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가림 호서대 교수·논설위원

지난달 중순 우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상황에서 4.15총선을 치뤘다. 코로나19의 최대잠복기인 14일이 지난 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제 21대 국회의원 선거 본 투표 이후 4월 30일 0시까지 선거와 관련된 감염이 한 건도 확인되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많은 나라가 선거를 연기하는 상황에서 우리는 전국 규모의 총선을 마무리했다. 아직 코로나19의 방역에서 완전한 성공을 거뒀다고 단정하기는 조심스럽지만, 선거를 앞둔 각국에 모범이 될 수 있다는 기대와 함께 감염병 방역에 새로운 이정표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앞서 미국은 코로나19 확산으로 15개 이상의 주(州)에서 대선 주자 경선을 연기했고, 영국은 지방선거를 1년 미뤘으며, 프랑스는 지방선거 2차 투표를 6월로 연기했다. 조만간 선거를 치러야 하는 홍콩, 싱가포르와 미국 정부는 분명 한국의 사례를 벤치마킹할 것이다. 

이번 선거는 2900만명 이상의 유권자와 자가격리자 1만명이 참여했는데도 감염이나 지역사회로 확산되지 않은 점은 정부 정책의 공에 앞서, 불편과 어려움을 감수하고 사회적 거리두기와 위생관리 등 생활방역에 적극적으로 동참한 국민과 헌신적인 의료진 및 자원봉사자 등 방역 종사자들의 노력이 이룬 성과라 할 수 있다.

문제는 두 달에 걸친 그간의 노력이 연휴를 맞아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 있다는 점이다. 황금연휴를 맞아 연휴 이틀째인 지난 1일 제주공항에는 관광객 입도행렬이 이어졌고 주변 해변과 관광지엔 여장을 푼 관광객들로 들썩인다고 한다. 제주관광협회에 따르면 연휴 전날인 29일 이미 3만6587명이 제주를 찾았고 30일에는 4만6천여명이 입도했다고 한다. 대부분은 내국인으로 외국인은 거의 없었다. 협회는 어린이날인 5일까지 이어지는 연휴 기간 20만명이 넘는 관광객이 제주를 찾을 것으로 예상했다. 해외여행이 어렵게 되자 제주로 몰렸다는 얘기다. 

시쳇말로 집콕과 방콕을 하며 갇혀 있던 사람들의 소비심리가 약화한 코로나19에 급격히 살아났다는 면에서, 가뭄에 단비와 같은 소식이지만 방역의 차원에서는 마냥 기뻐할 수도 없는 것이 사실이다. 그간 억눌렸던 소비 욕구와 외유를 통한 격리의 압박감을 풀려는 '보상심리'가 연휴를 빌어 소비와 나들이로 시작되었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배우자에게 과소비로 보복한다는 '보복소비(revenge spending)' 개념을 코로나19에 빗대 꾹 참았던 구매 욕구가 폭발한 것으로 해석하기도 하니, 코로나19가 가져온 심리적 압박과 부담이 어느 정도인지 수긍이 가기도 한다. 

다만 이와 같은 보상심리가 사회적 거리두기에 대한 경계심이 풀어지며 본격화된 것이 우려스럽다. 글로벌빅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각종 SNS와 인터넷 커뮤니티의 사회적 거리두기 캠페인에 관한 정보량은 지난 4월 5일 최고 9164건을 기록했다가 25일 2638건으로 20일 만에 71.21%가 급감했다는 점은 이를 증명한다. 실제로 2월과 3월 보였던 극심한 소비침체가 4월 들어 완연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제주도 방역 당국은 특별 입도 절차를 통해 모든 관광객에 대해 방역 태세를 강화했다. 개인위생수칙 준수와 방역에 대한 관광객의 협조 여부가 코로나19 확산에 변곡점이 된다고 보고 긴장하는 상황이다. 공항에 도착했을 때와는 달리 해변에 나온 관광객의 상당수가 마스크를 벗어 코로나19 감염에 대한 경계심을 내려놓은 모습, 유명 관광지와 식당에 늘어선 사람들의 혼잡함에서 기쁨과 우려가 교차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성숙한 시민으로서 철저한 개인위생 수칙 준수와 관계 당국의 철두철미한 방역이 이뤄진다면 제주는 또 다른 방역의 모범사례로 이정표를 세울 수도 있다. 청정 제주는 제주가 지키는 것이 아닌, 우리 모두가 함께 지켜야 한다는 점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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