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위탁제도를 통해 가족이 된 장미자씨와 진영·준영 형제가 추억을 담긴 사진을 둘러보고 있다. 박시영 기자

22일 '제17회 가정위탁의 날' 맞아 장미자씨 인터뷰
제주시 한림읍 2014년부터 친자 7명외 두 형제 키워 

자녀의 행복한 성장을 바라보는 건 부모의 가장 큰 기쁨이지만 자신의 죽음 이후 빈자리를 더 걱정하는 엄마가 있다.

제주시 한림읍에 사는 장미자씨(65)는 지난 2008년 교회를 통해 평소 왕래하고 지내던 진영·준영 형제와 인연을 맺었다.

당시 아이들의 친모는 어려운 가정형편 탓에 아이를 업고 일터로 향했고 그런 모습이 안타까웠던 장씨는 간간히 아이들을 돌봐줬다.

그러던 친모가 갑작스레 운명을 달리하면서 2014년 제주가정위탁지원센터를 통해 정식으로 진영·준영 형제를 도맡아 키우기로 결심했다.

장씨 또한 어린시절 부모님을 여의고 살아와 누구보다 이들 형제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었다.

비록 육신을 빌어 빚어진 인연은 아니지만, 남들보다 버젓이 보란 듯이 잘 키우겠다며 금쪽같이 키웠다.

천성이 밝은 성격의 이들 형제는 친부모를 찾지도 기다리지도 않았다. 오로지 장씨의 그늘을 고마워하며 잘 자라주었다.

어느덧 진영(18)이는 고등학교 2학년, 준영(14)이는 중학교 1학년이 됐다.

장미자씨는 "내가 겪어봤기에 엄마 없는 하늘 아래 맘 놓고 기댈 수 있는 곳이 필요하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안다"며 "과거의 나처럼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에게 사랑을 나눠주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했다"고 가정위탁을 자청한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따뜻한 밥 먹고 비싼 옷은 아니어도 깨끗하고 좋은 옷을 입으며 지낼 수 있는 '가정'이라는 울타리는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며 "7명의 친자식을 키울 당시 가정형편이 좋지 않아 못 해준 게 많았는데 지금 진영이와 준영이를 통해 그 미안함을 덜고 있다"고 웃어 보였다.

그러면서 "이렇게 12년간 친부모와 다름없이 지내지만 정작 제한된 권한 탓에 위탁부모는 법적 대리권이 될 수 없다"며 "병원 진료부터 통장 개설까지 행정 절차를 밟을 때마다 장벽에 부딪히고 있다"고 '가정위탁제도'의 지원 사각지대에 대해 호소했다.

장씨는 "처음에는 겁도 날 수 있겠지만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을 가슴으로 품겠다는 따뜻한 마음과 용기만 있다면 어려움을 넘어 가정위탁으로 한 가족이 될 수 있다"며 "모든 아이가 방황하지 않고 '가정'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클 수 있길 기원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