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서 반가워> 고교 3학년 학생부터 등교수업이 시작된 20일 제주여고 3학년 1반 학생들이 아침 조회시간에 담임교사와 첫 인사를 하고 있다. 김대생 기자

열화상 카메라 체온측정후 입실
21일 학력평가...수시 일정 빠듯
쉬는 시간 거리두기 일부 미흡

"애들아 만나서 반가워" 코로나19 여파로 80일만에 등교가 이뤄진 20일 도내 고교 분위기는 반가움과 걱정이 교차했다.

고교 3학년 등교 수업 첫날 학교 현장에서는 담임교사와 학생들이 원격수업에서 벗어나 반가운 올해 첫 대면 인사를 하며 하루를 시작했다. 먼저 등교하는 학생들은 학교체육관에 마련된 발열체크 장소에서 열화상 카메라로 체온을 측정하고 교실로 이동했다.

제주여고는 3학년 250여명이 등교한 가운데 등교전과 점심 급식시간 등 하루 2회 학생들을 대상으로 체온을 측정할 계획이다. 

<체온 측정, 37.5도 넘으면 안돼요>고교 3학년 등교수업을 시작한 20일 제주여고 체육관에 마련된 발열체크 장소에서 학생들이 열화상카메라로 체온을 측정하고 있다. 김대생 기자

모처럼 학교에서 만난 친구들은 복도와 교실에서 재잘재잘거리며 그동안 못했던 이야기들을 주고 받았지만 다소 거리두기가 이뤄지지 않는 모습도 연출됐다. 

고교 3학년 학생들은 모두가 수능에 대한 걱정의 목소리를 높였다. 우선 등교 다음날인 21일 시행하는 경기도교육청 주관의 전국연합학력평가를 치르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 수능은 다른 해에 비해 재수생과 반수생들이 유리할 것으로 판단돼 고교 3학년 재학생이 불리하다는 걱정이 앞선다. 

제주여고 3학년 이과 김현지 학생은 "온라인 수업은 색다른 점이 많아서 도움이 많이 됐다. 학교에 등교해 반 친구들을 만나고 새로운 선생님을 뵙게 돼  기분이 좋다"며 "정시를 준비하고 있는데 친구들과 모두 똑같은 상황이니 잘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3학년 문과 안현지 학생은 "새학기를 5월에 시작해 기분이 색다르다. 친구들은 단톡방에서만 만났는데 직접 보게 돼 좋다"며 "수시와 정시를 모두 생각하고 있는데 수시는 8월말까지 준비하느라 정신이 없을 것 같다. 지난번 집에서 치른 전국평가는 객관적으로 성적을 가늠하기 힘들어 21일 치르는 전국연합학력평가가 첫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여 부담감이 있다"고 말했다. 

예체능을 준비중인 제주여고 3학년 오연희 학생은 "수능을 치르고 미술 실기를 준비하려면 빠듯한 일정 속에서 진행될 것 같다. 이런 이유로 학원에서는 정시모집보다는 수시쪽으로 권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주중앙여고 3학년 김민서·장유림 학생은 "마스크를 잠깐도 아니고 등교해서부터 하교까지 너무 답답할 것 같다"며 "도내 더 이상의 확진자가 안 나온다는 보장도 없다보니 다수가 모이는 학교가 걱정되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자녀 통학에 나선 학부모 김진실씨(53)도 "나도 아이도 등교를 앞두고 잠을 못이뤘다. 공부도 공부지만 수능전까지 몸관리도 조심해야하는 만큼 걱정도 크다"며 "제주뿐 아니라 전국의 학생들 모두 별탈 없이 순차적 등교가 이뤄지길 기도한다"고 말했다. 

제주여고 김기범 3학년 부장은 "가장 중요한건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시하기 위해 쉬는 시간과 점심시간 등 학생들에게 이동을 최대한 자제해달라고 부탁하고 있다. 수업이 끝나면 개인이 사용하는 책상 등을 소독하고 귀가할 수 있도록 하려고 한다. 부모님들에게도 감염병 예방교육을 철저히 실시할 수 있도록 하려고 한다"며 "다만 첫날이다 보니 학생들이 반가운 마음이 있어서 선생님들이 지도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다. 선생님들이 중간중간 규칙이 준수될 수 있도록 상시 지도를 해야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무엇보다 고3 개학이 잘 이뤄져야만 나머지 학년이나 초등학교와 중학교들이 개학하는 중요한 시점이 된다고 생각한다. 그런 책임감을 갖고 불편하겠지만 학생, 학부모, 선생님들도 같이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제주도교육청에 따르면 20일 도내 30개교 고등학교(3학년 학급수 223개)에서 자기건강상태조사참여학생수 5840명 중 자기진단결과 등교중지 안내학생수 73명을 비롯해 등교시 발열로 귀가한 학생수 6명, 체험학습 신청학생수 5명 등 84명이 등교하지 못했다.  김대생·박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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