는 곧 봉건시대 영세영주들의 파산으로 이어졌다. 반면 전염병의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검역과 여행증명서 발급이 시작되면서 왕권과 정부의 힘은 더 강해졌다. 이는 시장경제로의 급격한 전환 계기가 되었고, 부를 축적한 부르조아 계급이 등장했으며, 이들의 지원을 기반으로 인문주의 르네상스의 부흥을 가져오게 되었다.

1차 세계대전 중 유럽에서 발생한 스페인 독감 또한 세계 경제질서를 바꾼 계기가 되었다. 전염병으로 인한 대규모 사망자의 발생은 노동력 급감으로 이어졌고, 이는 자본집약적인 산업발전과 컨베어벨트의 도입 같은 생산기술혁신의 유발과 생산성의 향상을 가져왔다.

그렇다면 오늘날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우리의 삶은 예전과 어떻게 달라질 것인가? 우선 많은 학자들이 지적하는 것은 '개인화경향의 강화'이다. 생존을 위해 사람들은 집에서 머무르며 혼자 밥을 먹고, 혼자 운동하며 업무와 학습, 장보기 같은 일들을 인터넷을 통해 해결하고 있다. 소위 언택트(untact) 소비와 문화가 일상화될 전망이다. 

그동안 많은 논란 끝에 현실화되지 못했던 서비스가 한시적이지만 허용되기 시작하면서 원격진료, 원격교육, 원격근무, 화상회의, 클라우드, 스트리밍 산업은 눈부시게 성장하게 될 것이다. 앞에서 이미 살펴본 바와 같이, 전염병으로 인한 위기가, 이를 해결하기 위한 기술혁신이 이루어지는 계기로 작용하는 것이다.

포스트 코로나시대의 고등교육의 모습은 어떻게 변할 것인가? 이번 학기 전국의 거의 모든 대학이 강제로 사이버 대학화되었고, 학생들은 강의실이 아니라 와이파이(wi-fi)를 쓸 수 있는 어딘가에서 온라인 강의안을 시청하거나 실시간 강의를 듣는 진풍경이 펼쳐지고 있다. 

갑작스레 찾아온 변화는 교수자와 학습자 모두에게 사실상 어려움을 느끼게 하고 있다. 학교는 대규모 온라인수업의 동시개설이나 실시간 수업을 위해 노력했지만 이를 감당할 만큼 충분한 장비나 지원을 마련해 놓지 못했고, 결국 촬영에 필요한 장비를 사비로 마련해야 하는 것부터 시작하여 수업의 촬영, 편집까지 모두 교수개인이 '알아서' 해결해야 할 몫이 되었다. 학교에서 제공한 온라인 플랫폼은 예상만큼 잘 작동하지 않아 매시간 강의 외의 수작업에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고 있다.

수업을 듣는 학생들도 어려움을 느끼는 것은 마찬가지일 것이다. 실시간수업이나 동영상 스트리밍이 가능한 정도의 고성능 사양의 컴퓨터를 가지고 있어야 하고, 속도가 빠른 인터넷이 갖추어져야 한다. 학습자의 환경이 우수하더라도 교수자의 환경이 열악하여 음성이 잘 들리지 않거나 화면이 끊기는 등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매시간 출석확인을 위한 과제폭탄도 고민이다.

하지만 이러한 어려움을 통해 교육에서도 혁신은 이루어질 것이다. 대규모 온라인 강의의 경험을 통해 그동안 도입이 어려웠던 온라인 강의를 활용한 다양한 교수법들이 급격하게 일상화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 찬란한 봄에 20학번 신입생들의 재잘거림으로 생기가 넘쳐야 할 캠퍼스는 썰렁하기 그지없다. MT나 개강모임은 커녕 보통의 등교나 강의실 수업조차 경험해 보지 못하는 학생들의 기이한 대학생활이 어서 끝나, 우리가 현실세계에서 서로 만날 수 있는 평범한 일상이 다시 시작되기를 손꼽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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