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해녀'를 향유하다 10. 중국 구이린 인상·유삼저 ③

세계 최초 산수실경 극장…접근로부터 무대까지 환경 일체감
대형 생태문화공원 연계, '잘 알고 익숙한' 공감 흥행 포인트
'여행하고 공연 보고 숙박하게 하는' 지역 경제 생태계 자극

머무르게 한다.
문화 관광에 힘을 싣는 가장 큰 이유다. 누구나에게 허용된 자연경관 외에 선택을 통해 누릴 수 있는 가치에 지갑이 열리고 다시 찾을 특별한 핑계가 된다. '감동'이 환대 이상의 만족감을 준다는 점에서 문화콘텐츠와 문화창의산업에 대한 관심과 투자가 늘고 있기도 하다. 해녀 문화를 활용하자는 주문이 해녀를 양성하는 것 이상이라는 의미도 여기에 있다.

△ 대자연과 상생 시너지

인상 시리즈의 힘은 각 지역의 수려한 대자연을 무대 배경으로 한다는 점에서 찾을 수 있다. 또 각 지역의 전설, 문화, 역사를 공연 안에 담아낸 것이 일종의 유인력이 됐다.

세계 최초의 산수실경 극장이라 불리는 '인상·유삼저'극장의 위치는 중국 광서장족자치구 계림시 양삭현에 있다. 계림부터 양삭까지 83㎞ 수역은 마치 같은 크기의 대형 산수화를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인상·유삼저'의 산수실경극장은 실제로 4개의 강이 만나는 장소에 있다. 4갈래의 강이 만나는 지점으로 물의 흐름이 평온하여 수면 위에서 진행을 해야 하는 공연에 적합하다.

동북 방향에는 서동산을 비롯한 12개의 높낮이가 다양하고 형태가 서로 다른 산봉우리들이 모여 있다. 12개의 산봉우리는 멀고 가까운 것이 어우러져 산수 무대를 형성한다.

처음부터 이 곳에 무대를 만들 계획은 아니었다. 양삭현에서 지정한 지역을 둘러본 장예모 감독 등 공연 관계자들이 현장 조사 후 현재 위치로 조정해 줄 것을 요청했다. 이에 따른 토지 수용 등의 작업이 추가됐다.

이 뿐만이 아니라 환경영향평가 등 지역 주민들이 요구한 절차까지 밟는 인내심을 발휘했다.

결과를 놓고 보면 탁월한 결정이었다.

산수실경극장은 유삼저 가우를 테마로 한 대형생태인문공원인 '유삼저가우풍경구'를 포함하고 있다. 공연을 관람하기 위해서는 걸어서 이 공원을 통과해야 한다. 이 공원은 면적은 6만6667㎡(약 축구장 10개 면적)에 달한다. 공원은 차나무, 봉황죽과 같은 나무들과 풀들로 덮여 있는데 녹화율이 90% 이상에 이른다. 울창한 숲을 지나 탁 트인 강을 만나는 것 만으로 기대치를 극대화 시킨다.

'인상·유삼저'는 '서·산수전설', '홍색인상:대가', '녹색인상:가원', '금색인상:어화', '남색인상:정가', '은색인상:성전', '미성:천지창송' 등 7개 부분으로 구성된다.

산수화 같은 풍경을 앞에 홍색,녹색,금색,남색,은색과 같은 화려한 색을 풀어놓는 것으로 강렬하면서도 몽환적이고 상징적인 인상을 연출했다. 스토리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색이 바뀌는 것에 맞춰 속도나 느낌이 달라지는 것으로 감정을 맞출 수 있다.

△추억과 감성을 상품으로

'인상·유삼저'의 매력은 음악에서도 찾을 수 있다.

공연에 쓰이는 음악 중 대부분은 영화 '유삼저'중 전형적인 산가 곡목들에서 착안했다. 중화권에서는 국민가요 수준의 친숙한 삽입곡을 활용하는 것으로 유인력을 극대화했다.

공연은 수상 무대 위 스크린을 통해 영화 '유삼저' 중 노래하는 장면을 방영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화면에서 '산가는 마치 봄날 강물 같네(山歌好比春江水)'가 울려 퍼지고 조명은 멀리서 천천히 다가오는 작은 배 한 척을 비춘다. 배에는 아련한 추억 속의 유삼저가 있다.

이러한 음악과 직관적인 시각적 느낌은 관중들을 영화 '유삼저'의 추억 속으로 이끈다. 40여년이 지났어도 사랑 노래의 감흥은 여전하다. 이 선택은 별도의 홍보 없이 중국을 포함한 중화권 관람객을 유인하는 요인이 됐다.

영화 원곡 외에도 소수민족들의 삶이나 언어를 활용한 공연과 현대 음악의 요소를 활용해 새롭게 창작한 산가를 적절히 배치하는 것으로 익숙한 것과 거리를 둔다.

유삼저는 혁명의 시기에 시대정신을 반영한 캐릭터다. 1950년대 말 시대 상황과 결부된 계급투쟁과 문화충돌의 갈등구조 속 불굴의 투사로 대중성을 확보했다. 1961년 제작한 영화 속 유삼저는 소수민족의 딸에서 전 중국 인민의 딸로 거듭난다. 문화대혁명 후 몇 차례나 유삼저의 이야기를 스크린에 옮겼지만 1961년판의 명성에는 미치지 못했다. 영화 '유삼저'는 중국 각지에서뿐 아니라 홍콩,마카오 및 동남아 각국에서도 상영됐다. 

△ 관광객을 관객으로 흡수

2004년에 첫 공연을 시작하여 지금까지 성황리에 공연되고 있는 실경 무대극 '인상·유삼저'는 이야기의 서술을 배제하고 다섯 색깔의 서로 다른 '인상'을 통해 새로운 주제를 만들어내는 것으로 차별화했다.

기존 유삼저 이야기 속의 갈등과 투쟁은 관객이 스스로 상상하게 만들고, 이를 바탕으로 자유와 평화, 사랑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이것은 기존 양식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새로운 서사 기법으로서, 실경 무대극의 양식적 특징과 장예모식 '인상'연출 기법에 따른 유삼저 이야기의 변용으로 해석된다.

교훈 같은 특정한 목적을 걷어낸 전설 속 유삼저는 낭만적이고 다정하며 솔직한 인물로, 악의 세력에 저항하기 위하여 배를 타고 춤을 추며 세상을 떠나 가선이 됐다. 자유에 대한 갈망과 사랑에 대한 추구를 모더니즘적인 수법으로 표현하는 것으로 언어의 벽을 넘었다.

'인상·유삼저'는 공연 산업이 지역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하게 하는 사례로도 활용된다. 자체에만 국한되지 않고 점차적으로 주변 산업에 그 영향력을 확산시켜 지역 경제 전체에 큰 이익을 가져다 줬다. 무엇보다 많은 관광객들이 양삭현에 머물게 하는 장치로 작동했다. 지역을 찾는 '관광객'들을 어느 한 순간 '관객'으로 흡수시켜 버리는 힘이다.

첫 공연이 오후 8시 진행하는 데다 계림에서 차로 한 시간 이상 떨어져 있어 당일 이동은 무리가 있었다. '여행하고 공연을 보고 숙박하게 하는' 것으로 양삭현의 여행 산업은 비약적으로 발전한다. 공연이 양삭현 현지인들에게 많은 취업 기회를 제공했고, 계림의 여행, 부동산, 호텔과 여관 등 숙박시설, 식당, 오락, 음향·영상 제품, 운수 산업 등의 발전과 현지 경제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촉진 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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