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미영 제주한라대학교 응급구조과 교수·논설위원

코로나19 때문에 비대면 온라인 수업을 하게 되면서 전과 다른 신기한 강의 현장 체험담이 소록소록 생기고 있다. 이번 중간고사에 주어진 시간 안에 되도록 '정확하게' '빨리' 하는 '스피드 게임' 같은 과제를 주자, 우리 응급구조과 학생의 가슴에 별이 떴다. 과제 문제를 온라인으로 올려주자마자 거의 동시에 답안지가 쑥쑥 올라온다. 과제물을 받은 후, 온라인으로 제출한 순서를 카톡으로 올려주자 한 학생이 친구들에게 말했다. "씁, 일등이 아니라니"

미래의 119 구조대: "빠르게", "정확하게"

다음 과제는 3분 안에 자신이 적은 문장들을 최대한 '빠르게' '정확하게' 3분 동안 녹음하여 제출하도록 했다. 학생들의 3분 녹음 파일이 제한 시간 내에 쑥쑥 올라온다. 학생들의 파일을 열어보니 신기했다. 그 많은 영어 문장을 3분 만에 '구슬 굴러가듯' 순식간에 읽어낸다. 학기 초에 "영어가 어려워요."라고 하던 우리 학생들 맞나? KTX급과 같은 속도로 영어 문장이 씩씩한 목소리를 타고 울려온다.

학생들에게 주어진 시간 내에만 제출하면 제출 시간 등수는 점수에 상관없다고 설명해도 '일등이 아닌 것이' 못내 아쉬운 듯. 그제야, 필자는 우리 학생들이 점수 때문에 일등에 연연하는 게 아니구나. 다른 거는 몰라도 '빠른 거'는 뒤처질 수 없다는 한국인의 DNA가 있는 거구나. 이게 바로 우리 코로나 위기를 넘길 때 신속하게 대응한 119 구조대의 저력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위급 상황에 놓인 환자를 향해 골든 타임 안에 '빠르게' 달려가서 상태를 '정확하게' 파악하여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하는 119 구조대에서 일할 학생들이라 과연 다르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리더십 유형: Compassion, Competence, Confidence

한편, 외국인 학생을 대상으로 리더십 강의에서 지난주 온라인 중간고사에서 과제물을 제출하는 방법에 대해 "작은 소동"이 벌어졌다. 필자가 설계했던 과제물 제출 방법과 학생들이 이해한 제출 방법이 달랐다. 필자는 중간시험 치기 열흘 전에 이미 가이드로 충분히 공지가 된 사항이라고 믿고 있었는데 학생들이 잘못 알고 있다는 사실이 시험을 치기 3시간 전에 밝혀졌다. 흥미롭게도, 수강생들이 세 그룹으로 나누어져 있는데 각 그룹 리더가 이 상황에 반응하는 방법이 달랐다. 

첫째 그룹 리더는 필자와 공감대(compassion)를 형성하는 작전을 쓰는 듯하다. "선생님, 우리 친구들 오늘 참 힘들었어요. 바빴어요. 한 친구는 아파서 병원에 있어요. 좀 도와주세요." 이 지도력 아래 이 그룹 학생들은 조용히 필자의 결정을 기다리는 듯했다. 둘째 그룹 리더는 평소에 학습 역량(competence)가 뛰어난 학생이다. 평소에 학습 동기가 강한 만큼 불확실성에 대한 반발이 직설적으로 표현되었다. 이 그룹 학생들은 불평하기 시작했다. "네? 2시간 안에 그것을 다 하라고요?" 단톡방에 와글와글 논쟁이 벌어졌다. 셋째 그룹리더는 이 갈등 상황을 쿨(cool)하게 받아들이는 듯했다. "Okay, Professor!" 어떤 방식이든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confidence)을 보였다. 이러한 리더십 아래 다른 학생들도 잠잠히 필자의 처분을 받아들이듯 '조용한 자신감'을 보였다. 그러면서 개별적으로 막후교섭을 했다. '선생님, 우리 학생들에게 좀 시간을 더 주세요'

그룹별로 다른 세 가지 반응을 지켜보며 필자는 절충안을 제시한 후 그룹별로 어떤 과제 산출물이 나올지 지켜보았다. 리더십이란 불확실한 위기 상황에 어떻게 대처하는지가 중요한 요소인데 이렇게 온라인 시험과정에서 벌어진 작은 소동이 오히려 필자가 그룹 리더들의 리더십 유형과 리더십에 따른 학생들의 행동 패턴을 관찰할 수 있는 흥미로운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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